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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14일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삼성전자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하는 경우 긴급조정권 발동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사실상 파업을 막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는데요. 긴급조정권은 '쟁의행위가 현저히 국민경제를 해하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현존할 때' 예외적으로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습니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노조는 즉시 30일간 파업 등 모든 쟁의행위를 중단해야 합니다. 노동조합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조치라 1993년 현대자동차 파업과 2005년 항공사 파업 당시 발동된 후 21년간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발동 권한이 있는 고용노동부 장관이 아닌 산업통상부 장관이 '긴급조정권'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이걸 어떻게 봐야 할까요? 일단 산업통상부 장관 개인의 돌출 발언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15일 이규연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이 브리핑에서 "장관으로서 할 말을 한 것"이라면서 "청와대와 조율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것이라는 질문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긴급조정권 발동을 언급할 상황은 아니며 노사 간에 협상을 통해 잘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밝혔습니다. 각 부처의 생각이 다를 수 있고 그것을 고려해 청와대가 조율하며 상황을 조정하고 있다는 의미로 보입니다.

 전영현 대표이사 부회장(오른쪽 두 번째)을 비롯한 삼성전자 DS 부문 사장단이 15일 경기도 삼성전자 평택 사업장을 방문해 초기업노조 최승호 위원장(왼쪽 두 번째) 등 노조 지도부와 면담하고 있다. 2026.5.15
전영현 대표이사 부회장(오른쪽 두 번째)을 비롯한 삼성전자 DS 부문 사장단이 15일 경기도 삼성전자 평택 사업장을 방문해 초기업노조 최승호 위원장(왼쪽 두 번째) 등 노조 지도부와 면담하고 있다. 2026.5.15 ⓒ 연합뉴스

노조는 오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입니다. 15일에는 삼성전자 사장단이 평택사업장을 찾아 노동조합과 면담했고 같은 날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노조 측과 만나 의견을 청취했습니다. 일단 사장단의 방문에 대한 노조 측 반응은 냉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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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살펴보았는데요. 사장단 쪽에서 조건 없이 대화를 하자고 했지만, 노조 측에서는 직원들이 경영진에 대한 신뢰가 전혀 없기 때문에, 노조의 핵심 요구에 대한 구체적 안건을 가져와야만 대화가 가능하다고 의견을 밝혔습니다.

반면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에 대해서는 '장관님'이라는 깍듯한 호칭까지 붙이며 정중하게 응대했습니다. 앞서 사장단 면담 관련 공지사항에는 '전영현 대표이사, 김용관 사장, 한진만 사장, 박용인 사장이 노동조합 사무실에 방문했습니다'라고 건조하게 쓰여 있었거든요. 사장단과 장관을 대하는 어조가 너무 차이 나서 제가 원문 일부를 옮겨 봤습니다.

'그간의 교섭 경과, 삼성전자 사업구조, 현시점의 핵심 쟁점사항을 설명드렸으며, 김영훈 장관님과 교섭 현황 전반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눴습니다. 장관님께서는 조합의 입장에 깊이 공감해 주셨으며, 조합의 뜻을 사측에 분명히 전달하겠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이에 초기업 노조는 교섭 재개를 위해 사측 대표교섭위원을 교체할 것, 사측의 실질적인 입장 변화가 선행될 것을 요청드렸습니다. 초기업 노조는 교섭이 재개된다면, 책임 있는 자세로 성실히 임할 것임을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힙니다. 감사합니다.'

정부에서 노사 간 교섭이 재개될 수 있도록 도와주기를 절실하게 바라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조건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고요. 노조 측에서도 여론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국민 70%가 노조의 파업에 부정적이니까요. 실제 파업에 들어가면 여론은 더욱 악화될 텐데, 겉으로 '파업 불사'를 외쳐도 속으로는 고민이 많겠죠. 하지만 삼성전자 노동자들이 하이닉스의 성과급을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크게 느끼고 있기 때문에 조합원들이 납득할 성과를 가져와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고요. 그게 노조의 존재 의미이기도 하니까요.

'이기적인 노조'도 파업할 권리가 있다

삼성노조가 연대 의식이 없고 너무 이기적이라는 비판이 많습니다. 실제 언론에 보도된 노조위원장의 발언을 보면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일부 노조의 이기적인 행태를 비판하는 발언을 하자 최승호 노조위원장은 "LG(유플러스) 보고 하는 이야기죠. 30% 달라고 하니, 저희처럼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달라는) 납득 가능한 수준(을 요구)해야 하는데"라고 해서 물의를 빚었습니다. 애먼 다른 노조를 콕 집어 덤터기 씌우는 게 최소한의 계급 의식과 연대 의식도 없는 행동이니까요. 사실 LG유플러스 노조는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받더라도 1인당 성과급은 3000만 원에 미치지 못한다 합니다. LG유플러스 노조에서 강하게 사과를 요구해 최승호 위원장이 사과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정규직 선민의식을 드러내는 발언도 있었고요. 최 위원장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하청업체도 성과를 나눠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고 "정규직은 공부도 많이 한 분들이고, 입사할 때 채용 조건이 달랐는데 일률적으로 같은 선에서 봐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하청 노조가 원한다면 원청과 직접 교섭을 요구하면 될 일"이라고 부연했습니다.

이번 투쟁을 주도하는 노조는 과반 노조인 초기업노조입니다. 최승호 위원장은 그 초기업노조의 위원장이고요. 초기업노조는 2024년 2월 출범 당시부터 '상급단체 없이 정치색을 배제하겠다'라고 선언했습니다. 기존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한국노총 소속이고 민주노총과도 연대하며 활동했는데요. 초기업노조는 하이닉스보다 높은 수준의 성과급을 따내겠다고 약속하면서, DS(반도체사업)부문 직원들을 빠르게 끌어안았습니다.

반도체사업 부문 직원들 정서가, 자기들이 회사를 먹여살리고 있는데 그에 비해 요구사항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있었거든요.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조합원 6300명 수준에 불과했는데 불과 7개월 만에 조합원 7만 6000명을 돌파해 과반노조가 됐죠. MZ세대 화이트칼라가 주도하는 실리주의 노조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반도체 외의 다른 사업 부문 직원들이 소외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영업이익 대비 성과급으로 교섭이 진행되면, 영업이익이 적은 사업부문은 사실상 들러리밖에 안 되는 상황이거든요. 그래서 모바일이나 가전 부문 직원들이 집단적으로 노조를 탈퇴하고 심지어 노조에 대해 법적 대응까지 모색하는 상황입니다.

다만 초기업노조가 이렇게 연대 의식이 약하고 이기적이라는 게 도덕적 비판의 근거가 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파업할 권리를 제한당할 이유가 될 수는 없습니다. 파업권은 노동자 계급이 오랜 기간 투쟁을 통해 얻어낸,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기 때문입니다. 마치 성격이 좋든 나쁘든 누구에게나 기본적인 교육을 받을 권리가 보장되는 것처럼 말이죠. 솔직히 영업이익의 15%라는 게 그렇게 허무맹랑한 요구라고 생각되지는 않거든요. 협상 과정에서 어느 정도 조정도 가능할 테고요.

사실 노동자들의 파업에 온 나라가 이렇게 들썩인다는 건 그만큼 경제 활동에서 그들의 역할이 크다는 의미일 수도 있을 겁니다. 노동자들이 손을 놓으면 생산 자체가 멈추지 않습니까.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 주체는 육체적 정신적 노동을 하는 노동자입니다. 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입니까. 제가 지난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우리는 노동자의 15% 요구에 대해서는 비난하면서도 자본가가 가져가는 85%에 대해서는 당연시하는 분위기가 있습니다(지난 기사: 삼성전자 노조 향한 비난, 중요한 진실이 하나 빠졌다 https://omn.kr/2i1hg).

사람들 다 자르고 AI로 대체하라?

 삼성전자 노사가 마라톤협상에도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21일 예고된 총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간 13일 경기도 수원시 삼성전자 본사 모습.
삼성전자 노사가 마라톤협상에도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21일 예고된 총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간 13일 경기도 수원시 삼성전자 본사 모습. ⓒ 연합뉴스

제가 마르크스의 이론을 근거로 이런 지적을 하니, 어떤 분들은 자본가가 이윤 중 상당 부분을 투자에 사용하지 않느냐고 반박하더군요. 그런데 중요한 건 이윤을 어떻게 사용할 건지에 대한 권한 자체가 전적으로 자본가에게 있다는 겁니다. 투자할지 그냥 돈으로 쌓아둘지 흥청망청 쓸지를 결정할 권한 말이죠. 그러니 투자자금도 결국에는 자본가의 몫인 거죠. 노동자도 임금으로 받은 돈을 꼭 의식주에만 쓰는 건 아니잖아요.

만약 노동자를 진정한 파트너로 여긴다면 회사 경영에 노동자 대표도 참여해 관련 사항들을 함께 논의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투자를 얼마나 할지 얼마를 임금 및 성과급으로 사용할지, 회사 운영의 중요 사안을 함께 논의하고 결정한다면 얼마나 민주적입니까. 시키는 대로 일만 하고, 주는 대로 받아 가라는 건 파트너를 대하는 자세가 아니죠.

국민 열 명 중 한 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직간접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상황도 삼성전자 노조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형성되는 데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 사람들이 파업하면 주가가 떨어지고 결국 내 재산이 줄어든다는 여기는 거죠. 노조 관련 뉴스 댓글에는 차라리 그 사람들 다 자르고 AI로 대체하라는 얘기가 자주 보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노동자들이 죄다 일자리 읽고 월급 받는 사람이 없으면 AI가 만든 제품은 누가 사주나요? 노동자들의 호주머니가 두둑해야 제품도 잘 팔리지 않겠어요?

노동자들이 주식 투자에 열을 올리면서 알게 모르게 자본가 의식이 스며듭니다. 자신이 노동자이면서도, 노동자가 받는 임금을 줄여야 할 비용으로 여겨서 구조조정하고 비정규직 고용해 인건비 아끼는 걸 반기게 됩니다. 그래야 주식값이 오르니까요. 그런 의식을 가진 사람이 삼성 노조가 연대 의식이 없고 이기적이라고 비판한다면 그건 너무나 모순적이지 않을까요. 삼성전자 노조에 대해 비판할 부분은 비판하되, 그들의 헌법적 기본권 행사까지 부정하는 시선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삼성전자 사측이 노조 측과 진지하게 교섭에 임해 세계적인 기업에 걸맞은 건강한 노사관계를 만들어 나가기를 바랍니다. 한동안 무노조 경영 운운하면서 얼마나 노조를 부정해 왔습니까.

우리는 늘 누군가의 노동 위에서 살아갑니다. 아침에 마시는 커피 한 잔부터 손에 쥔 스마트폰까지, 이것을 위해 누군가는 농장에서 종일 일했고 누군가는 공장에서 땀 흘렸겠지요. 타인의 노동 없이는 한 순간도 살 수 없는 존재인데도, 우리는 정작 그 노동의 가치에 대해서는 인색할 때가 많습니다. 누군가는 파업을 이기적이라 말하고, 또 누군가는 노동자의 권리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하지요. 노동 없는 자본은 빈 깡통에 불과하며, 노동자를 존중하지 않는 사회는 결국 자기 손으로 미래를 허물게 된다는 거죠. 우리가 누군가의 노동 덕분에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 어쩌면 그것이 갈등을 풀어가는 첫걸음 아닐까요.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임승수 작가는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누가 세계의 규칙을 바꾸는가> 등을 썼습니다.


#삼성노조#삼성전자#파업#긴급조정권#성과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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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오십에 읽는 자본론> <사회주의자로 산다는 것>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 <와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 <피아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 <나는 행복한 불량품입니다> <원숭이도 이해하는 공산당 선언> <원숭이도 이해하는 마르크스 철학> 등 여러 권의 책을 쓴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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