메뉴 건너뛰기

close

 전다한 당진향토문화연구소 소장이 스페이스2045에서 열린 인문학 토크에서 ‘토마슨(Thomasson)’ 개념을 소개하며 당진 곳곳의 생활 속 흔적과 도시의 기억을 설명하고 있다.
전다한 당진향토문화연구소 소장이 스페이스2045에서 열린 인문학 토크에서 ‘토마슨(Thomasson)’ 개념을 소개하며 당진 곳곳의 생활 속 흔적과 도시의 기억을 설명하고 있다. ⓒ 김정아

지난 27일 오후, 충남 당진시 대덕동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스페이스2045에서는 조금 특별한 인문학 토크가 열렸다. 여행지도에 표시된 유명 관광지가 아니라 우리가 매일 무심히 지나치는 골목과 계단, 맨홀과 거리의 흔적 속에서 '당진의 일상'을 다시 읽어내는 시간이었다.

이번 프로그램은 문화향유거점 취향소모임 당진 취향정류장 사업의 일환으로 기획됐으며, 스페이스2045가 주최·주관하고 충주문화관광재단과 충주시의 지원을 받아 당진 시민과 함께하는 생활밀착형 인문학 프로그램으로 마련됐다.

'관찰인문학 토크 ,길 위에서 마주한 당진의 일상'을 주제로 진행된 강연에는 전다한 당진향토문화연구소 소장이 패널로 참여해 일본의 노상관찰학(路上観察學)과 현대 도시문화, 지역 기록의 의미를 쉽고도 깊이 있게 풀어냈다.

AD
강연은 일본 노상관찰학의 대표 인물 아카세가와 겐페이(赤瀬川原平)의 이야기로 시작됐다. 전 소장은 1960년대 일본의 급진적 '반(反)미술 운동'과 이후 거리관찰학회 활동, <노상관찰학 입문> 등의 사례를 소개하며 "도시는 거대한 박물관이며, 사소한 풍경 하나에도 시대의 흔적과 인간의 욕망이 스며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참가자들의 관심을 끈 것은 '토마슨(Thomasson)' 개념이었다. 본래의 기능은 사라졌지만 형태만 남아 있는 계단, 문, 구조물 등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관찰 방식이다.

전다한 소장은 "쓸모를 잃은 사물도 도시의 기억을 품고 있다"며 "당진시 곳곳에도 우리가 무심히 지나쳤던 생활 속 토마슨이 이미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평소에는 낡고 오래된 흔적으로만 여겨졌던 계단과 골목, 이름 없는 구조물들 역시 한 걸음 멈춰 바라보는 순간 도시의 시간과 사람들의 삶이 스며 있는 흔적으로 새롭게 읽힐 수 있음을 전했다.

이날 토크는 단순한 강연에 머물지 않았다. 지난 4월 23일부터 5월 27일까지 총 5회차로 진행된 '관찰인문학 - 동네로 떠나는 여행' 프로그램의 과정도 함께 소개됐다.

첫 회차에서는 '지역의 관광과 여행은 어떻게 시작될까'를 주제로 소모임 취지와 프로그램 전반에 대한 안내가 이뤄졌으며, 이후 참가자들은 전다한 소장이 취합한 당진 곳곳의 골목과 거리, 생활 흔적이 담긴 사진들을 함께 보며 장소에 얽힌 역사와 변화 과정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보덕포 일대 사진을 통해 현재 보덕포로 582-65 인근에 자리했던 옛 보덕사(普德寺)의 흔적과 해안마을의 생활상, 시간이 흐르며 사라지거나 남겨진 공간의 변화를 짚어보며 익숙한 지역 풍경을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 무엇보다 우리가 무심히 지나쳤던 장소를 넘어, 동네 곳곳에 켜켜이 쌓인 시간의 흔적과 지역의 이야기를 새롭게 바라보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1970년대 전후로 추정되는 고대초등학교 학생들의 보덕포 소풍 모습으로, 현재 보덕포로 582-65 일대는 옛 보덕사(普德寺) 터로 전해지며 한때 지역 학생들의 대표적인 소풍 장소이다. 사진에는 당시 당진 해안마을의 생활 풍경과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시대의 정취가 한 장면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1970년대 전후로 추정되는 고대초등학교 학생들의 보덕포 소풍 모습으로, 현재 보덕포로 582-65 일대는 옛 보덕사(普德寺) 터로 전해지며 한때 지역 학생들의 대표적인 소풍 장소이다. 사진에는 당시 당진 해안마을의 생활 풍경과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시대의 정취가 한 장면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 당진향토문화연구소

 1980~1990년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보덕포 일대 모습으로, 사진 속 시멘트 벽체와 바다로 이어지는 계단은 현재까지도 당시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세월 속 풍경은 변했지만, 공간의 흔적은 지역의 생활사와 기억을 이어주는 기록으로 남아 있다.
1980~1990년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보덕포 일대 모습으로, 사진 속 시멘트 벽체와 바다로 이어지는 계단은 현재까지도 당시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세월 속 풍경은 변했지만, 공간의 흔적은 지역의 생활사와 기억을 이어주는 기록으로 남아 있다. ⓒ 당진향토문화연구소

당진향토문화연구소 전다한 소장은 "지역의 역사는 거창한 유적이나 기록 속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골목과 계단, 오래된 흔적 안에도 스며 있다"며 "사라져가는 풍경을 기록하고 그 안에 담긴 시간을 읽어내는 일은 결국 지역의 정체성을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프로그램이 지역을 살아가는 이들로 하여금 생활 가까이에 놓인 공간과 풍경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자신이 머무는 도시의 시간과 변화에 보다 깊은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경미 스페이스 2045 대표는 "여행은 멀리 떠나는 것만이 아니라, 익숙한 동네를 새롭게 바라보는 데서도 시작될 수 있다"며 "무심히 지나쳤던 거리의 흔적을 함께 관찰하는 과정 속에서 시민들이 당진이라는 도시를 조금 더 깊이 이해하고 애정을 갖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역의 기억과 삶의 풍경을 시민 스스로 기록해 나가는 일이 당진만의 문화 자산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 강의가 끝난 뒤, '길 위에서 마주한 당진의 일상' 토크는 난해한 철학 담론보다 '우리 동네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 것인가'라는 가장 일상적인 질문을 통해 익숙한 공간을 새롭게 해석하는 데서 출발했다. 특별한 관광지가 아니어도 오래된 계단과 골목, 이름 없이 남겨진 구조물 하나가 지역의 시간을 품은 기록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참가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한편, 전다한 소장은 조선시대 후기 경제사를 연구 기반으로 삼아 사라져가는 지역의 역사와 마을의 미시사를 기록·복원하는 작업에 힘써오고 있다. 아울러 전 소장은 "어르신 한 분 한 분이 살아 있는 역사책"이라는 신념 아래 구술 채록과 드론 촬영 등 현대적 아카이빙 방식을 활용해 현재까지 286개 마을의 변화 과정과 공동체의 삶의 궤적을 면밀히 기록하고 있다.

현재까지 수만 장에 이르는 당진 지역 관련 사진 기록물을 발굴·수집했으며, 학술지 내포문화(제36·37호) 발간을 주도하는 등 지역의 기억과 생활사를 체계적으로 축적하고 보존하는 연구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충남 당진시 대덕동 스페이스2045에서 열린 ‘관찰인문학 토크 - 길 위에서 마주한 당진의 일상’ 참가자들은 이날 골목과 계단, 거리의 흔적 속에서 당진의 익숙한 일상을 인문학적 시선으로 새롭게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다.
충남 당진시 대덕동 스페이스2045에서 열린 ‘관찰인문학 토크 - 길 위에서 마주한 당진의 일상’ 참가자들은 이날 골목과 계단, 거리의 흔적 속에서 당진의 익숙한 일상을 인문학적 시선으로 새롭게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다. ⓒ 김정아

#길위에서마주한당진의일상#관찰인문학토크#당진향토문화연구소전다한소장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전국의 사회·문화·정치·교육 현장의 변화를 기록하며,삶을 담아내는 이야기를 씁니다.



독자의견0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