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권보호교사를 지키는 것이 공교육을 지키는 일입니다. ⓒ 민주연구원
교실이 흔들리고 있다. 단순히 교사 몇 사람의 어려움 때문이 아니다. 최근 학교 현장에서 나타나는 생활 지도 위축, 체험 학습 축소, 교직 이탈 증가는 공교육 시스템 전체의 균열을 보여주는 신호에 가깝다. 지금 교권 문제를 단순한 민원 갈등이나 일부 교사의 고충 정도로 접근한다면 문제의 본질을 놓칠 수밖에 없다. 교권 보호는 이제 공교육 지속 가능성의 문제다.
교육부의 '2024학년도 교육활동 침해 실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지역 교권보호위원회 개최 건수는 4,234건이었다. 이 가운데 실제 교육 활동 침해로 인정된 사례는 3,925건으로 전체의 약 93%에 달한다. 교권보호위원회 개최 건수는 2020년 1,197건에서 2023년 5,050건까지 급증했고, 지난해 다소 감소했지만 여전히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는 단순한 통계 증가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교권 침해가 학교 현장의 일상적 위험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교사들의 이탈 역시 심상치 않다. 정년 전 퇴직 교원은 2020년 6,512명에서 2024년 9,194명으로 늘어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최근 5년 간 중도 퇴직한 초·중·고 교원은 3만 6천 명을 넘어섰다. 특히 저연차 교사뿐 아니라 15~25년 차 중견 교사들의 퇴직까지 늘고 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교직이 더 이상 지속 가능한 직업으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위기가 단순히 교사 개인의 스트레스나 직업 만족도 저하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학교 현장에서는 이미 생활 지도 기피와 교육 활동 회피가 구조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체험 학습은 사고 위험 때문에 줄어들고, 운동회와 체육 활동은 민원과 안전 부담 때문에 축소된다. 교사들은 수업 중 학생의 문제 행동을 제지하거나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워한다. 수업 방해 학생을 분리하는 행위마저 분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이 현장에 깊게 퍼져 있다. 교사가 적극적인 교육 활동보다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것을 우선하게 되는 순간, 공교육의 본질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최근 교권 보호 논의에서 교사 면책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일부에서는 교사 면책 요구를 마치 책임 회피나 특권 요구처럼 바라보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 현장의 요구는 훨씬 복합적이다. 교사들이 가장 크게 호소하는 것은 정당한 교육 활동까지 위법 행위로 취급되는 현실이다. 생활 지도 과정의 발언이 정서적 학대로 신고되고, 체험 학습 중 발생한 우발적 사고에 대해 교사 개인이 형사·민사 책임 위험을 감당해야 하는 구조 속에서 교사들은 점점 더 소극적으로 변하고 있다.
특히 아동 학대와 정서적 학대 판단 기준의 불명확성은 현장의 위축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현재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 개념은 매우 포괄적으로 규정돼 있다. 문제는 이 개념이 학교 현장에서 생활 지도와 명확히 구분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수업 방해를 제지하거나 생활 규칙을 지도하는 과정이 일부 사례에서는 정서적 학대 신고로 이어진다. 교사 입장에서는 학생을 지도할수록 위험이 커지는 구조다. 그렇다고 생활 지도를 포기할 수도 없다. 생활 지도를 하지 않으면 방임 비판을 받기 때문이다. "지도하면 신고 당하고, 안 하면 방임이 되는 구조"라는 현장 교사들의 호소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인 교사 면책이 해법일 수는 없다. 교권 보호가 학생 인권과 충돌하는 방식으로 설계될 경우 사회적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정당한 교육 활동과 명백한 위법 행위를 구분하는 기준을 정교하게 만드는 일이다. 교육 과정과 학교 규정, 안전 매뉴얼에 따라 이루어진 교육 활동은 원칙적으로 정당한 교육 활동으로 인정하고, 통상적 주의 의무와 예방 조치를 이행한 경우에는 국가와 교육청이 우선 대응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교권 문제를 학생 지원 체계 문제와 함께 접근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최근 학교 현장에서는 정서·행동 위기 학생 증가가 교실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의 조사에 따르면 교사의 52.6%가 최근 1년 사이 정서·행동 위기 학생에 의한 수업 방해와 교권 침해가 증가했다고 응답했다. 초등학교에서는 그 비율이 58.6%에 달했다. 이는 단순한 교사 권위 약화 문제가 아니라 학생의 마음 건강과 학교 적응 문제까지 함께 얽혀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를 특정 학생군(소위 금쪽이)에 대한 낙인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문제의 핵심은 위기 학생 자체보다 학교가 이를 감당할 지원 체계를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는 데 있다. 지금 학교에서는 담임 교사 한 사람이 수업, 생활 지도, 상담, 보호자 대응, 행동 중재까지 사실상 모두 떠안고 있다. 교사는 정신 건강 전문가도, 치료사도, 사회복지사도 아니다. 따라서 정서·행동 위기 학생 증가 문제를 단순히 교사의 책임감이나 생활 지도 강화만으로 해결하려는 접근은 한계가 분명하다.
올해 시행된 '학생맞춤통합지원법'은 이런 점에서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정서·행동 위기 학생에 대한 조기 발견과 상담, 치료 연계, 행동 중재 체계를 학교 안에 구축하고, 상담교사·전문상담사·학교사회복지사·행동중재 전문 인력 등을 확충해야 한다. 고위기 학생에 대해서는 교육청 단위 긴급 지원팀과 지역사회 전문 기관 연계 체계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교권 보호와 학생 지원 체계는 대립하는 문제가 아니라 동시에 추진돼야 할 과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권 보호 체계를 사후 대응 중심에서 예방 중심으로 바꾸는 일이다. 지금까지 대책은 사건이 발생한 이후 법률 지원이나 치유 지원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현장이 요구하는 것은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교사가 위축되지 않도록 하는 체계다. 반복 민원과 악성 신고에 대한 기관 차원의 대응, '교사 소송 국가책임제', '교육청 전담대리제', 학교 안전공제와 교원배상책임보험의 실효성 강화 등 국가와 교육청이 보다 적극적으로 책임지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교권 보호는 교사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 교사가 위축되지 않고 수업과 생활 지도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학생의 학습권도 보장된다. 교실은 분쟁 대응 공간이 아니라 학생이 배우고 성장하는 교육 공간이어야 한다. 이제는 교사의 헌신과 책임감만으로 학교를 유지하던 시대에서 벗어나야 한다. 교사가 안전해야 학생의 배움도 안전하다. 공교육 신뢰 회복은 그 출발점에서 시작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민주연구원 정책브리핑 <실질적 교권 보호 강화 방안>의 내용을 글로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