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5월 17일, 성남시의료원 앞 숯골마당에서 제46주년 5·18 민주화운동 성남 기념식 및 사진전 ‘오월의 꽃, 오늘의 빛’이 개최되었다. ⓒ 문진석
5·18을 하루 앞둔 17일, 쨍하게 내리쬐던 오후 두 시의 햇볕 아래 성남시의료원 앞 숯골마당에서 제46주년 5·18 민주화 운동 성남 기념식 및 사진전 '오월의 꽃, 오늘의 빛'이 개최됐다.
숯골마당 맨 앞의 작은 무대 뒤에는 5·18 민중항쟁 추모탑이 그려진 커다란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무대 앞의 넓직한 계단과 뒤편의 그늘이 진 곳에는 약 백 명의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기념식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 사이에는 6·3 동시 지방선거 운동 기간을 맞아 시민들과 악수를 나누는 지역 정치인들이 있었다.
무대 왼편 거리로 이어진 쪽에는 팔레스타인의 비극적인 역사와 이스라엘과의 전쟁으로 황폐화된 가자와 서안 지구의 참상을 알리는 사진과 글이 전시돼 있었다. 무대 뒤편 오른쪽 사거리로 이어진 길에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의 비극을 담은 사진들과 1980년 6월 광주의 참상을 알리기 위해 분신한 성남 출신의 김종태 열사의 초상화,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풍자하는 그림이 전시돼 있었는데 지나가던 몇몇 시민들이 관람을 위해 발길을 멈추기도 했다.

▲성남시의료원 앞 숯골마당에서 개최된 제46주년 5·18 민주화운동 성남 기념식 및 사진전 ‘오월의 꽃, 오늘의 빛’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풍자 초상화가 길가에 전시되어 있다. ⓒ 문진석
이날 기념식은 식전 장구춤 공연으로 시작해 민중의례와 헌화, 기념사, 5·18 항쟁사 보고 순서로 진행됐다. 이어 두 차례의 추모공연과 추모사, 추모시 낭송, 그리고 시민단체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사람들'의 인사와 소개가 이루어졌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으로 마무리됐다.
어려움 속에서도 광주 민주화 운동의 뜻을 기억하다
이날 행사는 성남 지역의 노동조합과 종교단체, 그리고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사람들'을 비롯한 여러 시민단체가 참여했다. 이 행사 주최 측의 심우기 공동집행위원장은 올해 5·18 민주화운동 성남 기념식은 5·18이 국가 기념일임에도 불구하고 성남시의 지원이 없어 "시민·사회단체들이 자발적으로 연대해 기념행사를 하자는 결의와 제안을 통해 행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박민수 민주노총 성남하남광주지부 사무차장은 연설에서 "1992년에 처음 5·18 영상을 접했거든요. 그때 큰 충격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 영상에서 봤던 광주 시민들이 태극기를 들고 애국가를 부르며 평화롭게 행진하는 모습이 이전에 알던 것과 완전히 상반된 것이었다고 회상했다. "그 이후 매년 망월동 진격투쟁은 일상이 됐다. 만약 2024년 불법 계엄이 성공했더라면 민주노총은 물론이거니와 성남에서도 많은 분들이 고초를 겪을 상황이었다."
한편, 박민수 사무차장은 행사 직후 진행한 인터뷰에서 5·18 당시 광주의 참상이 일부 젊은이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음을 우려했다. 다만, 이런 지역 행사를 통해 주민들이 5·18의 진실을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 또한 재작년 민주열사 김종태 기념사업회의 주관으로 열린 김종태 민주열사의 추모식에 참여한 것이 계기가 돼 지난해부터 성남에서 개최되는 5·18 기념식에 참석했다고 한다. 그는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는 게 더 의미가 있는 것 같아서 '같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성남시의료원 앞 숯골마당에서 개최된 제46주년 5·18 민주화운동 성남 기념식 및 사진전 ‘오월의 꽃, 오늘의 빛’에 참여한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기념식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 문진석
박민수 사무차장은 또한 이러한 행사에 지역 정치인들이 바빠도 시민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분들이 잠깐 스쳐 가는 시간처럼 이렇게 있는 게 좀 아쉬운 대목이라 생각이 든다. 하지만 정치인 분들도 5·18에 영령들에 대한 마음이 저희들과 같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가오는 6·3 동시 지방선거에 성남시의원 가선거구에 출마한 현지환 진보당 수정구 지역위원장은 이 기념사에 온 지역 정치인들 중 끝까지 자리를 지킨 몇 안 되는 사람이었다. 그는 각 지역에서 열리는 5·18 기념행사들이 기억을 되새기고,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을 체득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현지환 성남시의원 후보는 "지역의 청년단체들도 광주로 직접 5·18 기행을 하러 내려갔다"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역사, 정치, 문화 분야에서 시민들이 계승하고 이어 나가야 할 부분들을 함께 새겨 가며 발전해 나갔으면 한다는 바람 또한 전했다. "저도 청년 시기에 그러한 기행들에 참여했다. 마찬가지로 성남의 시민사회는 열사들의 삶과 5·18에서 이야기됐던 정신들을 계승하는 삶을 이어가려고 하고 있다."
광주에서의 기억을 통한 팔레스타인과의 연대
시민단체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사람들' 소속 강민주 활동가는 행사 후 인터뷰에서 이 기념식을 통해 연대의 가치와 저항의 정당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에 5·18이 있는 것처럼, 팔레스타인에는 '나크바의 날'이 있다고 말했다. '나크바'는 아랍어로 대재앙을 뜻하는 말로, 5월 15일 '나크바의 날'은 1948년 이스라엘 독립 선언 전후로 팔레스타인인 약 70만 명이 고향에서 강제로 쫓겨난 대재앙을 기억하고 추모하기 위해 제정된 날이다.

▲성남시의료원 앞 숯골마당에서 개최된 제46주년 5·18 민주화운동 성남 기념식 및 사진전 ‘오월의 꽃, 오늘의 빛’에 참가한 시민단체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사람들' 소속 활동가가 전시물을 설치하고 있다. ⓒ 문진석
강민주 활동가는 연설을 통해 한국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대학원생의 글을 소개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 글이 자신이 소속된 단체의 활동과 나크바의 날, 그리고 광주에서의 비극을 연결 지어 설명해 준다고 덧붙였다. 그는 연설에서 차분한 목소리로 글을 읽어나갔다.
"팔레스타인을 광주와 연결하여 이야기하는 것은 특히 의미가 있습니다. 광주는 단지 하나의 도시나 역사적 사건이 아닙니다. 그것은 국가폭력과 군사적 억압 그리고 민주주의와 존엄을 향한 요구를 침묵시키려는 시도에 맞서 저항했던 사람들의 살아 있는 기억입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 또한 상실, 저항, 애도, 그리고 집단적인 생존의 기억을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연구자로서 저는 종종 팔레스타인을 '내가 태어난 광주'처럼 생각하곤 합니다."
현지환 성남시의원 후보는 광주의 참상을 알리기 위해 분신한 성남 출신의 김종태 열사를 언급하며, 5·18 광주 시민과 팔레스타인 민중들의 저항의 목소리에 하나의 뜻이 담겨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 민중의 투쟁의 역사는 우리 대다수 시민들의 자주성을 실현하기 위한 그런 투쟁의 역사라고 생각한다 팔레스타인의 자유를 위한 외침 또한 그런 자주적인 목소리 중 하나다."
심우기 공동집행위원장은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사람들'을 이 행사에 초대한 이유를 광주를 기억하는 자리에서 국제적 연대의 가치를 환기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들을 다시 한 번 기억하고 같이 연대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젊은 활동가들을 일부러 초대했고, 시민들도 좋아하시니까 저도 기분이 참 좋았다"라고 말했다.

▲성남시의료원 앞 숯골마당에서 열린 제46주년 5·18 민주화운동 성남 기념식 및 사진전 ‘오월의 꽃, 오늘의 빛’ 폐회 선언 직후 참여한 시민들과 단체 회원들이 모여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문진석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필자의 인스타그램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