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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이면 딸과 함께 교회를 간다. 학창 시절 교회에 발을 끊었던 딸이 얼마전부터 다시 가기 시작했다. 고마운 마음에 일요일 아침, 준비가 조금 늦어져도 시계를 쳐다보거나 딸의 방문 앞에서 슬쩍 쳐다보기만 할 뿐 재촉은 하지 않는다. 늦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내려놓으니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
지난 주에도 늦게 일어나서 시작 시간을 못 맞출 것 같았는데 많이 늦지는 않았다. 본당에는 이미 만석이 되어 3층 영상 예배실로 올라갔다. 자리에 앉을 때 살짝 망설이게 된다. 앞에 누가 앉냐에 따라서 시야 전체가 가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누가 앉을지 알 수 없어서 쓸데없는 고민이긴 하다.

▲딸과 함께 교회에 다닌다. ⓒ joshapplegate on Unsplash
앞자리 안쪽에 앉았다. 키가 작지 않은 나도 앞에 키가 큰 분이 앉으면 화면으로 보는 것은 포기하고 소리만 들어야 한다. 작고 아담한 딸은 앞에 덩치가 큰 남성분이 앉으면 앞에 옹벽이 있는 느낌이 들 것이다. 딸처럼 체구가 자그마한 여성분이 않기를 바랐다.
찬송 중간쯤 되니 성도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우리 앞 줄에 누군가가 다가왔다. 고개를 들어 보니 아. 그토록 바라지 않던 키와 덩치를 두루 갖춘 분이 오셨다. 딸의 시야 앞에는 그 분의 넓은 등만 보였다. 모니터에 나오는 예배팀의 얼굴도, 화면에 나오는 자막도 완전히 가려진 상태였다.
오래 믿어온 나는 앞이 보이지 않아도 집중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소리만 들려도 예배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병아리 신도인 딸은 앞이 완전히 막혔으니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고 집중이 안 되다 보면 졸릴 수도 있다. 그도 저도 아니면 핸드폰을 보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니 안 되겠다 싶었다. 자리를 바꿔야 할까 말까. 자리를 바꿔야 할 것 같은데 언제 바꾸지. 지금 바꿀까? 아니면 기도할 때 바꿀까. 나의 예배는 이미 안드로메다로 가고 있었다.
찬송이 끝나고 봉헌기도 시간이 되었다. 그 잠깐의 시간에 빛의 속도로 딸의 무릎를 건드리고 손으로 자리를 바꾸자는 신호를 보냈다. 딸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쳐다 보다가 자리를 바꾸었다. 딸과 자리를 바꾸고 나서 이제 됐다 싶었다. '아뿔싸' 딸의 자리에 앉고 보니 앞의 모니터가 잘 보이는 것이었다. 앞의 남성분 옆 자리가 비어서 그 방향으로 시야가 뻥 뚫려 있었다.
반면 나와 바꾼 자리는 남성분의 두상으로 반은 가려졌다. 황당한 상황에 헛 웃음만 나왔다. 딸에게 귓속말로 "네 자리가 안 보이는 줄 알고 바꿨는데 여긴 잘 보이고 내 자리가 안 보였네"라고 말하는데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한 모습에 부끄러워졌다.
딸과 자리를 바꾸고 나서야 딸의 자리에 문제 있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 전혀 잘못된 것이 아니었고, 나의 시선에서 비롯된 섣부른 판단이었음을 알았다. 그 순간 그동안의 나의 행동과 말이 필름처럼 지나갔다.
잘 다니고 있는 학원을 '엄마 생각에는 여기로 옮기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엄마 생각에는 이렇게 해야 할 것 같아', '엄마 생각에는 그건 아니야'라고 했던 숱한 말들, 생각과 주장이 얼마나 많았던가. 내 자리에서 아이들을 판단하고 내 생각을 강요했던 지난 날을 꺼냈다.
집으로 오면서 딸에게 그 순간 느꼈던 생각과 마음을 얘기했다. "오늘 엄마 마음대로 자리를 바꾸고 나서야 알게 되었어. 그동안 엄마 입장에서 너에게 했던 말들과 주장이 오늘 에피소드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사과했다. "너의 상황을 지레짐작하고 엄마 맘 대로 판단해서 미안했어"라고.
딸은 웃었다. 엄마는 그때 그럴 수밖에 없었을 거라고 말했다. 지금의 딸은 당시의 엄마라는 자리가 그럴 수밖에 없었을 거라고 오히려 이해해준다. 나의 자리에서 보면 학창 시절의 딸이 답답해 보였는데 실은 괜찮았고, 나름 나쁘지 않았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된다. 이제는 꽉 막혀 보여도 조금만 벗어나면 틈새가 있고, 그 사이로 세상을 보게 될 딸의 자리로 살며시 들어가 보려고 한다. 그리고 지금의 마음이 변하지 않기를 바라며 글로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