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 10일 차, 비엔나에서의 1박은 짧고 강렬했다. 미리 예매해 둔 오전 10시 26분 프라하행 기차 시간에 맞춰, 아침 7시 일찍부터 호텔 조식을 끝내고 체크아웃을 마쳤다. 기차 시간까지는 호텔 주변을 쇼핑할 정도의 시간적 여유가 있어 쇼핑몰을 찾았다. 아침 일찍 영업 개시 전 시간이지만, 단독 상가인 커피 전문점 정도는 일찍 문을 열었을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단 한 곳도 문을 연 곳이 없었다. 아쉽게도 아침 식사 후 말로만 듣던 진짜 '비엔나 커피'를 맛보겠다는 야심 찬 계획은 허무하게 무산되고 말았다.
마침 14일은 '예수 승천일(Ascension Day)'로, 부활절로부터 40일째 되는 목요일 공휴일이라고 한다. 예수 승천일은 매년 날짜가 바뀌는데 올해는 바로 목요일인 오늘이 승천일이었다. 오스트리아를 비롯한 유럽의 많은 나라가 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해 쉬고 있었다. 아침 시간이긴 하지만 도시 전체가 적막하리만큼 조용했다.
과거 캐나다 캘거리 여행 첫날, 도시가 너무 조용해서 느꼈던 이국적인 낯설음이 문득 겹쳐왔다. 그날도 부활절이었다. 다행히 오늘 우리의 목적지인 프라하와 어제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헝가리 부다페스트는 공휴일이 아니라고 했다. 마지막 날을 의미 있게 보낼 여건이 프라하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셈이었다.
출발역은 호텔에서 도보로도 그리 멀지 않은 빈 마이들링(Wien Meidling Bahnhof)역이다. 어제 부다페스트를 떠나 비엔나에 도착할 때 이용했던 익숙한 역이다. 오늘은 다시 프라하에서 1박을 하고, 내일 8시 50분 비행기 편으로 밴쿠버 집으로 출발할 예정이다.
이번에도 기차는 45분 가량 지연이 되어 3시 40분경에 도착역인 프라하 중앙역(Praha hlavní nádraží)에 도착했다. 호텔은 역에서 도보로 5분도 채 안 되는 거리에 미리 예약을 해두었다. 이 호텔은 다른 곳에 비해 무척 독특하고 위트가 넘쳤다. 해학적인 조형물들이 호텔 입구는 물론 로비와 엘리베이터 안까지 가득 채우고 있었다.

▲입구부터 엘리베이터까지 해학적인 조형물이 가득한 프라하의 이색 호텔 ⓒ 김종섭
우리가 예약한 호텔 방은 최상층이었는데, 두 개의 침대 위 천장에는 각각 두 개씩의 유리문이 설치되어 있어 침대에 누워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낭만이 있었다.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면 프라하의 붉은 지붕과 야경이 한눈에 담기는, 그야말로 영화 속에서나 볼 법한 이색적인 공간이었다.
일단 숙소에 짐을 풀고 곧바로 식당으로 향했다. 첫날 우리가 프라하에 도착해서 저녁 식사를 했던 곳을 다시 찾았다. 그곳은 현지인과 여행객들에게 소문난 맛집 중 한 곳인 '칸티나(Kantýna)'라는 식당이다. 이번에는 저번에 먹지 않은 티본 스테이크와 골수 요리(Bone Marrow)라는 것을 주문했다. 골수 요리는 이 집의 인기 에피타이저 중 하나라고 한다.
사실 골수 요리는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라 호기심에 시켰지만, 막상 마주하니 조금 당황스러웠다. 커다란 통뼈가 반으로 갈라져 나오는데, 그 위에 살짝 응고된 젤리 같은 골수를 티스푼으로 긁어내어 빵에 발라 먹는 방식이었다. 뼈의 크기에 비해 먹을 수 있는 양은 감질맛이 날 정도로 적어서, 결코 배를 채우기 위한 음식은 아니었다. '아, 골수 요리가 이런 맛이구나' 하고 새로운 미식을 경험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는 요리였다.
주문한 티본 스테이크는 스테이크의 본 고장 이탈리아 여행 때 밀라노의 한 유명 맛집에서 먹어본 기억이 있다. 오늘은 다시 프라하에서 맛보는 티본 스테이크의 맛은 어떨지 궁금했다. 우리는 스테이크는 분위기 좋은 곳에서 와인과 함께 썰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정육점처럼 투박하고 활기찬 현지 식당 분위기 속에서 시원한 흑맥주를 곁들여 고기 맛 자체를 즐겼다.
오늘 저녁 비용은 3인 기준 20만 원 이상이 들었다. 한국의 정서대로라면 이 정도 가격에 푸짐한 사이드 메뉴와 화려한 데코레이션이 따라왔겠지만, 이곳은 말 그대로 덩그러니 고기와 뼈가 전부였다. 하지만 낯선 도시에서 새로운 미식을 탐험하는 흥미로움과 현지 맛집이 주는 묘미 덕분에, 우리는 가격보다 더 큰 만족감을 느끼며 마지막 밤에 어울리는 근사한 저녁을 즐겼다.

▲프라하 맛집에서 맛본 골수 요리와 티본 스테이크, 그리고 체코 흑맥주의 조합 ⓒ 김종섭
프라하에 이전에 6일을 있으면서 관광지로 유명한 카를교를 사실상 수십 번 왕래했었다. 숙소에서 주요 여행지를 도보로 거쳐 가야 하는 위치이기 때문이다. 또한 관광객들에게 제일 인기 있는 곳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정이 듬뿍 들어버렸는지, 다시 며칠 만에 찾은 카를교는 왠지 고향에 온 느낌처럼 익숙하고 편안했다. 낯익은 주변을 산책하고 선물 가게에 들러 주변인들에게 선물할 프라하만의 특색 있는 기념품을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프라하에서 6일, 부다페스트에서 3박 4일, 그리고 비엔나에서 1박 2일, 다시 프라하에서의 1박을 끝으로 내일 밴쿠버의 집으로 돌아가고 아들은 한국으로 돌아간다. 같이 같은 곳으로 함께 돌아가면 좋을 텐데, 서로 사는 나라가 다르기에 서로 다른 비행기를 타야 하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벌써 세 번째 해외 여행지에서 우리 부부는 아들과 그렇게 여행지 공항에서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