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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지키 소스오이를 듬뿍 넣었다 ⓒ 김선아
얼마 전, 친구와 처음으로 아이를 동반하지 않고 여행을 다녀왔다. 정말 오랜만에 경험한 어른들의 여행 은 새삼 '아, 이런 느낌이었지' 싶었다. 고기와 회, 내장 요리, 매운 음식, 과자와 빵까지 삼시 세끼는 물론 간식까지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었다. 하루에 거의 3만 보씩 걸으며 밤마다 사케와 하이볼, 맥주를 곁들였다.

▲일본여행 중 먹었던 맛있는 음식들 ⓒ 김선아
3박 4일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출발할 때 입었던 바지의 단추는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돌아오면 절대 몸무게 재지 않겠다.'
두려움을 외면하듯 비행기 안에서 했던 결심이었다. 하지만 그 다짐은 저녁이 되자 허무하게 깨졌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체중계에 올라 2.5kg 증가를 확인했다. 설마 했지만 눈앞의 현실을 마주하니 뻔히 알면서도 재고, 알면서도 놀랐다. '급찐급빠'가 시급했다. 빨리 찐 살은 빨리 빠질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당장 시작하기로 했다.
냉장고를 열었다. 무엇을 먹으면 살을 뺄 수 있을까? 오이 하나가 있었고, 시들기 직전의 딜이 보였다. 예전에 샌드위치를 해 먹겠다며 사둔 리코타 치즈와 플레인 요거트도 있었다. 예전에는 다이어트라고 하면 일단 굶는 것부터 떠올렸다. 하루 한 끼를 먹거나 샐러드만 억지로 먹는 식이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빨리 빼는 것보다 오래 버틸 수 있는 방식이 더 중요해졌다. 먹어도 큰 부담이 없고, 속을 가볍게 비워주는 음식이 필요하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요거트였다. 더 꾸덕한 그릭요거트를 만들기 위해 요거트를 면포에 걸러 하룻밤 유청을 빼기로 했다.
다이어트를 오래 버틸 수 있게 해주는 특별한 소스

▲그릭요거트 유청분리 과정 ⓒ 김선아
다음 날 아침, 유청이 빠진 요거트는 훨씬 꾸덕한 질감이 되어 있었다. 시중에서 파는 꾸덕한 그릭요거트가 100g에 3000원 안팎이라면, 일반 그릭 요거트는 400g에 3500원 정도다. 유청을 분리하기만 해도 비슷한 질감의 요거트를 훨씬 저렴하게 만들 수 있다. 빠져나온 유청도 버릴 필요가 없다. 우유를 더해 리코타 치즈를 만들거나 팬케이크 반죽에 넣으면 더 맛이 좋다. 비슷한 음식으로 버터를 만들고 남은 액체를 '버터밀크'라 부르며 따로 판매하는 나라들도 있으니, 조금만 손을 보태면 버릴 것 없는 꽤 괜찮은 선택이 된다.
하지만 이날은 유청까지 활용할 정신은 없었다. 얼려둔 다진 마늘을 꺼내려고 냉동실을 열었더니, 얼려둔 딸기가 보였다. 꺼내 잼을 만들기로 했다. 오이를 얇게 썰어 소금에 절여두고, 그동안 딸기를 대충 썰어 냄비에 설탕과 함께 올렸다. 딱히 어려운 과정은 없었다. 중간중간 저어주다 보니 어느새 집 안에 달콤한 냄새가 퍼졌다. 그 사이 차지키 소스도 완성됐다.

▲딸기쨈 만들기 ⓒ 김선아
차지키 소스는 그릭요거트에 오이, 마늘, 딜 같은 허브와 레몬즙을 넣어 만드는 그리스식 소스다. 새콤하고 시원한 맛이 매력이다. 대학생 때 호주 여행에서 먹었던 수블라키 샌드위치의 소스로 처음 접했다. 맛은 상큼하면서도 묵직했고, 고기와 무척 잘 어울렸다. 어릴 때는 음식에 큰 관심이 없어 그저 사 먹기만 했지만, 나이가 들수록 좋아했던 맛을 직접 만들어 먹게 된다.

▲차지키 소스 만드는 법 ⓒ 김선아
요리를 마치고 체중계에 다시 올라갔다. 전날, 여행에서 사 온 과자를 아이 선물이라는 핑계로 먹지 않았고, 저녁도 굶어서였을까? 1kg가 빠져 있었다. 너무나 뿌듯했다. 그렇게 다이어트 1일 차는 성공적으로 시작된 것 같았다.
다시 식탁 위에는 차지키 소스 한 통과 막 완성한 딸기잼이 놓였다. 냉동실에 있던 빵을 꺼내 차지키 소스를 듬뿍 바르고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함께 먹었다. 그러다 냄비에 남은 따뜻한 딸기잼을 빵에 먹었는데, 그 맛이 정말 천국 같았다. 차지키 소스의 새콤함 뒤에 딸기잼의 달콤함이 이어지니 결국 빵 한 조각을 더 먹었다.
'과연 내 급찐급빠 다이어트는 성공할 수 있을까.'
잠시 의문이 들었지만, 그래도 아침부터 그릭요거트와 오이를 먹지 않았는가. 그렇게 나는 희망찬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오이를 듬뿍 넣은 차지키 소스 위에 매콤하게 페퍼프레이크를 더했다 ⓒ 김선아
차지키 소스는 다이어트용으로 생각보다 쓸모가 넓다. 요즘의 다이어트는 예전과 조금 달라진 것 같다. 무조건 참는 방식보다 익숙한 음식 안에서 덜 부담스러운 선택을 찾는 쪽에 가까워졌다. 닭가슴살 샌드위치에 넣으면 퍽퍽함이 줄고, 당근이나 샐러리에 찍어 먹으면 그 자체로 훌륭한 간식이 된다.
타코에 사워크림 대신 올리면 조금 더 가볍고 산뜻한 느낌이 나고, 매운 과자에 얹어도 의외로 잘 어울린다. 그릭요거트 기반이라 단백질이 있고, 일반 마요네즈나 크림소스보다 부담이 덜한 편이다. 최근 방송인 최화정도 다이어트 음식으로 소개한 바 있다.
몸을 가볍게 하고 싶다면, 유산균 듬뿍에 맛도 좋고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차지키 소스를 한 통 만들어두는 것도 괜찮겠다. 미식여행 후 냉장고 앞에서 다이어트를 고민하는 사람에게는 제법 든든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차지키 소스]
▶ 재료
플레인 그릭요거트, 딜, 오이 1개, 다진 마늘 1/2큰술, 레몬즙 약간, 소금, 후추
▶ 만드는 법
① 플레인 요거트는 하룻밤 유청을 빼 꾸덕하게 만든다.
② 오이는 얇게 썰어 소금에 절인다.
③ 요거트에 물기를 뺀 오이, 다진 마늘, 레몬즙, 다진 딜, 소금, 후추를 넣고 잘 섞는다.
* 오이는 취향에 따라 양을 조절한다. 소스 형태로 사용하고 싶다면 오이를 조금 덜 넣고 더 잘게 다져 넣으면 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 인스타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