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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신생아 관리사로 7년째 일하고 있습니다. 돌봄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며 생각한 이야기들을 기록하고자 합니다.
"이제 좀 살 것 같아요."

산모의 안심 섞인 웃음이 채 가시기도 전, 아기의 자지러지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올해 1월, 한 산모의 집에서 돌봄 서비스가 끝나가던 마지막 주에 벌어진 일이다. 처음 만났을 때 산모는 아기가 조금만 칭얼대도 수유 기록부터 다시 들여다보곤 했다. "왜 우는 걸까요?"를 반복해서 묻던 초보 엄마였다.

다행히 2주 정도 지나자 조금씩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아기도 수유와 취침 패턴이 자리를 잡아갔고, 산모 얼굴에도 비로소 웃음이 번졌던 참이었다. 밤 수유도 두 번 정도로 줄었다며 안도하던 모습에 나 역시 속으로 마음을 놓고 있었다. 하지만 돌봄 현장에서 안심이란 늘 경계해야 할 단어다. 그날 오후부터 분위기가 급변했다.

우는 아기 이유없이 계속 보채고 울기만 하는 아기의 모습
우는 아기이유없이 계속 보채고 울기만 하는 아기의 모습 ⓒ AI생성이미지

늘 기분 좋게 젖병을 비우던 아기가 갑자기 젖꼭지를 밀어냈다. 겨우 반 정도 먹고는 혀로 밀어내며 자지러지게 울었다. 안아주면 잠깐 그쳤다가도 눕히는 순간 다시 비명이 터졌다. 평소보다 훨씬 예민해진 아기는 엄마 품에서 한시도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나는 먼저 아기 체온부터 체크했다. 열은 없었다. 기저귀 상태도 다시 확인했지만 불편해 보이는 곳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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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을 낮추고 백색 소음을 잔잔하게 튼 뒤, 아기의 심장 소리가 내 몸에 느껴지도록 깊숙이 안아 토닥였다. 평소 같으면 금세 수면으로 이어졌을 텐데 아기는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산모는 초조한 듯 휴대폰 화면을 계속 넘기고 있었다. 그러다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제 잠깐 외출했던 게 무리가 된 걸까요? 아니면 놀랄 일이 있었을까요?"

돌봄 현장에서 만나는 부모들은 아기가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면 모든 변화를 자신의 탓으로 돌리곤 한다. 분유가 맞지 않는지, 실내 온도가 문제인지, 혹시 어제의 외출이 아이를 힘들게 한 건 아닌지 끝없이 검색의 늪을 헤맨다. 겨우 안정을 찾았던 산모의 얼굴에 다시 불안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나는 아기의 등을 천천히 쓸어내리며 말했다.

"산모님 탓이 아니에요. 이건 아기가 크느라 애쓰고 있다는 신호, 원더윅스 시기인 것 같아요."

산모가 눈을 크게 뜨며 바로 되물었다.

"책에서 본 적 있어요. 이게 말로만 듣던 그 마의 구간 인가요?"

육아 용어로 '원더윅스(Wonder Weeks)'라 불리는 이 시기는 아기가 정신적·신체적으로 급격히 성장하며 혼란을 겪는 때를 말한다. 흔히 '급성장기'라고도 하는데, 부모들에게는 이유 없는 보챔과 수면 퇴행이 반복되는 공포의 구간으로 통한다.

7년째 돌봄 일을 하며 수많은 아이를 만났지만, 이 시기는 매번 낯설고 어렵다. 과학적으로는 성장의 증거라지만, 당장 눈앞에서 우는 아기를 달래야 하는 부모에게 성장이라는 말은 지나치게 막연한 위로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 며칠간 아기는 평소와 달랐다.

깊게 잠들지 못하고 자주 깼으며, 온종일 품 안에서만 있으려 했다. 수유량도 들쭉날쭉해 한동안 산모와 아기 모두 고단한 시간을 보냈다. 산모는 "이제 좀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 기분이에요"라며 지친 얼굴로 웃어 보였다.

부모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순간은 이유를 모를 때다. 차라리 열이 나면 병원이라도 가겠지만, 겉으로는 아무 이상이 없는데 밤낮으로 보채는 시간은 부모를 무력하게 만든다. 육아는 늘 그렇게 예상 밖의 변화와 함께 찾아온다. 겨우 익숙해질 만하면 또 다른 고개가 나타나고, 부모들은 그때마다 마치 처음으로 되돌아간 것 같은 막막함 앞에 선다.

며칠 뒤, 아기는 거짓말처럼 원래의 리듬을 되찾기 시작했다. 젖병도 전처럼 시원하게 비웠고 자지러지던 울음도 잦아들었다. 잠든 아기를 내려다보던 산모가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제 또 한 고비 지나간 거겠죠?"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원더윅스'는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생후 한 달 무렵부터 시작해 생후 20개월까지, 아이가 새로운 세상을 인지하고 발달의 도약을 이룰 때마다 이 패턴은 주기적으로 찾아온다. 겨우 한 고비를 넘겼다 싶을 때 다시 찾아오는 이 마의 구간을 지혜롭게 건너는 해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바로 아이에게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쏟아붓는 것이다. 평소보다 더 깊이 안아주고, 더 자주 눈을 맞추며, 아이가 겪는 성장의 혼란을 묵묵히 함께 견뎌주는 것 외에 다른 지름길은 없다. '원더윅스'는 어쩌면 아기가 자라는 놀라움의 시간인 동시에, 부모가 그 불안을 견디며 경이로운 인내를 배워가는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아이는 폭풍 같은 성장의 고비를 넘기며 자기만의 리듬을 만들어가고, 부모 역시 그 고된 시간을 지나며 아이와 함께 조금씩 단단해져 간다.

오늘도 어느 집 거실에서 아기를 안고 자신의 탓을 하며 눈물을 삼키고 있을 초보 부모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당신이 잘못한 것이 아니다. 아이는 지금 세상을 향해 나아가느라 온 힘을 다해 신호를 보내는 중이며, 그 곁을 지키는 당신의 품이 아이에게는 유일하고도 완벽한 안식처라고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아기의 작은 변화 앞에서 가장 먼저 흔들리는 건 늘 부모의 마음이었습니다.


#원더윅스#변화#성장주기#급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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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의 돌봄 현장 리포트

박영선 (youngsp7) 내방

(전) 학습지 교사 및 공예 강사, (현)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며 네이버 블로그 babycarepark에서도 육아 기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서정 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 삼봉 정도전문학대상 최우수상(수필)/ 늘푸른아동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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