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15~16일, 1박2일간 '지리산 둘레길 걷기' 숙박형 체험학습에 나선 전남 순천 송산초 2학년 학생들.
지난 15~16일, 1박2일간 '지리산 둘레길 걷기' 숙박형 체험학습에 나선 전남 순천 송산초 2학년 학생들. ⓒ 송산초

전남 순천 공립 송산초는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2박3일 동안 학교가 텅텅 비어 있었다. 1~6학년 전교생 76명과 교장 교감 등 교원 11명 포함 교직원 15명 모두가 2박3일(1, 2학년은 1박2일) 숙박형 현장 체험학습에 일제히 뛰어들었기 때문.

무인도에서 의식주 해결, 자전거 종주, 지리산 종주

이 학생들이 간 곳 또한 여느 학교와 다르다.

AD
전남 순천만길 걷기(1학년), 지리산 둘레길 걷기(2학년), 여수 무인도에서 의식주 해결(3학년), 영산강 자전거 종주(4학년), 대중교통으로 서울 여행(5학년), 지리산 종주(6학년).

더욱 특이한 것은 이 현장 체험학습에 전교생 중에 빠진 학생이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다. 특수반 학생도 참여했다. 이 체험학습에 반대한 교원도 단 한 명이 없었다. 이재명 대통령 말처럼 '구더기 무서워 장독 없애기'가 벌어지기도 하는 한국의 학교 현장에서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했던 것일까?

18일, 이 학교 A교장은 <오마이뉴스>에 "일회성 체험학습보다 미래 아이들에게 필요한 힘을 기르는 도전형 체험학습이 중요하다는 구성원들의 공유가 오랜 기간 학교 문화로 자리 잡은 결과"라면서 "교사가 교육과정에 따른 체험학습을 주도하지만, 학부모들도 학급별로 2~3명이 직접 체험학습 도우미로 나서 학생의 안전과 생활을 돌보는 등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 신뢰 관계가 있으니까 가능한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우리 학교 학부모들은 체험학습 준비 과정과 사전교육부터 참여하고 있다"라고도 했다.

물론, 송산초에도 여느 학교처럼 체험학습에 대한 위기가 찾아오기도 했다. 체험학습을 진행한 다른 지역 교사가 잇달아 재판에 시달리면서 이 학교 교원들도 체험학습에 대해 불안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자 이 학교 학부모회와 학교운영위원회가 나섰다. 지난해 이 학교 학부모들은 자체 회의를 열고 "우리 학부모들은 체험학습 과정에서 사고가 생겼을 경우 교원에게 법적 책임을 묻지 않겠다"라는 서약서를 쓰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와 올해 이 학교 전체 학부모는 체험학습 출발 전 한 장의 서약서를 학교에 냈다. 올해 4월 29일에 낸 '2026학년도 현장 체험학습 학부모 동의서'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다. 이 동의서에 이 학교 전체 학부모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일제히 서명했다.

-학생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지도하나, 예기치 못한 사고 발생 시 학교 담당 교사는 민형사상 책임을 부담하기 어려움을 이해합니다.
-학교는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지만, 사고 발생 시 보호자께서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음을 확인합니다.

 지난 14~16일, 2박3일간 '영산강 자전거 종주' 숙박형 체험학습에 나선 전남 순천 송산초 4학년 학생들.
지난 14~16일, 2박3일간 '영산강 자전거 종주' 숙박형 체험학습에 나선 전남 순천 송산초 4학년 학생들. ⓒ 송산초

이 학교 임경환 학부모회 총대표(전 학교운영위원)는 <오마이뉴스>에 "우리 학부모들은 위험을 감수하고 교육활동을 진행하는 선생님들께 보답하기 위해 서약서를 쓰기로 했다"라면서 "이것이 법적으로 효력이 있느냐 없느냐를 떠나서 선생님에게 감사함을 이렇게나마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만약 사고가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특정 교사 개인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학교 공동체가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는 문화가 만들어진다면 아마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교육활동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학부모회장 "공동체가 문제 해결해야"...교장 "면책 서약에서 면책권으로 확대를..."

이 학교 A교장도 "우리 학교에서 현장 체험학습은 학부모의 지원활동과 더불어 '교원에게 책임을 묻지 않겠다'라는 동의서(서약서) 등이 서로의 신뢰를 가져오는 학교의 공동체 문화가 있어서 가능했다"라면서 "그 어떤 법적 제도도 교원과 학부모, 서로에 대한 신뢰가 구축되지 않으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음처럼 강조했다.

"학부모 동의서가 사실 법적 효력이 없다는 것을 우리 교원들은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교원들은 이것을 학부모들이 우리를 신뢰하는 징표로 봤기 때문에 현장 체험학습에 나선 것이다. 이제 이런 우리 학교 차원의 서약서에서 발전시켜 교육부나 교육청이 체험학습 관련 '교사 개인에게 책임을 지우지 않는 면책권'을 확대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체험학습 확대에 도움이 크게 되리라 생각한다."

교육부는 조만간 현장 체험학습 관련 교원 면책권 확대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송산초#현장체험학습#학부모서약서#면책서약#면책권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독자의견1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