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경남 창원시 진해 해군 잠수함사령부에서 신채호함에 탑승해 대비 태세 등을 점검했다. 2026.5.26 ⓒ 청와대 제공
지난 26일, 국방부는 '대한민국 핵추진 잠수함 개발 기본계획'(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국방부는 '장보고 N사업'으로 명명된 이번 계획을 통해 "북한의 잠수함 기반 핵·미사일 위협 등에 대응하는 핵심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2030년대 후반 전력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굳건한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건조하게 될 핵추진 잠수함은 우리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를 우리 스스로 책임지겠다는 의지의 상징"이라며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1994년 김영삼 정부부터 거론된 핵잠수함 도입이 본격화한 것에 대해 기대를 보이는 의견이 많아 보이나 우려스러운 지점들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국방부가 '기본계획'을 발표하기 전날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향후 핵잠수함 도입 사업에 28조 9,000억 원가량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작년 말 한미정상회담에서 핵잠수함 도입에 합의한 직후 언급되었던 사업비의 거의 두 배가 예상된다. 비용 대비 군사적 효용성은 어떤가?
정호섭 전 해군참모총장은 "우리나라 주변 해역은 물이 얕아 잠수함이 초계 중인 주변국 항공기의 공중 투하 어뢰에 의해 지속적으로 위협받을 수 있다"라며 "잠수함의 은밀성은 장점이기도 하지만 적의 눈에 보이는 위협이 아니라는 점에서 전력 현시에 의한 억제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보도된 바에 따르면, 현재 정부가 도입하려는 핵잠수함의 규모는 배수량이 7,000~8,000톤급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현재 해군이 운용하는 잠수함 중 가장 큰 도산 안창호급이 3,700톤인 것을 고려하면 두 배가량 더 큰 것이다.
비용도 비싸고 도입 기간도 오래 걸리는 핵잠수함 대신 단기간에 도입이 쉬운 여러 척의 디젤 잠수함을 교대 운용하거나 다수의 대형 무인 수중정을 운용하는 것이 군사적 효용성 측면에서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제기되는 이유다.
30조에 육박하는 천문학적인 도입 비용, 군사적 효용성은?
군사적 효용성과 더불어 우려되는 측면은 도입되는 핵잠수함이 선제 타격용 무기로 이용될 것이라는 점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기본계획'을 보고하며 "디젤잠수함보다 은밀하고 신속하게 북한 잠수함 전력을 감시하고 추적할 수 있으므로 수중 킬체인 구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중 킬체인(KILL CHAIN)은 한국형 3축 체계 전략의 첫머리에 있는 킬체인을 바닷속으로 확장한 것이다. 가장 최근에 발간된 2022 국방백서에 기술된 바에 따르면, 킬체인은 "사용 징후가 명백한 경우, 발사 전에 제거하는 공격체계"로 정의돼 있다.
그런 점에서 킬체인은 선제 공격 및 예방 공격의 개념을 내포하고 있으며 이는 침략적 전쟁을 부인하고 무력 공격이 발생한 경우 자위권을 인정하는 국제법에 반한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예외적인 경우 예방적 자위권이 허용되나 사용 징후의 명백성에 대한 판단의 불확실성은 자칫 선제 타격으로 전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선제 타격 전략의 주요 무기로 활용될 핵잠수함
한국 정부가 선제적으로 핵잠수함 도입을 천명했으나 이후 과정은 미국과의 협상 여부에 달려있다. 핵잠수함의 연료인 우라늄을 미국에서 공급 받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현 한미원자력협정의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핵잠수함을 도입하기 위한 미국의 승인 절차를 미국 대통령 지시 및 3개 부처(국무부·국방부·에너지부) 공동 검토 착수 - 대통령 공식 승인 - 의회 승인 - 한미 핵연료 공급 협정 체결 - 핵물질 보안 인증 - 핵연료 수송 승인 및 실무 협력의 6단계로 설명하며 최대 6년 9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더해 한국의 핵잠수함 도입이 국제 핵 비확산 체제에 위반되지 않으려면 국제원자력기구(IAEA)와의 협의도 추가로 진행해야 한다. 핵잠수함 도입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는 의미이다.
핵잠수함 도입 과정, 멀고도 험한 길
이재명 대통령은 핵잠수함 도입이 '자주국방에 대한 의지의 상징'이라고 주장했지만, 역으로 한미 간의 불평등한 관계를 심화하고 미국에 군사적으로 더 종속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언급한 대로 핵잠수함을 지속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연료 공급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연료 공급 비용 이외에 추가적인 대가를 미국에 지불해야 할 것이 분명하다.
이미 작년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도입을 허락하는 대가로 250억 달러의 미국산 군사장비 구매와 주한미군을 위한 330억 달러 상당의 지원을 얻어낸 바 있다.
일각에서 '플랜 B', 즉 '미국 외 제3국에서의 핵잠수함 연료 조달' 가능성을 언급하나 앞서 언급한 핵잠수함 도입을 위한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등 일련의 과정을 감안할 때 '한미동맹을 훼손하거나 헤어질 결심'을 하지 않는다면 쉽지 않을 것이다.
핵잠수함, 한미 간 불평등 더 심화할 수 있어
한국의 핵잠수함 도입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대중국 견제를 위한 군사력 활용의 수단으로 활용될 것이며 이는 한미동맹이 불필요한 군사적 갈등에 동원되는 '동맹의 연루 문제'를 심화하게 될 것이다.
작년 말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도입이 합의되자 대릴 커들 미국 해군참모총장은 "그 잠수함을 중국을 억제하는데 활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예측"이라며 "미국이 핵심 경쟁적 위협으로 규정하고 있는 중국과 관련된 공동 목표를 달성하기를 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을 도입하기 위한 미국의 프로세스 중 가장 중요한 '미국 의회의 승인'을 얻기 위해서는 일정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말한 충족해야 할 세 가지 정치적 조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전략적 기여 입증. 한국의 핵잠수함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실질적으로 기여한다는 평가를 받아야 함.
둘째, 비확산 신뢰 확보. 한국이 국제 비확산 의무를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는 확신을 미국 측에 제공해야 함.
셋째, 미국 산업계의 이익 공유. 협력 구조에 미국의 조선 및 원자력 업계가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함.
한국이 핵잠수함을 도입하는 순간 그 핵잠수함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군사적 목표에 따른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 명확해진다. 이미 선례가 있다. 2023년 호주가 오커스(AUKUS) 합의를 통해 미국과 영국으로부터 핵잠수함을 도입할 수 있었던 데에는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추진하는 대중국 견제 군사행동에 함께하겠다는 호주 정부의 의지가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셋째 조건은 핵잠수함을 국내에서 제조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계획이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핵잠수함, 미국의 대중국 견제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어
한국의 핵잠수함 도입은 도미노를 유발할 것이다. 이미 핵잠수함 개발을 천명한 북한은 차치하고라도 일본도 본격적으로 핵잠수함 도입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한국의 핵잠수함 도입이 합의되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핵잠수함 도입과 관련한 "모든 선택지를 배제하지 않겠다"라고 표명했으며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은 핵잠수함 도입 검토에 있어 "원자력을 배제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북한이 핵잠수함 보유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한국도 보유해야 한다는 논리는 간단하고 명료하다. 군사적 논리로만 보면 "북한이 핵무기를 가졌으니 우리도 갖자"라는 우리 사회 일각의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다. 그러나 한국의 역대 정부는 핵무기와 관련한 국제협약 등 여러 이유로 "우리는 갖지 않는다"라는 방침을 갖고 있다.
어떤 군사적 수단을 갖는가의 문제는 군사력은 물론 외교, 경제, 정치를 포괄하는 안보 정책의 하위 수단으로써 종합적인 안보 정책을 고려해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 핵잠수함 도입을 추진하기에 앞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과 앞서 제기한 우려 점을 고려한 재검토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