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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산
서울남산 ⓒ director_kim on Unsplash

새벽이 채 밝기도 전, 창문 너머 어둠 속을 바라보며 배낭을 챙길 때가 있다. 그 시간의 공기는 늘 맑고 고요하다. 세상은 아직 잠들어 있는데 내 마음만은 벌써 산마루를 넘어가고 있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꼭 가야 할 이유가 있어서도 아니다. 다만 마음속 어디선가 오래전부터 들려오는 한마디 때문일 것이다.

"산이 날 부른다."

나는 그 말을 평생 가슴에 품고 살아왔다. 젊은 시절에는 먹고사는 일에 치여 산을 찾는 날보다 논밭과 일터를 찾는 날이 더 많았다. 그러나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산은 늘 그 자리에 있었다.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말없이 기다려주는 어머니 품처럼 언제나 나를 받아주었다. 처음 산을 오르던 날은 그저 건강을 위해서였다.

그러나 세월이 흐를수록 나는 깨닫게 되었다. 산은 단순히 땀 흘리는 운동의 장소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산은 사람을 살게 하는 힘이었다. 지친 마음을 씻어주고, 흔들리는 정신을 바로 세워주며, 삶의 욕심을 조금씩 덜어내게 만드는 거대한 자연의 품이었다. 그래서 나는 산행을 떠날 때마다 늘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산이 보약이다."

실제로 그렇다. 병원 약은 몸의 병을 고치지만 산은 마음의 병까지 다독여 준다. 도시의 답답한 공기 속에서 며칠을 보내다가도 숲길에 들어서면 가슴이 먼저 숨을 쉰다. 이름 모를 새소리 하나에도 마음이 맑아지고, 계곡물 흐르는 소리에는 세상 시름이 씻겨 내려간다. 나는 지금까지 우리나라 이름난 산은 물론이고 외국의 산까지 수없이 걸었다.

북한산의 의상능선 바위길을 지나며 삶의 끈기를 배웠고, 설악산 공룡능선에서는 자연 앞에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를 느꼈다. 지리산 천왕봉 새벽바람 속에서는 살아 있음의 감격에 눈시울이 뜨거워졌고, 금강산 만물상에서는 "세상에 이런 절경이 또 있을까" 감탄하며 한참을 서 있기도 했다.

외국의 산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낯선 나라의 산길을 걸으면서도 결국 산은 사람을 하나로 이어준다는 사실을 느꼈다. 언어는 달라도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눈빛은 비슷했다. 정상에 올라 서로 미소를 건네는 순간만큼은 국경도, 나이도, 신분도 없었다.

어느덧 나는 천 편이 넘는 산행기를 블로그에 남기게 되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기록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자 그것은 내 삶의 연대기가 되었다. 계절 따라 달라지는 산빛, 함께 웃고 걸었던 산벗들의 모습, 때로는 빗속을 헤매며 힘들게 올랐던 기억들까지 모두 글 속에 살아 숨 쉬고 있다.

누군가는 왜 그렇게 힘들게 산에 다니느냐고 묻는다. 그러면 나는 웃으며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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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내 인생의 학교였습니다."

산은 결코 거짓을 허락하지 않는다. 조금만 방심해도 미끄러지고, 자만하면 길을 잃는다. 그러나 묵묵히 한 걸음씩 오르면 반드시 정상에 이르게 한다. 그래서 산은 사람에게 겸손을 가르치고 인내를 가르친다. 나는 산을 오르며 참 많은 사람을 만났다. 앞서 가는 사람도 있었고 뒤처지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 중요한 것은 빨리 가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걷는 것임을 산은 조용히 일깨워주었다.

이제 여든을 넘긴 나이가 되었지만 여전히 산길에 서면 가슴이 뛴다. 예전처럼 빠르게 오르지는 못해도 괜찮다. 천천히 걸으며 길가의 들꽃 하나를 더 오래 바라볼 수 있으니 오히려 지금이 더 좋을 때도 있다. 산은 내게 젊음을 준 것이 아니라 살아갈 이유를 주었다. 그리고 오늘도 나는 배낭을 메며 조용히 중얼거린다.

"산이 날 부른다."
"산이 보약이다."

그 말 한 마디면 나는 다시 길을 나설 힘이 생긴다.

덧붙이는 글 | 산이 보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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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산행#산이보약이다#북한산#국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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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균 (ydk3953) 내방

수필, 서예가로 활동중이며 틈날때 마다 등산을 하며 산행기를 쓰며 이런저런 사람들의 사람사는 이야기와 웃음이 함께하는 세상 이야기를 쓰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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