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는 지난 17일
'최근 극우화 사태는 구식 도덕, 구식 사회 교과서 영향'(https://omn.kr/2i81s)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시했다. 이 기사는 2025년 7월의
'한국 15점, 유럽 90점... 초중등학교 시민교육 강화 시급하다'(https://omn.kr/2eotx)라는 기사를 참조하여 한국의 초중등학교 시민교육이 심각한 상태임을 부각하면서, 구식 도덕, 사회 교과서가 문제의 근원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처럼 교과서가 문제라는 식의 비판이 과연 타당한지는 상당히 의문스럽다.
우선 기사에서는 "우리나라 교과서는 교과 내용과 실제 생활의 불일치, 지식과 태도의 괴리 그리고 체제 유지의 도구로 전락할 위험성이 꾸준히 지적됐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지적이어서 어떤 부분이 얼마나 문제인지 확인하기 어렵지만, '체제 유지의 도구로 전락할 위험성'이라는 지적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교과서를 통해 유지하려는 체제가 자본주의인지, 권위주의인지, 아니면 특정 정권인지 특정하기가 어렵지만, 1970-80년대의 '국민윤리'를 떠올리며 말하는 것이 아니라면, 어떤 부분이 체제 유지의 도구가 될 위험성을 지니는지 구체적으로 지적할 필요가 있다.
내가 20여 년 동안 정치와 법, 사회와 문화, 경제 등의 교과목을 가르치는 교사를 길러내는 사범대 일반사회교육과에서 교수 생활을 하고, 또 교과서의 검증 과정에 참여해 본 경험으로 말한다면, 현재의 사회과 교과서가 체제 유지의 도구로 전락할 위험성은 거의 없다. 물론 급진적 시각에서 자본주의 체제 유지의 도구라고 말한다면, 그런 면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민주주의에 기초한 자본주의 사회라는 현실적 조건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면, 교과서의 내용에 자본주의의 불평등과 시장경제에 대한 비판과 민주주의와 복지국가 체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부분이 두루 담겨있다는 점에서. 체제 유지의 일방적인 도구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또 이 기사에서는 한국교육개발원의 연구를 참조하여, 도덕과의 경우 "자율성보다 타인과 공동체를 위한 도덕 생활을 강조하거나, 타인의 불의에 대한 무관심을 조장하고, 국가주의·국수주의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라는 지적을 언급하고 있다. 그런데 공동체적 도덕을 강조하면서 타인의 불의에 무관심하도록 조장한다는 말은 모순적이다. 그리고 도덕 교과서에는 타인의 불의에 무관심하도록 조장하는 내용은 기본적으로 담길 수 없다. 물론 부분적으로 국가공동체를 강조하는 내용이 국가주의나 국수주의의 위험성을 지닐 수 있지만, 동시에 문화 다양성을 다루면서 다문화 교육을 강조하는 내용도 담겨있다는 점에서, 단순하게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구식'이니 '재래식'이니 하면서 도덕과 사회과 교과서를 일방적으로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평가절하하는 것은 전혀 타당하지 않다. 그동안 교육과정은 지속적으로 개정되어 교과서의 내용도 시대 변화에 맞추는 방향으로 꾸준히 개선되었다.
물론 유럽의 독일이나 프랑스 교과서들과 비교하여 한국 교과서의 내용이나 서술 방식, 교수-학습 방법 등이 (민주) 시민교육에 미흡하다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이를 근거로 낡은 교과서 때문에 10대와 20대가 극우화하여 내란을 방치하게 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만약 구식 도덕, 사회 교과서가 최근 청년들의 극우화 경향에 영향을 주었다고 주장하려면, 어떻게 동일한 교과서로 공부한 많은 청년들이 탄핵 촛불집회에 참석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또 왜 동일한 교과서로 공부한 수도권의 청년들, 영남의 청년들, 호남의 청년들이 윤석열의 계엄과 탄핵에 대해 서로 다른 태도를 지니게 되었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이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교과서에 대한 국제 비교를 통해 독일이나 프랑스에서는 초중등학교 시민교육에 적합한 교과서를 가지고 있어서 민주시민을 제대로 길러내고 있음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듯하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와 달리 지금 독일과 프랑스의 현실은 '문제는 교과서에 있지 않다'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기사에서 제시된 교과 내용 비교 채점표를 보면, 독일과 프랑스의 교과서 내용은 한국의 교과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한국은 5점 만점에 평균 0점에 수렴하고 있는데, 독일은 평균 4점 정도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제대로 민주시민교육을 받아온 독일의 청년들은 왜 지금 극우 정당(AfD, 독일을 위한 대안)을 점점 더 지지하게 되었을까? 이러한 양상은 프랑스 청년들도 비슷하다.
결국 청년들의 극우화는 단순히 시민교육과 관련된 교과목과 교과서 내용의 문제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라기 보다는, 일부 청년들이 극우적, 또는 배타주의적, 폐쇄적 태도나 가치관을 추구하도록 만드는 사회현실과 관련된 문제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민자들의 증가와 다문화주의의 확산에 대한 불만이 중요한 요인이다.
사실 한국 사회에는 이처럼 청년들의 가치관이나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면, 학교 교육, 특히 교과서에 문제 있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경향이 널리 퍼져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제 식민 지배, 민족해방 운동, 독도 영유권 등에 대한 청년들의 잘못된 인식이 불거졌을 때, 역사의식이 문제라고 비판하면서 역사교육, 한국사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부상했던 현상이다.
일부 비판적, 진보적 지식인들과 이들에 호응하는 기성세대의 사람들은, 너도나도 역사의식의 부족은 한국사교육의 부족에 기인한다고 하면서 교과서를 제대로 만들고 교육 시간을 늘려 역사의식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런데 그동안 한국사 수업 시수를 늘리고 한국사능력검정시험까지 도입하였지만, 역사의식이 높아졌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 오히려 극우적 경향의 청년들은 친일, 반북, 반중 의식에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처럼 역사의식이 교과서 내용을 늘리고 또 한국사 수업 시간을 늘린다고 높아지는 것이 아니듯이, 마찬가지로 민주 시민의식이 교과목 만들고 수업시수 확보한다고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역사의식이든 민주 시민의식이든 중요한 점은 청소년들이 사회현실에 대한 다양한 이해와 경험을 통한 공감을 넓혀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 하는 점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특정 교과목에서의 교육만으로 역사의식이나 민주 시민의식이 형성되리라 생각해서는 안 되며, 다양한 교과 내용과 체험 활동을 통해 형성해 가야 할 과제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교과서만 바뀌면 민주시민교육이 이루어질 것이고, 민주시민교육을 하면 청소년들이 모두 민주시민이 될 것이라는,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도식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게다가 역사의식이든 민주 시민의식이든 어떤 통일된 의식을 형성하겠다는 생각은 오늘날 다원화된 민주주의 사회에 어울리지도 않는다.
물론 청년들의 극우화가 교과서 때문이라고 할 수 없고, 아이들이 교과서대로 자라지 않는다고 해서 교과서가 불필요하고 또 교육이 불필요한 것은 전혀 아니다. 우선 청소년들이 어떤 이념이나 가치에 매력을 느낄 것인가는 교과서 내용이나 교육만으로 결정되지 않으며, 그들의 가족적, 사회경제적 배경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교육이 이들이 민주주의 공동체 사회에서 주체적인 시민으로 성장하여 자기 주도적으로 가치관과 태도를 형성해 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도덕이나 사회과 교육이 비판적 사고력, 자립적 판단력의 함양에 성공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에는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물론 이것이 극우화 성향을 낳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중요한 점은 한국의 도덕이나 사회과 교과서가 청년들의 극우화에 영향을 주었다고 말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한국의 청소년들이 비판적 사고력과 자립적-주체적 판단력을 지닌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과서 내용과 교수-학습 방법을 혁신하려는 노력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이 대목에서 앞에서 언급한 기사에 나오는 한국과 독일·프랑스 교과서 내용 비교 자료에 대한 해석은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한국 교과서의 점수가 극단적으로 낮게 나온 사실이 교과서가 낡았다거나 형편없다고 판단하는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우선 한국의 도덕, 윤리나 사회과 교과서들은 검정교과서 제도에 따라 일반적이며 공통된 교과 내용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다. 이것은 학생들의 입시 부담 등을 고려하여 교과서에서 가르치는 내용을 줄이라는 사회적 요구를 반영한 것인데, 이에 따라 특정한 사회적 주제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해 다양한 시각에서 사고하고 토론하는 내용을 담아내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교과서 내용이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기준이 기계적 중립을 추구하도록 만들어 다양한 논쟁적 내용들이나 자료들을 포함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반면에 프랑스나 독일의 사회과 교과서들은 중요한 주제들에서 다양한 문제 제기(질문)와 이에 대한 대답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서술되어 있어서 내용이 풍부하다. 그래서 한국과 비교하면, 교과 내용과 다양한 수업 방식이 서로 쉽게 결합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프랑스 교과서는 시민자격(citizenship, 시민성)을 핵심어로 삼아서 민주주의 사회의 다양한 주제와 쟁점들을 다루고 있고, 독일 교과서는 정치교육을 통해 민주주의 사회의 시민적 자질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물론 다른 사회적 주제와 쟁점들도 다양하게 다룬다.
이처럼 교과서의 내용, 구성, 서술 방식 등에서의 차이에 주목해 보면, 기사에서 제시한 설문지의 비교 항목들과 질문 내용들은 사실상 프랑스나 독일의 교과서 서술 방식에 잘 호응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중요한 주제들을 중심으로 일반적 내용을 담는 데 그치고 있는 한국 교과서는 이러한 평가 항목들에 조응하기 어렵다. 그러니 기본적으로 좋은 점수가 나올 수가 없다. 이런 면에서, 기사에서 제시한 설문지의 평가 항목과 채점 기준은 한국 교과서와의 국제 비교에는 그리 적합하다고 보기 어렵다.
그렇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아있다. 그것은 낡은 교과서가 극우화에 영향을 준다는 식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의 학교 교육을 통해 비판적 사고력이나 자립적 판단력을 형성하기 어렵다는 문제이다. 특히 교과서 내용이 풍부하지 못하고, 기계적인 정치적, 이념적 중립에 치우쳐 특정 주제나 쟁점을 둘러싼 다양한 시각의 자료들을 제공하기가 어려워서 기본적으로 토론과 논쟁을 활성화하기 어렵다. 그러니 수업을 통해 사고력이나 상상력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한국의 시민교육이나 사회과 교육에서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주제나 쟁점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들이 공정하게 논쟁할 수 있도록 교과서의 서술 방식과 교수-학습 방법을 바꾸는 일이 시급하며, 이 과정에서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합의안을 적용하여 토론과 논쟁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이처럼 한국 민주시민교육의 중요한 문제점은, 교과서가 민주시민교육에 미흡하여 청년들의 극우화를 막지 못한다는 점에 있다기보다는, 시민으로서 주체적 의식 형성에 취약하여 학생들의 사고력, 상상력을 키우는 데에 한계를 보인다는 점에 있다. 말하자면 교과서 내용을 바탕으로 비판적, 주체적 사고력과 상상력을 키우는 방식으로 교육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교과서 내용만으로는 학생들이 토론과 논쟁을 통해 현실적 상황에서의 자기 이해(해석) 능력을 키우기 어렵고, 학교 내외에서의 다양한 경험이나 체험 활동을 통해 시민의식을 형성하기도 어려운 조건에 놓여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국 사회에서 초중등교육을 통해 청소년들을 민주시민으로 육성해 가려면, 한편으로는 기계적인 정치적 중립성 논리에서 벗어나 교과서의 주제들과 내용들, 서술 방식 등을 혁신하여 수업을 통해 다양한 사회적 주제들이나 사회문제들에 대해 다양한 이념적, 정치적 의견들이 서로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무엇보다도 수업 외의 다양한 교내외 활동들을 통해 생활 속에서 민주적 삶을 실천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하여 다양한 사회적 주제에 관한 토론과 논쟁, 공동 학습과 공동 활동, 교내외 체험 활동 등을 통해 사회현실에 대한 이해와 자기 이해를 넓히면서 주체적인 사고와 비판적 사고를 형성하고 또 민주시민의 태도를 습득해 나가도록 하는 것이 민주시민교육, 사회과 교육의 대안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물론 독일과 프랑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이러한 민주시민 교육이 극우적 사고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개인들이 민주시민으로서 주체적,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태도와 능력을 형성하는 데에 도움을 줄 것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민주주의 자체를 훼손하는 극단화된 사고가 확산하는 경향을 억제하는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더 생각해 볼 점은, 한국 사회에는 초중등학교 교육 현장에서 이러한 대안적 시민교육 방안을 실현하는 것을 방해하는 강력한 요인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바로 중등교육이 입시 중심의 경쟁 교육과 성적 중심의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하는 '대학 서열 체계'이다. 그러므로 한국 사회의 청소년들이 시민교육을 통해 비판적 사고력, 주체적 판단력을 갖춘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려면, 무엇보다도 대학 서열 체계를 완화하여 입시 중심 경쟁 교육을 해체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