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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 10주기를 맞아 17일 오후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 다시 살해당한 여성을 추모하고 여성 인권을 염원하는 포스트잇이 붙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출구 앞에서 여성단체 연대체인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 주최로 수백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추모행동' 집회를 열었다.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 10주기를 맞아 17일 오후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 다시 살해당한 여성을 추모하고 여성 인권을 염원하는 포스트잇이 붙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출구 앞에서 여성단체 연대체인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 주최로 수백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추모행동' 집회를 열었다. ⓒ 유지영

"광주 여성 살해 사건을 보고 당신이 생각났어요. 늘 늦은 귀가길에 당신을 생각해요."

"10년이 지났네요. 그동안 세상은 바뀌었겠지요? 그런 것 같다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인터넷에서 이 사건 이후로 공중화장실을 더 이상 이용하지 못하겠다고 하는 여자들을 비웃는 남자들의 댓글을 봤어요. 너무 화가 났지만 한편으로는 부러운 마음이 들었어요. 나도 밖에서 화장실이 가고 싶을 때 몰카나 살해 걱정 없이 마음 편하게 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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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10번 출구 앞에 다시 포스트잇 수백 장이 붙었다.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 10주기를 맞아 17일 오후 살해당한 여성을 추모하고 살아남은 다른 여성들의 안녕을 바라는 포스트잇이 서울 강남구 강남역 10번 출구 앞을 장식했다.

10년 전인 2016년 이날, 강남 소재의 한 건물 화장실에서 한 여성이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 의해 살해당했다. 이후 여성들은 이 사건을 "묻지마 범죄"로 규정하려는 이들에 맞서 "여자라서 살해당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른바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이었다. 이날을 계기로 페미니즘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페미니즘 리부트' 시기를 맞았다.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 10주기를 맞아 17일 오후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 다시 살해당한 여성을 추모하고 여성 인권을 염원하는 포스트잇이 붙었다.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 10주기를 맞아 17일 오후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 다시 살해당한 여성을 추모하고 여성 인권을 염원하는 포스트잇이 붙었다. ⓒ 유지영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 10주기를 맞아 17일 오후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 다시 살해당한 여성을 추모하고 여성 인권을 염원하는 포스트잇이 붙었다.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 10주기를 맞아 17일 오후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 다시 살해당한 여성을 추모하고 여성 인권을 염원하는 포스트잇이 붙었다. ⓒ 유지영

이날 여성·인권단체 연대체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에서 주최한 10주기 추모행동 집회에 참여하고자 강남역을 찾은 이들과 우연히 근처를 지나는 시민들은 '추모 포스트잇'을 붙였다.

10대였던 여성들, 10주기 집회를 찾다

사건 당시 10대였던 여성들도 다수가 강남역을 찾았다. 당시 중학교 2학년이었던 유시은(24)씨는 "사람들이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 포스트잇을 붙이고 국화를 사서 놓았던 것을 기사를 통해 보았다. 당시에는 이 사건이 여성 혐오라는 자각이 없다가 페미니즘을 공부한 뒤로 여성 혐오 사건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라고 밝혔다. 유씨는 "그래도 10년간 긍정적인 변화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이만큼이나 모이고, 대학교에서도 페미니즘을 말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라며 "(집회에도) 당연하게 와야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던 김의정(29)씨는 "당시에는 여성 혐오 범죄라는 개념 자체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매도당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10년이 흐르면서 많은 이들이 현실을 인식하고 목소리 내고 있다"라면서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살 만한 세상이 되기 때문에 뒤에 오는 사람들이 살 만한 세상을 만들고자 개인 자격으로 여기저기 다니고 있다. 시위에 나가지 않은 친구들도 페미니즘을 이해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인) 변화로 본다"라고 말했다.

김아무개(26)씨 또한 "행동하는 여성들이 많이 늘었다는 것"을 긍정적인 변화로 꼽았지만, "여성 범죄에 대한 형량이 많이 늘지 않아 아직 멀었다는 느낌이 든다"라고 전했다. 김씨는 "벌써 10년이 됐다는 것이 놀랍고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사실 여성이 살해된 사건이 이후로도 많다 보니 이제는 익숙할 정도다"라면서 "안타깝기도 하고 왜 안 바뀔까 싶기도 하다"라고 토로했다.

이날 집회에 처음으로 참석했다고 밝힌 송지수(24)씨는 "이렇게 여성들이 (여성혐오를 주제로 집회를 위해) 모인다는 것 자체가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했다. 나 또한 X로만 접하다가 오늘 처음으로 집회에 참여하게 됐다"라면서 "X(엑스·구 트위터)에서 성차별(이라는 개념)을 먼저 접했는데, 검색하다 보니 많은 이들이 성평등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고 알게 됐다. 그러다 주최 측에서 만든 오픈채팅방에 들어왔고, 집회에도 참여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10년이 지나고도 같은 일 벌어져... 내 책임 다하기 위해 참석"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 10주기를 맞아 17일 오후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 다시 살해 당한 여성을 추모하고 여성 인권을 염원하는 포스트잇이 붙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출구 앞에서 여성단체 연대체인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 주최로 수백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추모행동' 집회를 열었다.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 10주기를 맞아 17일 오후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 다시 살해 당한 여성을 추모하고 여성 인권을 염원하는 포스트잇이 붙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출구 앞에서 여성단체 연대체인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 주최로 수백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추모행동' 집회를 열었다. ⓒ 유지영

지난 5일 일어난 광주 여학생 살인 사건을 언급하며 "10년간 결국 제자리걸음이었나 싶어 참담한 마음도 들었다"라는 시민도 있었다. 이날 친구와 함께 강남역을 찾은 이아무개(41)씨는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을 기점으로 페미니즘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나오게 됐다. 그간 낙태죄 위헌 등 여성 인권의 측면에서 성과가 없었다고 보지는 않지만 광주에서 학생이 살해당하는 일을 보면서 결국 제자리걸음이었나 싶어 참담한 마음도 들었다"라고 밝혔다.

이씨는 "10년이나 지나왔는데 비슷한 사건이 벌어졌다면, 지난 10년을 지켜본 사람들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범죄자는 따로 있지만 이 살인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고 각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보아서 (나 또한)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 참석했다"라고 밝혔다.

10년 전에 강남역 앞에서 여성 혐오 범죄에 목소리를 내는 1인 피켓 시위를 했던 강민영(33)씨도 이날 집회를 찾았다. 강씨는 "10년 전에는 피케팅을 하면 공격을 하려는 이들이 많았다. 10년 만에 강남역에 다시 오면 어떤 느낌일까 싶어 (집회에) 오게 됐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강씨는 "당시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이건 확실하게 여성 폭력의 문제'라고 인식하고, 합의에 이르러 해결을 촉구하지 않았나. 얼마 전에도 광주에서 여학생 살인 사건이 있었는데, 이제는 이것이 (여성 혐오 범죄라는 걸) 바로 이해할 수 있게 된 데에는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의 역할이 있었던 것 같다"라고 짚었다.

정치인·남성들도 자리 지킨 10주기 집회 "함께 연대하고 목소리 내기 위해"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 10주기를 맞아 17일 오후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 다시 살해당한 여성을 추모하고 여성 인권을 염원하는 포스트잇이 붙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출구 앞에서 여성단체 연대체인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 주최로 수백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추모행동' 집회를 열었다.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 10주기를 맞아 17일 오후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 다시 살해당한 여성을 추모하고 여성 인권을 염원하는 포스트잇이 붙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출구 앞에서 여성단체 연대체인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 주최로 수백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추모행동' 집회를 열었다. ⓒ 유지영

정치인들도 10주기 집회 현장을 찾아 시민들과 함께 피켓을 들었다. 고민정·진영준 더불어민주당 의원, 권영국 정의당 서울시장 후보, 홍희진 진보당 공동대표 등이 이날 자리를 지켰다. 고민정 의원은 <오마이뉴스>에 "혐오를 이길 수 있는 건 연대의 힘이기에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입법을 해야 하는 사람으로서 연대하러 왔다. 나 또한 여성이고 딸이 있어서 당시에도 남일 같지 않았고, (이후로도) 화장실을 갈 때마다 무서운 마음이 들었다"라며 "오늘도 혐오 단체들이 근처에서 방해를 하는데, 이런 자리일수록 여성, 남성 할 것 없이 연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진성준 의원 또한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은 여성에 대한 혐오가 빚은 범죄였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혐오의 대상이 되고, 심지어 살해 대상이 돼야 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시민들과 같은 마음으로 고인을 추모하고 재발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에 성평등 정신이 더 높아져야 한다고 본다"라면서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 그런 사회를 만드는 데 열심히 노력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남성들도 끝까지 집회 자리를 지켰다. 여환수(40)씨는 "내가 남성으로 살면서 느껴보지 못한 공포를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일상 속에서 느끼면서 살아가지 않나. 어쩌다 한 번 일어나는 사건이 아닌 다수의 사건이 한 번에 일어나는 것이 충격적이었다고 생각했다"라면서 "10년 전에도 사건에 대해 관심이 있었지만, 함께 연대하고 목소리 내고 싶은 마음에서 (집회에) 참석했다"라고 말했다. 여씨는 "(지난 10년간) 성평등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한편으로는 여성 혐오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서 젠더 갈등을 부추기는 이들도 많아졌다"라고 짚었다.

이날 집회에는 여성단체들 외에도 노동·퀴어단체 깃발도 펄럭였다. 엄태은(24)씨는 "여전히 여성들 가운데서도 트랜스젠더와 퀴어를 배제하는 이들이 많은데, 함께 권리를 지켜나가야 여성 인권 또한 보장되는 사회가 오지 않을까 싶다"라고 지적했다. 대학생 배아무개(20)씨 또한 "지금도 여성에 대한 폭력은 끝나지 않았다. 세상이 점점 우경화되고, (이스라엘이 자행하는) 학살에서 가장 먼저 희생되는 것이 여성과 아이들이지 않나"라면서 "이 같은 침략 전쟁도 강남역 사건과 결코 떨어져서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추모행동을 주최한 박지아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 공동대표는 이날 "강남역은 단순한 사건 현장이 아닌 여성들이 성차별 사회 속 여성폭력의 현실을 깨닫고 함께 모여 세상을 바꾸기 위해 행동해온 공간이다"라면서 "주최 측은 강남역 이후 여성들은 여성폭력을 개인의 불운이 아닌 구조적 문제로 드러내고, 스토킹처벌법 강화와 디지털 성범죄 대응 등 사회 변화를 만들어왔다. 강남역을 기억한다는 건 단순한 추모가 아니라 성차별과 여성폭력에 맞선 행동을 이어가는 일"이라고 전했다.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 10주기를 맞아 17일 오후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 다시 살해당한 여성을 추모하고 여성 인권을 염원하는 포스트잇이 붙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출구 앞에서 여성단체 연대체인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 주최로 수백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추모행동' 집회를 열었다.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 10주기를 맞아 17일 오후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 다시 살해당한 여성을 추모하고 여성 인권을 염원하는 포스트잇이 붙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출구 앞에서 여성단체 연대체인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 주최로 수백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추모행동' 집회를 열었다. ⓒ 유지영

#강남역여성살인사건#10주기#포스트잇#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여성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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