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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참 친했었는데…'

가끔 생각난다. 내가 손절했거나, 나를 손절 시킨 친구들. 한때는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였다. 서로의 하루를 가장 먼저 공유했고, 남들은 모르는 비밀 하나쯤은 품고 있었다. "너한테만 말하는 건데…" 그 말 한 마디에 괜히 마음이 들떴던 시절.

지금 돌아보면 그건 거의 사랑에 가까운 우정이었다. 그런데 왜 멀어졌을까. 뭐가 그렇게 서운했고, 또 뭐가 그렇게 화가 났던 걸까.

솔직히 이제는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다만 그때 느낀 기분의 결만 희미하게 남아 있을 뿐. 우리는 서로에게 소원해졌고, 끝내 이해하려는 노력을 멈췄다. 만약 그들을 다시 만난다면 나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그리고 어떤 말을 건넬 수 있을까.

멀어졌으나 다시 만난 사람들

 <소라와 진경> 메인 포스터
<소라와 진경> 메인 포스터 ⓒ MBC

요즘 들어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여러 예능 프로그램들 때문이다. 최근 방송에서는 오래전 멀어졌던 연예인 친구들이 다시 만나 오해를 풀고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한때는 전 국민이 알 만큼 가까웠지만, 어느 순간부터 서로를 언급하지 않게 된 사람들. 사람들은 그 침묵 속에서 이미 관계의 끝을 짐작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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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들이 다시 마주 앉았다. MBC <소라와 진경>에 출연한 이소라와 홍진경이 그랬다. 두 사람은 한때 유명했던 '최진실 사단'의 멤버였고, 늘 함께 다니던 사이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서로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았다. 방송을 통해 15년 만에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오랜 시간의 틈을 사이에 두고 조심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첫 화를 보는데 나는 화면을 똑바로 쳐다보기가 어려웠다. 어색한 웃음, 말을 고르느라 생기는 짧은 침묵, 괜히 물 잔을 만지작거리는 행동들. 그 공기가 너무 생생해서 마치 내가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기분이 들었다. 홍진경이 먼저 대화의 물꼬를 텄다.

"언니, 예전에 그 아파트 사세요?"
"아니... 언니가 준 구찌 드레스 갖고 있어?"
"지금은 없지. 근데 그때 정말 잘 입었어요."
"근데 네가 나한테 존댓말 했었나?"
"그쵸, 언니. 저 존댓말 했어요. 언니한테 말 놓은 적 없는데."
"한 번도 없어? 확신해?"

두 사람은 과거를 재차 더듬었다. 하지만 너무 오랜 시간이 흐른 탓에 기억은 서로 조금씩 달라져 있었다. 홍진경이 이소라에게 쓴 편지에는 반말이 적혀 있었으니까.

다행히 프로그램이 이어질수록 두 사람 사이의 공백은 조금씩 메워졌다. 이제는 서운함을 따지기보다, 나이 들어 변해버린 서로의 모습을 받아들이며 파리 패션 위크 무대에 서기 위해 함께 도전을 해나가고 있다.

송은이와 김신영 역시 KBS 2TV 예능 <옥탑방의 문제아들>에서 4년 만에 다시 만나 멀어졌던 이유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김신영이 소속사를 옮기는 과정에서 관계가 소원해졌는데, 송은이는 "그때는 서운함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슬픈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가족처럼 연대하고 있었는데 '이젠 어떻게 해야하지'라는 혼란스런 마음이 들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신영이가 한 말의 의미를 알 것 같더라. 완전히 쿨했다는 아니고, 슬픈 마음은 있었지만 그걸 잘 해소했다"는 송은이의 말에 김신영은 "약간 울컥울컥하는 것도 있고, 선배님은 선배의 입장에서 섭섭함을 어떻게 감췄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며 이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영자와 정선희의 이야기도 비슷했다. tvN STORY <남겨서 뭐하게>에 출연한 두 사람은 7년 동안 연락을 끊고 지냈다고 했다. 정선희는 "서로 너무 아픈 일을 겪어서 얼굴만 봐도 상처가 떠올랐다. 암묵적으로 각자도생 하자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이영자 역시 "그 시절은 지금도 트라우마처럼 남아 있다.... 좋은 언니가 되어주지 못했던 건 아닐까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또 둘은 "싸워서 안 만난 건 아니고 각자 바쁘게 살다 보니 멀어졌다"고 설명했다.

어떤 관계는 멀어진 채로

 <소라와 진경> 한 장면.
<소라와 진경> 한 장면. ⓒ MBC

그들의 이야기를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대체 어떻게 친해지고, 또 어떻게 멀어지게 되는 걸까. 애정과 미움, 질투와 서운함 사이에서 상대의 잘못은 과연 얼마나 되는 걸까. 이별이란 건 내 안에서 커지고 뒤틀린 오해, 혹은 서로를 둘러싼 힘든 상황 탓이었던 건 아닐까.

프로그램 속 사람들은 과거를 함부로 덮지 않는다. 그렇다고 상처를 날것 그대로 헤집지도 않는다. 대신 조심스럽게 꺼내보고, 인정하고, 때로는 웃음으로 흘려보낸다. 어쩌면 그런 태도가 젊은 날의 뜨거운 우정보다 더 깊고 단단한 우정인지도 모르겠다.

예전의 나는 이런 식의 재회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한 번 끝난 관계는 끝난 거지. 관계는 깔끔해야 해.' 그렇게 무 자르듯 관계를 끊어내는 게 쿨한 태도라고 믿었다. 지나간 인연을 돌아보는 건 미련처럼 보였고, 그리움을 드러내는 일은 더더욱 하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이제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어떤 관계는 잠시 멀어지는 시간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시간은 때로 관계를 끝내는 것이 아니라, 다시 바라볼 수 있는 거리를 만들어준다. 또 지나간 감정을 흐리게 만들기도 하지만, 어떤 마음은 오히려 더 선명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서로를 조금 더 객관적이고 다정하게 바라볼 수 있게 만든다.

물론 이런 장면들을 본다고 해서 새삼 연락이 끊어진 친구들과 다시 연락을 한다거나 다시 인연을 이어갈 필요성을 느끼진 않는다. 어떤 관계는 멀어진 채로 두는 게 서로에게 더 좋은 결말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젠가 아주 우연히, 오래전 친구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예전처럼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이런 말을 건네고 싶다. 널 참 좋아했다고. 다만, 그때는 마음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게 많이 서툴렀었다고.

#소라와진경#옥탑방의문제아들#남겨서뭐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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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지 (joji0221) 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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