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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으면 부처가 될 수 있다'라고 말하는 부처님 오신 날. 책방에서 보내는 아침편지에 만해 한용운 시인의 <알 수 없어요>를 보내면서 '부처'라는 말은 '깨닫다'의 뜻이니, 오늘 하루 깨달음이 가득한 시간을 만들어 보자고 했다. 마침 일요일 이어서 아침 미사를 참석했는데, 사제께서도 '부처님 오신 날에 축하 박수 보냅시다'라고 선창 하셔서 종교를 넘어선 사랑의 정신을 듬뿍 안고 하루를 시작했다.
지역의 자연과 인문을 논하는 작은 모임에서 우연히 '시 낭송 행사' 제의를 받았다. 그런데 이왕이면 부처님 오신 날, 새만금 간척 개발로 풍경이 예전 같지 않은 안타까움을 간직한 망해사 앞뜰에서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한두 사람의 낭송일지라도 작은 씨앗을 뿌리는 마음으로 시작해보자는 권유를 받고 인문학당에서 기획한 '망해사 시낭송 - 창파의 시 노래 지경에 이르다'를 진행했다.

▲팽나무 아래에서 펼쳐진 '시낭송'망해사를 찾은 불자들과 함께 시낭송으로 자연과 인문을 노래한 시낭송회원들 ⓒ 박향숙
다행히 한국시낭송군산예술원 회장(채영숙)에게 참가 의사를 타진했더니 시 낭송가들이 기꺼운 마음으로 참여했다. 김제 진봉면에 위치한 망해사(望海寺)는 진봉산 능선을 베개삼아 만경강 하류 서해에 접하고 있으며 멀리 고군산 열도가 바라 보이는 곳에 있어서 풍경이 아름다운 곳으로 유명하다. 신라 때 창건 하였으나 조선 진묵대사가 낙서전을 세운 뒤 크게 번성하였고 그 후 흥망성쇠를 거듭하면서 오늘에 이른다.
오늘날 굴을 석화라 칭하는 유래가 진묵대사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흥미로운 얘기도 들었다. 바다를 바라본다는 이름과 달리 새만금 개발 이후 물길이 막혀 풍광이 크게 달라졌고 지금은 망해사 앞면에 광활한 새만금의 들판과 습지가 펼쳐져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새로운 풍광이어서 사진가들이 애호하는 장소가 되었다.

▲망해사에서 보이는 만경강 늪지 풍경새만금개발로 바닷물은 막혔지만 만경하류의 늪지풍경이 사진가들의 발길을 잡는다 ⓒ 박향숙
작지만 바다를 품었던 망해사에서 눈길을 끄는 것들이 많다. 석탑 옆 '바람의 종'을 세 번 치면 '그대의 바람이 온 법계에 울리도록'이라고 써 있는 말을 실감할 수 있다. 또 낙서전 바로 앞 500여 년 되는 팽나무 두 그루의 크기와 모양은 오월 어느 산천의 신록이라도 능가하는 웅장함과 길고 긴 삶의 역사를 보여준다. 망해사 낙조 역시 유명한 풍경인데 어느 해 만났던 해넘이의 풍경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부처님 오신 날이라 불자들의 방문이 많아서 시 낭송만을 위한 자리를 마땅히 준비하지 못했다고 주지스님은 미안해 했다. 하지만 망해사 바람의 종소리를 배경 삼아 낭송가들이 들려주는 시는 어떤 맛일까 기대하면서 작은 잔치의 문을 열었다. 시인 채영숙 님은 자작시 <망해사에서>를 낭송했다.
서해 물결 일렁이고 / 황홀한 노을이 스며드는 / 진봉산 안 품 망해사 낙서전 //
사백 년 느티나무 / 진묵대사 신장상 처럼 서서 /인간의 흥망성쇠를 / 말없이 내려다본다//
새만금 방조제가 들어서고 / 바다는 뭍이 되어 갔다//
있다가 사라지는 것 / 불경 한 줄보다 / 세상이 몸소 보여준다//
(중략)
강어귀 심포항 / 갈대밭 흔들리는 저녁이면 //
하나둘 사라져 간 조개들처럼 / 포구의 속 울음도 깊어진다//
오늘도 부처님은 / 말 없는 바다 앞에 앉아 / 묵언 수행하신다//
붉은 노을은 / 느티나무 가지 끝에 젖어 드는데
이외에도 한용운 시인의 <알 수 없어요>, 마종기 시인의 <우화의 강>,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신동호 시인의 <봄날 피고 진 꽃에 대한 기억>, 문효치 시인의 <사랑이여 어디든 가서>, 김형균님의 자작시 <어느 겨울 새만금에 가서> 등을 낭송했다.

▲망해사 바람의 종과 석탑만경강 하류 넘어 큰 바다 서해를 그리워하는 망해사 ⓒ 박향숙
어느 사이 망해사에 온 뭇 사람들이 자리에 앉아 시낭송 행사에 함께 했고, 무엇보다 새만금 개발로 인해 숨죽이고 있던 모든 생명 들, 하늘, 구름, 바람, 갈대, 사초, 저서생물들이 환호하면서 만경강 자락마다 뭉친 주름들이 잠시라도 웃음을 짓고 있는 것 같았다. 군산의 버스킹 노래 1세대인 오성렬 회원이 들려준 노래 '모란동백'을 합창하며 부처님의 탄생을 축하했고 중생들의 정성에 분명 모두가 부처가 되는 한마당이었다.
이 행사를 권유했던 최종영님은 김제 만경에서 지속 가능한 문화활동을 꿈꾸는 분이다. 특히 새만금을 중심으로 연결된 군산, 김제, 부안 등, 전북의 문화활동가들이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시작해보자는 그의 의견에 공감한다.
지역 문화활동이라는 것이 인간의 강한 의지와 통제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그의 말처럼, 노 없는 배를 타고 강을 건너며 달을 보는 것 같은 느낌으로, 물길이 흐르는 대로 바람이 이끄는 대로 아주 천천히 인간의 몸에 자연과 문화가 스며들길 바란다.
시 낭송의 매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대답했다.
"모든 자연 현상을 시 글로 한 그릇에 담아서 들려준 느낌의 맛, 온 동네 사람들이 느끼는 생수 맛!"
부처님 오신 날, 단 하나의 깨달음이라도 느낄 수 있었음은 감사할 일이다. 행사 후 자작시를 낭송한 채영숙님이 주신 제안을 생각해본다.
"망해사는 다른 절과 달리 새만금이라는 접경에 있다는 자체가 하나의 풍경입니다. 망해사 가는 길 만경의 넖은 농토는 옛 역사에서 농민 운동 민중봉기의 현장이었고, 현재 새만금을 구역을 바라보는 증거자인 망해사가 먼 훗날 후손들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많을 것입니다. 자연 속에서 인문의 이름으로 후손들에게 길이 남겨질 활동들을 하나씩 쌓아가면 좋겠습니다. 망해사와 상의해서 1년에 한번이라도 주기적으로 지역 예술가들이 함께 하는 문화의 장을 만들어가면 어떨까요."
첫 발을 떼었으니 두 번째 발은 바람 따라 물길 따라 이어지리라 믿는다. 무엇보다 현재 새만금을 둘러싸고 이루어지는 수많은 개발론, 그중 군산 지역에 하나 남지 않은 수라 갯벌과 주변 노거수 팽나무 지역을 공항으로 시도하려는 정책에 염려하며 자연의 소중함을 알고 행동하는 양심으로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으니 참으로 다행스럽다.
네 지역 내 지역 나눌 일이 아니라 최소 전북 지역이라는 하나의 공동체 입장에서 자연과 인문의 조화만이 후세에 면이 서는 일임을 깨닫고 소소하고 미미하지만 문화 활동이 그 중심에 있으면 좋겠다.

▲500여년 된 노거수 팽나무 두 그루 사이의 풍경바람소리와 함께 긴 세월 묵묵히 바다를 지켜온 망해사 팽나무의 풍경이 절경이다 ⓒ 박향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