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UPI=연합뉴스

세계의 관심 속에서 지난 14일 중국 베이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열렸다. 사실 미중 정상회담은 3월 말로 예정되었으나, 이란 전쟁으로 인해 40여 일 연기되었다.

미중 양국 정상은 회담 결과에 대해 호평했지만, 그 호평 만큼의 성과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라는 것이 외교가의 평가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의 의미를 평가하고, 이것이 한국에 미칠 영향을 짚어보기 위해 지난 20일 서울 경복궁역 인근에서 왕선택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대학 대우교수를 만났다. 다음은 왕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14일 중국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열렸잖아요. 총평해 주세요.

AD
"이번 베이징 미중 정상회담은 미중 전략 경쟁의 양상을 크게 바꾸는 계기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녀요. 2018년 7월 완전 단절을 의미하는 디커플링(de-coupling)으로 시작해, 2023년 4월 부분 단절인 디리스킹(de-risking)으로 갈등 수위가 완화된 바 있는데, 이번에 충돌 방지 단계인 디컨플릭팅(de-conflicting)으로 이동했어요. 이 점이 굉장히 중요해요.

미중 전략 경쟁은 계속되지만, 상대적으로 통제된 방식으로 진행될 거예요. 미국은 중국에 대한 압박 강도를 완화하고, 중국은 미국이 제시한 질서를 더 존중하는 방향으로 외교·안보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해요."

"갈등 수위 완화되고, 협력 커져... 우리에게는 긍정적인 뉴스"

- 이번 정상회담의 의미는 뭘까요?

"미국은 패권국이고 중국은 잠재적인 패권 도전국이에요. 미중 관계는 현재 국제 질서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죠. 그래서 미중 정상회담은 전략 경쟁의 양상과 방향, 수위를 수시로 재조정하고 재설정하는 과정이에요. 그런 차원에서 이번 회담은 전략 경쟁의 양상을 크게 변경시킨 중대한 외교 이벤트였어요."

- 미중 정상 회담이 한 달 연기되어 이번에 열린 거잖아요, 결과론적으로 보면 연기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연기한 배경은 이란 전쟁이 문제였어요. 미국이 이란 전쟁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는 상황에서 베이징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치르기에는 너무 혼란스러웠을 거예요. 시간을 벌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생각해요."

- 교수님이 주목한 부분은 뭐예요?

"미중 전략 경쟁이 앞으로 커질 건지 줄어들 건지, 갈등은 커질 건지 낮아질 건지, 커지면 어디가 문제고 줄어들면 어디가 좋아지는지, 이런 게 관심이에요. 미중 정상회담은 그런 주제를 논의하는 무대죠. 이번에는 갈등 수위가 완화되고 범위도 축소되면서 협력의 부분이 커졌어요. 우리에게는 긍정적인 뉴스라고 생각해요."

- 트럼프 대통령이나 시진핑 주석은 정상회담에 대해 호평했어요. 그런데 그만큼의 성과가 없었던 것 같은데.

"미시적인 쟁점 중심으로 보면 성과가 없었다는 결론에 동의할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미중 정상회담은 현안 쟁점도 중요하지만, 전략 경쟁이라는 구도를 어떻게 끌고 가는지가 더 중요해요. 그 부분에서 두 정상이 공감대를 만들어냈기 때문에 성과가 있었다고 봐요."

- 트럼프 대통령은 좀 시진핑 주석 비위를 맞추려는 모습이었던 반면, 시진핑 주석은 아니었던 것 같아 보입니다.

"두 사람의 리더십 특성과 회담 접근법이 달랐기 때문이에요.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을 미중 협력·공존 분위기로 전환하겠다는 의도로 임했고, 권위주의적 통치자를 선망하는 성향상 시진핑 주석에 대한 존경심을 자주 표명해요. 여기에 중국의 최상급 환대도 한몫했죠. 또 이란 전쟁 장기화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경제 협력 분야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시진핑 주석을 자극할 필요가 없었던 거예요.

반면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이 불리한 처지에 놓여 있는 만큼 더 많은 양보를 받아낼 기회라고 보고 고도의 긴장을 유지하며 담담한 태도를 보인 거예요. 여기에 최근 군부 최고위급 참모들을 대거 징계하는 강경 조치를 취하면서 국내 정치적으로도 심기가 불편한 상황이었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봐요."

- 정상회담 장소도 의미가 있나요? 이번에 정상회담이 열린 천단공원은 중국 황제가 하늘에 제사를 지냈던 베이징의 명소라던데.

"장소, 시간, 동선 모두 의미가 있어요. 이번에 특징적인 일정은 천단공원 방문과 중난하이 회담 두 가지였어요. 천단은 그 장소가 주는 엄숙성과 역사성 때문에 극진한 환대의 의미로 선택된 것으로 보여요.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1월에도 중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당시 시진핑 주석이 자금성을 완전 통제한 상태에서 트럼프 대통령만을 위해 공개한 적이 있어요. 이미 자금성을 보여줬으니 이번엔 천단공원이 선택된 것으로 봐요."

- 대만 문제는 어떻게 된 건가요?

"미중 전략 경쟁에서 대만 문제가 가장 중요한 사안이에요. 이번에도 핵심 의제였는데, 시진핑 주석이 협박으로 들릴 정도로 강경한 발언을 내놓았어요. 대만 문제에서 미국이 도발하면 안 된다는 메시지였죠. 트럼프 대통령은 별다른 반박을 하지 않았고, 많은 미국 언론은 시진핑 주석이 매우 강하게 나왔다고 평가했어요. 이번 회담 결과로 미국은 앞으로 대만에 대한 무기 수출을 다소 절제하고, 대만 고위 관리의 상호 방문 같은 외교 이벤트에서도 중국을 배려하는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해요."

- 그래서 대만은 배신감을 느끼는 것 같던데.

"아직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을 배신했다고 확정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에요. 2018년 이후 미중이 대만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갈등해 왔는데, 지금은 그 수위가 완화된 수준이에요. 다만 앞으로 미국이 중국을 배려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으로 예상해요. 과거 대만 고위 관리를 미국으로 초청하거나 미국 고위 관리가 대만을 공식 방문하는 사례들이 있었는데, 그런 것들을 앞으로는 자제할 것으로 보여요. 그렇게 되면 대만 문제를 놓고 미중 갈등 수위가 높아지지는 않겠죠. 대만이 불만 가질 수 있지만, 미국이 대만을 배신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 왜요? 이번에 시진핑 주석이 대만 문제 언급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들였잖아요.

"시진핑 주석이 대만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며 도발하면 안 된다고 경고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가만히 있었어요. 하지만 그 상황이 곧바로 대만 배신이 될 수는 없어요. 과도한 해석이에요.미국은 1972년 닉슨 대통령의 방중과 1979년 양국 수교 과정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이미 인정했어요. 대만이 별도의 독립 국가가 아니라는 점을 명백히 인정한 거죠. 중국은 그 약속에 따라 자국을 자극하거나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거예요. 그 원칙은 1979년 이후 지금까지 존중돼 왔어요. 그 원칙을 재확인한다고 해서 대만 배신이라고 말할 수는 없죠."

-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이나 합의문 발표가 없었던 것은 어떻게 보세요?

"트럼프 대통령 외교 방식에서 자주 발생하는 일이에요. 원래 정상회담은 양국 관리들이 사전에 대부분의 쟁점을 정리하고 정상들이 선택할 옵션을 준비한 상태에서 진행되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현장에서 자신의 직감에 따라 결정하고 싶어 하는 특성이 있어요. 그러다 보니 사전에 자료를 준비하거나 회담 직후 즉시 합의문을 만드는 게 어려워지죠. 이를 톱다운 방식이라고 해요.

톱다운 방식은 국민에게 친절하게 설명한다는 차원에서 보면 민심을 거역하는 것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처럼 리더십이 강하고 정치 양극화가 심각한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아요. 그래서 공동 기자회견이나 합의문 발표가 미뤄지는 건 트럼프식 외교에서는 당연한 일이에요."

- 미중이 북한에 대해 이야기 했다고 해요. 어떤 이야기가 오갔을까요?

"추측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요. 다만 북한 문제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빠질 수 없는 의제예요. 한반도 안정이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중요한 이슈이고, 한국과 북한이 각각 미국과 중국에 요구하는 사항도 있으니까요. 이번에 한국이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미 정상회담 개최 방안을 양쪽에 제안했을 가능성이 있어요. 중국은 사전에 북한과 의사 교환을 했을 것으로 보이고, 미중 정상도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을 것으로 생각해요."

-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을 원했는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안 간 걸까요, 아니면 시도 자체가 없었을까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원했을 수 있지만, 사전 준비 과정에서 북한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봐요. 중국도 북한이 동의한다면 주선할 수 있겠지만, 가만히 있는 북한을 설득해서 베이징에 오라고 권고할 정도의 중재 의지는 없었을 거예요. 북미 정상회담에서 성과가 나올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했을 테니까요.

북한이 회담에 나온다면 핵무기 보유 인정이나 경제 제재 해제를 요구했을 텐데, 트럼프 대통령이 쉽게 동의할 수 없는 조건이에요. 거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정상회담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었고요. 이런 복합적인 이유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지 못한 것으로 봐요."

- 20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정상회담 했잖아요.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에게는 실리,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체면을 챙겨주는 데 치중했다는 평가도 있던데.

"두 사람에 대한 의전이 달랐어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상상을 초월하는 최상급 환대를 해줬어요. 천단공원이나 자금성 같은 국가 문화 시설을 다른 사람은 못 오게 하고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해 개방하고 시진핑 주석이 직접 안내하는 건 일반적으로 있을 수 없는 수준이에요. 공항 영접도 권력 서열이 높은 한정 국가 부주석이 나갔어요.

푸틴 대통령은 의전은 최상급이었지만 상궤를 벗어나는 조치는 없었어요. 공항 영접도 권력 서열은 낮지만 외교 분야에서 시진핑 주석의 최고 참모인 왕이 외교부장이 나갔죠. 어느 쪽이 더 좋은 대접을 받았는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아요. 시진핑 주석이 상대방과의 관계에 맞춰 균형 있게 맞춤형 의전을 제공한 것으로 보여요."

"미중 관계 변화하는 만큼 우리 외교 전략도 바꿔야"

 왕선택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대학 대우교수 (자료사진)
왕선택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대학 대우교수 (자료사진) ⓒ 이영광

- 앞으로 미중 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2018년 이후 8년간 이어진 미중 전략 경쟁의 갈등 수위가 완화되면서 두 나라 간 협력이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해요. 미중 전략 경쟁으로 불편했던 많은 나라들이 안도할 것 같고요. 다만 전략 경쟁이 끝난 건 아니에요. 갈등 수위가 낮아졌을 뿐 긴장과 갈등 자체가 사라진 건 아니라는 점은 명심할 필요가 있어요."

-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하지 않겠다'는 기조가 강해지는 상황에서, 이번 회담 결과가 우리 정부의 외교 전략에 던지는 시사점은 무엇입니까?

"미중 관계 국면이 변화하는 만큼 우리 외교 전략도 바꿔야 해요. 미중 갈등 수위가 완화되면서 그동안 이루지 못했던 협력 요소들을 확대할 기회가 생겨요. 그런 것들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게 당장의 과제예요.

다만 미중 갈등 수위가 낮아지면 우리에게 불리한 측면도 있어요. 2018년 이후 미국이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면서 중국의 기술·경제 발전이 지연됐고, 덕분에 한국이 중국에 추월당하지 않고 오히려 격차를 늘릴 수 있었어요. 앞으로 미국의 압박이 완화되면 중국이 기술·경제 발전을 가속해 한국을 바짝 추격해 올 거예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기술 강국의 위치를 지키고 국가를 발전시킬 것인지 고민해야 할 때예요."

- AI 같은 건 이미 중국이 우리나라를 앞선 것 아닌가요?

"첨단 기술 분야를 다 아는 건 아니지만, 4차 산업혁명 관련 핵심 기술이 10개쯤 있다고 보면 5개는 미국이 최강이고 4개는 중국으로 알려져 있어요. 나머지 하나를 놓고 한국, 독일, 일본, 네덜란드, 영국이 각축전을 벌이는 양상이에요.

한국이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전반적으로 뒤떨어진 건 현실이지만, 모든 것이 뒤처진 건 아니에요. 반도체처럼 앞선 부분도 있고,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중국에 대한 상대적 우월성을 보일 수 있는 분야도 있어요. 중국도 정치·사회적으로 취약한 요소가 있고요. 국가 규모를 고려하면 한국에는 여전히 많은 기회가 열려 있어요. 200여 개 나라 중에서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강점이 있는 분야가 몇 개 있다는 것 자체가 고무적이에요. 그 성과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중요해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의소리에도 실립니다.


#왕선택#미중정상회담#트럼프#시진핑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연재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독자의견0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