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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5.21 14:03최종 업데이트 26.05.21 14:03

무너진 공공의료와 돌봄, 2026 지방선거가 답해야 할 시간

건강세상네트워크 토론회가 짚은 서울 공공의료와 돌봄의 현실

대한민국 의료 인프라가 가장 집중된 수도 서울, 그러나 그 화려한 이면에는 생명을 위협받는 시민들의 절박한 현실이 존재한다. 소아 응급 환자가 병실을 찾지 못해 구급차 안에서 숨을 거두고, 국내 최고 수준의 대형 병원 간호사가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졌으나 수술할 의사가 없어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는 이제 서울에서도 일상이 되었다.

이 가운데 지난 5월 13일 수요일, 건강세상네트워크는 '2026 지방선거 보건의료 이슈 토론회'를 개최하여 후퇴하는 공공의료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대안을 논의했다. 특히 이번 토론회에는 각 분야의 현장 활동가와 관계자들이 참여하여 현장의 구체적인 실태와 정책적 과제를 제시했다.

기조 발제를 맡은 나백주 건강세상네트워크 공동대표를 비롯해 이서영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 사무국장(공공의료), 문명순 공공운수노조 서울희망간병분회장(간병·돌봄), 최유진 경기도 이민사회통합지원센터 보건의료팀장(이주민 정책), 김다정 청년유니온 집행위원(청년정책),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홈리스 건강권)가 발제자로 나서 관련 현황을 진단했다.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우리는 우리의 공공의료가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물어야 한다.

무너진 공공의료 인프라와 후퇴한 공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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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정 출범 당시 시민들과 약속했던 원지동 서울형 공공병원, 강북 어린이 공공병원, 은평구 공공재활병원 신설 계획은 사실상 무산되거나 추진 일정 없이 표류하고 있다. 서울시 공공의료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공공보건의료재단은 지원단으로 격하되어 행정의 부속기구로 축소되었고, 돌봄노동의 공공성을 담보하던 서울시 사회서비스원과 팬데믹 이후를 대비할 감염병연구센터는 아예 폐지되었다.

반면, 실효성 논란과 예산 낭비 지적을 받는 '손목닥터 9988' 사업에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심지어 시민의 건강 데이터를 민간 실손보험사와 연계하여 사실상 민영 보험사의 이익을 돕는 방향으로 변질될 우려까지 낳고 있다. 공공의료를 확충해야 할 자리에 '웰니스 관광'과 같은 수익성 사업이 자리 잡으면서, 보건의료의 공공성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노동과 삶의 벼랑 끝에 선 청년과 돌봄 노동자

공공성이 사라진 자리에 남겨진 것은 불안정한 환경에 내몰린 노동자들의 고통이다. 플랫폼 노동, 프리랜서 등 불안정 노동에 종사하는 청년들은 고물가와 주거 불안정 속에서 자신의 건강을 돌볼 '시간 주권'마저 상실했다. 이들에게 질병은 곧 소득 단절을 의미하기에, 당장의 생계를 위해 건강을 소모하며 극심한 우울증과 건강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청년 1인 가구도 야간과 휴일에 안심하고 진료받을 수 있는 '청년 주치의 제도'와 아프면 쉴 수 있는 상병수당의 전면 확대가 시급하다.

또한, 돌봄의 최전선에 있는 간병 노동자들의 권리는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 일주일에 최대 144시간을 병원에 상주하며 고강도 노동과 감염 위험에 노출되어 있지만, 이들은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업무 중 다쳐도 산재보험조차 적용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들의 희생을 담보로 유지되는 돌봄은 결코 지속 가능할 수 없으며, 공공병원의 간병 노동자 직접 고용과 산재보험 적용 등 필수적인 노동권 보장이 즉각 이루어져야 한다.

제도의 장벽에 가로막힌 홈리스와 이주민의 건강권

의료 안전망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홈리스와 이주민의 상황은 더욱 참담하다. 홈리스의 경우, 정부와 지자체가 지정한 '노숙인 진료시설'에서만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제한하는 현행 제도의 한계로 인해 병원 문턱조차 넘기 힘들다. 더욱이 서울시의 의료비 지원을 받으려면 근로소득이 차상위계층 기준(월 약 128만 원) 이하여야 한다는 가혹한 조건 때문에 아픈 몸을 이끌고 일과 치료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이주민 역시 심각한 언어 장벽과 정보 부족으로 의료기관 이용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건강보험이 없는 미등록 이주민은 일반 수가의 6~10배에 달하는 국제 수가를 부담해야만 한다. 결핵과 같은 치명적인 감염병에 걸려도 막대한 진료비 부담과 사후 관리 부재로 인해 치료를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이주민 다국어 포털 구축, 공공 기반의 의료 통역 시스템 마련, 그리고 장기적인 의료비 지원 체계가 필수적이다.

시민의 연대로 다시 쓰는 건강한 사회

이번 건강세상네트워크의 토론회를 통해 확인했듯, 의료 약자들이 소외되고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현실은 공공이 제 역할을 포기했을 때 발생하는 필연적인 결과다. 2026년 지방선거는 행정의 축소와 시장화로 점철된 보건의료 정책의 방향을 다시 '공공'과 '시민'으로 되돌리는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무너진 3개 공공병원 신설 약속을 즉각 이행하고, 공공보건의료재단과 사회서비스원 등 기존의 공공 인프라를 복원해야 한다. 나아가 예산 수립부터 정책 집행, 평가의 전 과정에 시민과 당사자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시민참여형 건강정책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건강한 사회는 위에서 내려오는 행정의 시혜적 약속이 아니라, 가장 취약한 이들의 고통에 응답하는 시민들의 연대와 참여로만 완성될 수 있다. 차기 지방선거에서 보편적 건강권 보장과 공공의료 확충이 가장 뜨거운 의제로 다뤄지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건치신문, 한겨레에도 실립니다.


#건강세상네트워크#공공의료#건강권#지방선거#보건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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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세상네트워크는 시민과 함께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건강권 시민운동단체입니다. '건강'은 모든 사람이 누려야 할 기본적 권리임을 선언하며 2003년 4월 출범했습니다. www.konkang21.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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