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전지난해 8월 철도노조가 청도 열차사고 안전대책 마련을 촉구히며 서울역에서 농성에 돌입했던 장면 ⓒ 철도노조 제공
GTX 삼성역 공사에서 철근 누락 사태가 발생하며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민자철도의 구조적 부패를 끊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철도노조는 지난 17일 성명을 통해 "이윤을 앞세운 민자철도의 구조적 부패, 이제는 끝내야 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번 사태의 배경으로 GTX-A 노선 핵심 거점인 삼성역 복합환승센터에서 발생한 심각한 부실 시공 문제를 지목했다. 지하 5층 기둥 80개 중 절반 이상에서 주철근이 설계 기준의 절반 수준으로 시공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수익성 중심 민자사업 구조가 부실 낳아"
철도노조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시공사의 과실이나 우연한 일탈이 아닌 민자사업 구조가 빚어낸 필연적 결과로 규정하며 전면 개혁을 촉구했다.
GTX-A 삼성역 복합환승센터에서는 안전의 핵심 구조물인 지하 5층 기둥 80개 중 두 줄로 배치돼야 할 주철근이 한 줄만 시공된 것으로 확인됐다. 준공 구조물을 기준으로 검증한 결과, 전체 80개 기둥 중 50개가 구조 안전 기준에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 수십만 명의 시민이 이용하는 광역철도 핵심 시설의 구조적 안전성이 크게 훼손된 상태로 방치돼 있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더욱 심각한 점으로 결함이 발견된 이후의 대처다. 철근 누락 사실이 처음 확인된 것은 지난해 11월이었으나 이후 6개월간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채 관리된 것으로 나타났다.
철도노조는 성명을 통해 "이번 사태는 단순한 시공 오류가 아니다"라며 "철도 안전을 수익의 하위 개념으로 취급해 온 민자사업 구조가 빚어낸 필연적 귀결"라고 성토했다. GTX-A 노선이 민간투자사업(BTO) 방식으로 추진되면서 시공과 운영 수익성이 공공의 안전보다 우선시되는 구조적 유인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노조는 또한 민간 시행사가 비용 절감을 이유로 자재와 시공 품질을 타협하고, 발주·감리·시공이 중층적으로 분리된 체계 속에서 책임 소재가 흐려졌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공공 감독기관 역시 개통 일정 압박 속에 형식적인 감리에 머물렀다고 주장했다.
"속도·비용 절감 논리, 현실과 괴리"
철도노조는 민자철도 도입 당시 제시된 '속도'와 '비용 절감' 논리가 이번 사태로 설득력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철도노조는 민자사업이기 때문에 더 빠를 것이라던 기존의 주장과 달리 6개월간의 은폐 기간을 거치면서 당초 공언했던 올해 상반기 개통 일정은 사실상 불투명해졌다고 지적했다. 속도를 내기 위한 민자 방식이 오히려 부실시공을 낳았고, 이를 수습하느라 개통이 지연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초래됐다고 밝혔다.
노조는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30억 원의 보강 공사비를 전액 부담하겠다고 밝힌 부분해 대해 이를 '빙산의 일각'이라고 일축했다. 구조 결함을 재검증하는 비용, 대대적인 감사 비용, 개통 지연에 따라 수도권 시민들이 감내해야 할 막대한 사회적 손실 비용은 어디에도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노조는 "민자사업은 초기 건설 단계의 비용을 민간이 일시적으로 부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수십 년간 고액의 운임 수익과 각종 수익 보장 구조를 통해 국민의 혈세와 이용자의 부담으로 비용을 회수하게 된다"며 "이는 '비용 절감'이 아니라 미래로 책임을 미루는 '비용 이연(移延)'일 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결과적으로 속도도 잃고 비용 절감도 없이 부실 구조물과 은폐 관행만 남았다는 성토다.
"30억짜리 강판 보강으로 면죄부 줄 수 없다"
서울시는 기존 설계 이상의 강판 보강 공사를 통해 안전성을 확보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시공사 역시 공사비 전액을 부담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철도노조는 지자체의 이 같은 대책을 '면죄부 발급 시도'로 규정하며 반발했다. 애초에 구조물의 핵심 뼈대가 누락된 상태에서 단순히 강판을 덧대는 보강 공사만으로 본래의 구조적 안전성을 완전히 회복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노조는 철저하고 객관적인 검증을 위해 국토교통부 주관의 형식적인 공인기관 검증을 넘어 "노동자와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독립적인 안전 점검 체계"를 구성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공사비를 시공사가 부담한다는 사실이 이번 사태의 본질적인 책임을 결코 대신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GTX 노선 확대 전면 재검토하라"
현재 정부는 GTX-A·B·C 등 기존 노선에 이어 추가 노선 확대를 수도권 교통 대혁신의 핵심 공약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철도노조는 이러한 민자철도 확대 기조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첫 사례이자 기준이 될 GTX-A 노선 핵심 거점에서부터 부실 시공 문제가 드러난 상황에서, 대안 없이 사업을 확대하는 것은 '국민 안전 위기의 확대'와 다름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철도노조는 정부와 국회를 향해 민자철도 전반의 안전 실태를 전수 조사하고, 수익성 논리가 시민의 생명과 안전 기준을 잠식하지 못하도록 공공 감독 체계를 전면 재설계할 것을 촉구했다. 나아가 향후 추진될 모든 민자 철도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고, 국가 재정사업으로 전환하여 추진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철도는 단순한 비즈니스 모델이나 대기업의 수익 창출 도구가 아니다. 매일 아침 출근길에 오르는 평범한 직장인들, 학교로 향하는 학생들, 수많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실어 나르는 핵심 교통 공공재다.
이윤 추구라는 자본의 동기가 안전이라는 절대적 가치를 압도하고 대체하도록 방치하는 한 이번 GTX-A 삼성역의 철근 누락 사태는 끝이 아니라 재앙의 시작일 수 있다. 정부와 민간 사업자들은 "이윤 앞에 안전이 굴복하는 구조를 이제는 끝내야 한다"는 철도 노동자들의 경고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