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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그리고 스승의 날까지 다 5월에 들어 있다. 아이가 어렸을 땐 어린이날을 챙겨주었고 어버이날엔 양가 부모님께 마음을 전하곤 했었다. 낳아주시고 키워주신 은혜에 보답하는 날이라 정성을 다했다.

언제부터인가 장미꽃이 피는 5월에 부부의 날이 추가되었다. 부부의 날을 알게 된 건 우연한 기회였다. 2000년대 중반, 동네 목욕탕에서 옆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결혼기념일처럼 부부가 함께하는 기념일이 더 생겼다는 생각 외에 별다른 이벤트 없이 그날이 그날인 것처럼 평범하게 살았다.

어느 순간 어린이날이나 어버이날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조금은 쓸쓸한 날이 되어버렸다. 가정의 달을 이대로 외롭게 지내기엔 아직 내 청춘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이인삼각 경기처럼 발맞춰 걸어야 할 옆자리는 부부밖에 없다. 서로에게 기대고 응원하는 조력자가 있는 것만으로 나는 지금 행복하다고 감히 말해 본다.

 결혼 37주년을 맞은 우리 부부.
결혼 37주년을 맞은 우리 부부. ⓒ harlimarten on Unsplash

나는 남편과 부부가 되게 해 주신 분이 있다. 바로 돌아가신 시어머니이시다. 남자친구(현재 남편)와 사랑을 키워가던 어느 날이었다. 부산에 사는 남자친구 집에 놀러 간 적이 있다. 무려 40여 년 전의 일이다. 결혼을 약속한 사이가 아닌 그저 서로를 알아가는 좋은 관계에 있을 때였다. 처음으로 여자친구를 집으로 데려온다는 말에 반찬 걱정이 되셨던지 어머니는 부엌에서 배추겉절이를 만들고 계셨다. 빨간 고무장갑을 끼신 어머니를 뒤로하고 방으로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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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뭐 좀 도와드릴까요?"
"아이다, 아이다. 방에 들어가라. 춥다."

주뼛거리며 방으로 들어갔던 기억이 있다. 첫 만남이 어머니께는 좋은 기억으로 남으셨는지 갑작스레 결혼 이야기를 꺼내셨다. 남자친구는 공기업 시험 준비 중일 때라 직장도 없었고, 나 역시 결혼을 하기엔 여러 준비가 되지 않았다. 홀어머니와 두 동생을 돌봐야 하는 남자친구의 입장은 확고했다. 아직 결혼할 시기가 아니라며 극구 어머니의 말씀을 따르지 않았다.

만날 인연은 만나고 결혼할 인연은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맺어지는 것인지, 급히 양가의 상견례가 이루어졌다. 상견례가 있는 날,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결혼 날짜를 잡으셨다.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우리의 결혼은 상견례 후 보름 만에 치러졌다. 어머니가 불도저처럼 밀어붙인 결과였다. 어머니는 아버님을 일찍 여의고 삼형제를 키우며 사셨다. 결혼 후 시가에서 함께 살기 시작했을 때였다. 어머니께서 아버지(나의 시아버지)가 마지막 가는 길에 남겨주신 말씀이 있다고 하셨다.

"내가 일찍 가서 미안하다. 대신에 며느리 만큼은 좋은 사람으로 꼭 보내줄게."

어머니께 그 말을 전해 들으니 왜 그리 결혼을 서둘렀는지 이해가 되었다. 그러나 내게 남은 숙제는 과연 좋은 며느리가 될 수 있을까였다. 나는 좋은 며느리는 되지 못했지만, 어머니의 고단했던 생을 한 여성의 삶으로 바라보며 그 처지를 이해하려 애썼다. 요즘도 종종 남편과 이야기를 나눈다. 어머니의 추진력이 없었다면 우린 결혼하지 못했을 수도 있었겠다고.

"어머니 덕분에 결혼 잘했지. 어머니가 아니었으면 아직도 난 혼자 살지도 몰라. 부족한 나를 만나 이렇게 잘 살아줘서 고맙네."

올해 우리 부부는 결혼 37주년을 맞았다. 긴 세월이 흐르는 동안 큰 다툼 없이 잘 지내왔다고 자부한다. 둘이 만나 하나가 되게 해 주신 건 어머니 덕분이다. 5월 21일 부부의 날에 남편을 위해 소고기 한 근을 끊어 놓았다. 머리가 허옇게 서리 내릴 때까지 옆자리를 지키며 같은 곳을 바라보며 서로에게 기대고 응원하는 멋진 부부로 살아갈 것이다.

인생의 봄날에 불도저처럼 만나 어느새 서른일곱 번의 계절을 함께 보냈다. 이제 남은 계절은 서두르지 않고, 서로의 보폭을 맞춰가며 천천히 걷고 싶다. 세상의 부부들 역시 아이들의 평온한 울타리가 되어주기 위해 함께 발맞춰 가기를 소망한다. 건강하게 사랑하고 때로는 친구처럼 의리를 지키며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부부의날#권재도목사님#기념일#울타리#어린이가행복한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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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가 좋아서 세종사이버대 문예 창작학과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마음을 다해 정성껏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현재 브런치 작가입니다. 사는 이야기를 주로 씁니다. 가끔 음식 이야기도 씁니다. 삼강 문학상 수필 부문 신인상 당선. 2026 글로벌경제 시니어신춘문예 동화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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