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스타벅스 '탱크데이' 이벤트 사과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6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이벤트 논란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 이정민
[기사 대체 : 오전 11시 29분]
스타벅스코리아의 '5.18탱크데이' 마케팅 파문과 관련해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정 회장은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자신의 거취나 경영 책임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사과는 했지만, 책임의 방식은 비워둔 '반쪽짜리 사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 회장은 26일 오전 9시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스타벅스코리아의 부적절한 마케팅 행사에 대해 사과했다. 남색 양복 차림으로 단상에 선 그는 가슴 안쪽에서 미리 준비한 흰 종이를 꺼내 들었다.
정 회장은 "5·18 민주화운동 유가족 여러분, 박종철 열사 유가족 여러분, 광주 시민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신세계그룹 회장으로서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리며 여러분들의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약 6초간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번 스타벅스코리아의 부적절한 마케팅으로 많은 분들께서 깊은 아픔과 분노를 느끼셨던 사실을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진상조사 결과 발표가 늦어진 데 대해서는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경위를 상세히 말씀드리기 위해서였음을 너그러이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책임' 언급한 정용진 회장, 정작 자신의 거취 표명은 없어
정 회장은 이날 사과문에서 책임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그는 "이유가 무엇이든 국민 여러분의 마음에 상처를 드린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며 "어떠한 변명도 하지 않겠다. 이번 일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 제 잘못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 회장의 사과는 여기서 멈췄다. 자신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고 하면서도, 그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회장직 사퇴나 스타벅스코리아 경영 관여 중단, 신세계그룹 내 직책 조정 등 본인의 거취와 관련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정 회장은 대신 내부 시스템 개선을 약속했다. 그는 "진심 어린 마음으로 다시 고객 곁으로 다가서겠다"며 "내부 시스템과 리스크 관리 체계를 근본부터 다시 점검하고 사회적 책임에 대한 기준도 더욱 높이겠다"고 했다. 또 "오늘의 사과를 끝이 아닌 시작으로 삼겠다"며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 국민 여러분의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도록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사과문을 마친 뒤 그는 다시 한 번 약 6초간 허리를 숙였다.
현장 직원들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정 회장은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전국 매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파트너 여러분께 따뜻한 시선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분들은 스타벅스 고객 한 분 한 분을 위해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성실한 직장인일 뿐"이라며 "책임은 조직과 저를 포함한 경영진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의 이번 직접 사과는 지난 19일 서면 사과 이후 일주일 만에 이뤄졌다. 당시에도 정 회장은 사과문을 내고 스타벅스코리아 대표와 담당 임원 해임 등의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오히려 불매 움직임과 시민사회 비판, 정치권 공방으로 확산됐다. 결국 정 회장이 직접 공개석상에 나서 사과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기자회견 역시 파문을 완전히 수습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정 회장은 "제 잘못"이라고 인정했지만, 그 잘못에 따른 자신의 책임 범위는 구체화하지 않았다. 대표와 임원은 물러났지만, 최종 책임자인 회장의 거취는 그대로 남았다. 경영진 책임을 말하면서도 정작 본인에게 적용될 책임의 형태는 밝히지 않은 셈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스타벅스 '탱크데이' 이벤트 사과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6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이벤트 논란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 이정민
다음은 정 회장의 사과문 전문이다.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여러분 앞에 무겁고 죄송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먼저 이번 일로 깊은 상처와 실망을 느끼신
5·18 민주화운동 유가족 여러분, 박종철 열사 유가족 여러분,
광주 시민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들께
신세계그룹 회장으로서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 드리며
여러분의 용서를 구합니다.
이번 조사 결과 발표가 늦어진 것은 철저한 진상 규명을 통해
경위를 상세하게 말씀 드리기 위해서였음을
너그러이 이해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번 스타벅스코리아의 부적절한 마케팅으로 인해,
많은 분들께서 깊은 아픔과 분노를 느끼셨다라는 사실을,
저는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국민 여러분의 마음에 상처를 드린 것은
그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어떠한 변명도 하지 않겠습니다.
이번 일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 제 잘못입니다.
저를 포함한 신세계그룹 구성원 모두 우리 사회의 역사와 희생을 기억하고,
늘 국민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고 존중하겠습니다.
다만 이 자리에서 간곡히 부탁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지금도 전국의 매장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수많은 스타벅스코리아 파트너들과 현장 직원들이 있습니다.
부디 이분들을 조금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분들은 스타벅스 고객 한 분 한 분을 위해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성실한 직장인일 뿐입니다.
책임은 조직과 저를 포함한 경영진에게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
지금은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앞으로 나아가려는 노력이
더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각자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고
더 나은 세상을 미래 세대에게 남겨주고 싶다는 마음 만큼은
우리 모두 같다고 믿습니다.
저를 포함한 신세계그룹 구성원 모두
이번 일을 통해 더 낮은 자세로 배우고, 더 노력하겠습니다.
더 많이 듣겠습니다.
더 무겁게 책임지겠습니다.
그리고 더 진심 어린 마음으로 고객 곁으로 다가가겠습니다.
내부 시스템과 리스크 관리 체계를 근본부터 다시 점검하고,
사회적 책임에 대한 기준도 더욱 높이겠습니다.
오늘의 사과를 끝이 아닌 시작으로 삼겠습니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서
국민 여러분의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도록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상처받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