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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5.21 11:50ㅣ최종 업데이트 26.05.25 09:56

벚나무 숲 아래 역사와 문학이 흐르는 대전 테미오래

대전이 '노잼'이란 말은 옛말인가. 유명 빵집을 거쳐 맛집과 대전 주변을 둘러보는 당일 투어나 1박 투어 재미가 쏠쏠하다는 입소문이 온라인에 퍼진 지 오래다. 대전이 '꿀잼' 도시가 되었다는 말로 들린다.

유명 빵집 투어를 위해 대흥동 성당 앞 주변으로 줄지어 기다리는 진풍경은 흔한 일상이라고 한다. 이미 전국적으로 알려진 사실이다. 대전 사람들이라면 빵을 가득 담은 커다란 봉투를 들고 자랑스럽게 배회하는 젊은이들을 자주 본다고 한다. 대전역이나 서대전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그 빵집 앞엔 '임산부는 프리패스' 안내까지 내걸려 있을 정도이다. 임산부 배려 차원이라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지난 16일, 필자 역시 그 줄에 끼어 맛있는 빵을 사 먹고 싶었지만, 시간 관계상 아쉬움을 뒤로하고 대전의 또 다른 볼거리 보문산 근처 '테미오래'로 향했다. '테미오래'는 1932년 일제강점기에 충남도청이 공주에서 대전으로 이전하면서 조성된 충남도지사 공관 촌이다. 2012년까지 충남도지사와 국장급 공무원들이 실제 공관으로 거주했던 곳이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공관 촌이란다.

 옛 충남도지사 공관으로 들어가는 테미오래 거리.
▲옛 충남도지사 공관으로 들어가는 테미오래 거리. ⓒ 김병모

이 공관 촌은 테미고개 넘어 아름드리 벚나무 숲 아래 근현대 건축물과 당시 공관구조의 감성을 느껴볼 수 있다. 일제강점기 도지사 공관으로 쓰던 이 건축물은 해방 후에도 충남도지사 공관으로 활용해 왔다. 최근 충남도청이 내포 신도시로 이전한 후 대전시가 이 공관들을 매입하여 시민을 위한 '테미오래' 문화예술 힐링 공간으로 꾸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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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공관은 6.25 전쟁 때 정부가 대전으로 옮겨 오면서 초대 이승만 대통령의 관저로 사용되기도 했다. 이승만 대통령은 무쵸 주한 미국대사와 협의하여 연합군이 참전하도록 한 역사적인 현장이기도 하다.

'테미오래'라는 이름은 2018년 대전시민들의 공모작으로 테미는 인근 테미고개에서 따온 지역 이름이고, '오래'는 한 동네가 이웃을 이루며 살아가는 순우리말이다. 흥미롭게도 '테미오래' 발음을 하다 보면 '테미로 오라'는 느낌이 절로 난다. 테미오래 공관 촌은 근대와 현대의 건축양식이 어우러진 공간과 노송이 굽이굽이 뻗은 정원들이 아름답다.

대전시 중구 보문로 205번길에 위치한 '테미오래' 길을 따라 옛 충남도지사 공관에 들어서니 내현관과 주현관으로 구분되어 있다. 공적공간과 사적 공간을 구분하기 위한 건축구조물 같다. 내현관은 가족과 관리 인력이 사용하는 생활 공관으로 보인다. 반면 주현관은 외부 손님이 사용하는 공식 출입구로 응접실과 객실로 연결되어 있다. 그중에서 제2응접실은 도지사가 손님을 맞이할 때 사용하던 공간이라고 한다. 나중에 도지사의 집무실로 사용되기도 했다고 한다.

도지사 공관이 일제강점기에 건축되었음에도 실내구조가 다다미방과 온돌방이 뒤섞여 있는 것으로 보아 한국의 기후에 적응하기 위해 온돌을 도입한 것으로 보인다. 공관 내실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벽난로 등 서양식 구조가 곳곳에서 보인다. 당시 일제강점기 시대 상황을 엿볼 수 있다. 내실로 들어서면 전시된 옛 추억의 사진들 속에서 우리들의 할머니와 어머니 모습과 밥심으로 살아가던 시대의 기억을 되살려보는 생활 공간이 엿보인다. 그리하여 그것들이 대전의 문화로 축적되고 있었다.

무엇보다 도지사 공관 동 동찰(棟札)이 이채롭다. 동찰은 집을 지을 때 올린 대들보 위에 기록된 상량문의 일본식 표기이다. 그 동찰에는 '봉상동 천어중주대신(奉上棟 天御中主大神)'이라 쓰여 있다. 일본 신화에 등장하는 창세 신을 상량(上梁)으로 봉헌한다는 의미다. 동찰에 소화 7년이라 기록된 것으로 보아 당시 연대기를 알 수 있다. 충남도지사 공관이 일제강점기 1932년에 건축되었다는 귀중한 자료이다. 이 동찰은 2020년 도지사 공관 소방시설 공사 중 2층 천장 내부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아쉽지만, 테미오래 공관 촌을 뒤로하고 바로 근처 문학이 머무는 공간, '대전테미문학관'으로 갔다. 문학관에 들어서자 "문학은 구원을 약속하지 않지만, 고통을 견디게 한다"라는 표현이 눈에 띈다. 분위기가 맑고 깨끗하여 최근에 개관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지만, 그 표현만으로도 문학관이 예사롭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침 문학관에서는 2026년 대전테미문학관 개관기념 특별전(2026. 3. 27~ 6.30)이 열리고 있었다. "경계 위의 문장: 신채호와 백석, 유랑의 기록"으로 문학관 개관 첫 번째 기획전이라고 한다. 대전에서 북경까지 단재 신채호와 고향에서 다시 고향까지, 백석"이라는 주제로 전시된 듯하다. 단순한 지리적 경계를 넘어 익숙한 세계의 질서와 낯선 타자가 충돌하고 교차하는 역동적인 사유의 지점을 화두로 내세우는 것 같다. 그 경계에 선 인물이 바로 단재 신채호와 백석 시인.

유독 눈에 띈 것은 분단으로 묻힌 세계적인 천재 시인의 시들을 역은 <백석 시집,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이다. 그 책을 한 장 한 장 곱게 넘기며 시를 읽어 내려간다. 그 대표적인 시가 바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이다. 이 시는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린 작품으로 유명하다.

아쉬움을 무릎 쓰고 돌아서는데 자필 사인이 깃든 시집 한 권이 귀중품답게 유리창 속에서 살포시 속살거린다. 백석 시인 자신이 자비로 발행했던 백석 첫 시집 <사슴>이다. 이 시집은 희귀본으로 필자 역시 처음 본 작품이다. 더욱 놀랍게도 백석 시인이 시집 <사슴>을 처음 펴낸 후, 자필 사인하여 선배인 김영랑 시인에게 선물했던 것으로 보인다. "영랑형, 백석"이라는 자필 사인이 선명하다.

내년 봄쯤 아름드리 벚꽃 숲 아래 꽃비를 맞으며 역사와 문학이 흐르는 '테미오래' 길을 다시 한번 걷고 싶다. 게다가 백석 시인이 자필 사인한 첫 시집 <사슴>을 다시 한번 보는 것만으로도 꿀-잼 대전 '테미오래'에 갈 일이 생겼다.

#테미오래#옛충남도지사공관촌#대전테미오래문학관#벚꽃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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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병모 (mo6503) 내방

본인은 오마이뉴스, 대전일보 등 언론사나 계간 문학지에 여론 광장, 특별 기고, 기고로 교육과 역사 문화, 여행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인간관계에서는 따뜻한 시선과 심오한 사고와 과감한 실천이 저의 사회생활 신조입니다. 더불어 전환의 시대에 도전을 마다하지 않고 즐기면서 생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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