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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5.17 13:47최종 업데이트 26.05.17 13:47

최근 극우화 사태는 구식 도덕, 구식 사회 교과서 영향

작년 7월 한국 15점, 유럽 90점... 초중등학교 시민교육 강화 시급하다(https://omn.kr/2eotx)라는 제목으로 오마이뉴스에 기사 하나가 올라왔다. 그 기사를 본 사람들의 반응은 대부분 설마 했을 것이다.

우리나라 교과서는 교과 내용과 실제 생활의 불일치, 지식과 태도의 괴리 그리고 체제 유지의 도구로 전락할 위험성이 꾸준히 지적됐다. 도덕과의 경우, 주요 가치 덕목 중심으로 교과서를 구성하다 보니 민주시민 교육과는 거리가 멀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연구에 따르면, 자율성보다 타인과 공동체를 위한 도덕 생활을 강조하거나, 타인의 불의에 대한 무관심을 조장하고, 국가주의·국수주의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고 지적된 바 있다.

그리고 2024년 12월 3일 계엄령에 의한 내란 사태 이후 불거진 10대와 20대 극우화에 대하여 도덕과·사회과 교육이 비판적 사고력 함양에 실패하여 결과적으로 내란을 방치하게 된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레거시 혹은 재래식 도덕·사회과'라는 비판까지 듣고 있다. 교육이라는 것이 국가로부터 생겨난 이래 70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과목 구조조차 그 시절 그대로라는 비판으로 '갈라파고스 도덕, 사회과'라는 비아냥까지 떠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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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대학원 특강에서 한국과 독일의 '남녀평등' 단원의 교과서 내용을 비교해서 채점한 교사의 점수는 한국은 15점, 독일은 90점이라고 알려졌다. 그런데 대학생이 채점해 본 한국의 교과서는 10점은커녕 평균 한 자릿수를 넘지 않았다. 심지어 몇몇 채점 기준에서는 0점을 기록했다.
20대 마지막에 성공회대학교에 편입하게 되었다. 학풍 자체가 비판적 사고를 장려하는 분위기였고 그런 학풍에 적응했을 즈음에 민주주의연구소 근로장학생이 되었다. 학부생으로서 연구소 자체도 신기했지만, 첫 업무로 한국과 독일의 교과서 비교 채점을 하게 되었다.

'중학교 도덕과 사회과 교과서를 본 지 10년도 더 됐으니 그 사이 많이 달라졌겠지'하는 기대가 '국내외 교과서를 비교해 채점하는 것에 대한 염려'보다 더 컸다. 그런데 한국의 교과서를 펼친 순간 그 기대가 거품 꺼지듯 터져 사라지고 말았다. 충격을 받은 이후 연구소 소속 근로장학생 3명을 중심으로 소모임을 만들고 매주 비평하는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2026년 3월 11일 15시부터 16시 30분까지 진행한 한국과 독일 교과서 비교채점표. 진행한 이후 한국 교과서에 대해 위기 의식이 들어 비교채점 소모임을 만들게 되었다.
2026년 3월 11일 15시부터 16시 30분까지 진행한 한국과 독일 교과서 비교채점표. 진행한 이후 한국 교과서에 대해 위기 의식이 들어 비교채점 소모임을 만들게 되었다. ⓒ 성공회대학교 민주주의연구소

비교채점 기준의 출처

비판적 시민성 유형으로 분류되는 독일의 ◆ 보이텔스바흐 합의(1976) ◆ 정치교육핸드북에서 소개하는 정치교육의 교수·학습원칙(2022) ◆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학습 목표(1987) ◆ 독일 청소년과 성인을 위한 정치교육과 교수법 협회(GPJE)가 제안하는 국가 표준안 역량 등을 조합하여 20개의 채점 기준을 정했다. 우리나라 교육목표가 비판적 시민성 유형을 지향하고 있어서 이 시민성 교육과 관련한 기준을 모두 가져온 것이다.

채점 기준은 ①교화·주입 금지 ②논쟁성 재현 ③학습자 이익 상관성 원칙 ④학습(학생) 지향 ⑤문제 지향 ⑥범례학습 지향 ⑦활동지향 ⑧학문지향 ⑨사회 · 정치 · 경제 질서들의 의미, 목적, 필연성 등에 대해 의문 제기 능력 ⑩이해관계, 규범, 가치들을 비판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능력 ⑪사회·정치·경제적 구조, 지배 관계결정 과정 등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인지하고 기회를 확대시킬 수 있는 능력 ⑫민주적 원칙에 따라 결정의 실현을 시도하는 능력 ⑬손해를 당한 사람들의 이해 관계를 인식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들에게 양보하는 능력 ⑭갈등의 해결에 관여하는 자세 ⑮사회적 문제에 직면했을 때 솔선수범(주도)하는 자세 ⑯판단력을 바탕으로 해서 정치 및 사회에 동참할 수 있는 자세와 능력 ⑰개념적 해석지식 ⑱정치적 판단 역량 ⑲정치적 행위역량 ⑳방법적 역량 이렇게 20가지로 정리가 되어 있었다.

위 20가지의 채점 기준으로 각 나라의 교과서 내용이 얼마나 이 기준을 충족하는지 0점에서 5점까지 사이에서 점수표에 표시하는 채점이었다. 다행히 채점 기준 옆에서 그 기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곁들여져 있어서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 채점표에 표시할 수 있었다.

 2017년 개정된 도덕 과목의 인간 존중이라는 대단원에서 마지막 소제목으로 남녀평등이 다뤄지고 있다.
2017년 개정된 도덕 과목의 인간 존중이라는 대단원에서 마지막 소제목으로 남녀평등이 다뤄지고 있다. ⓒ 성공회대학교 민주주의연구소

 1998년 출판된 실제 정치 과목에서 대단원으로 남녀평등이 다뤄지고 있다.
1998년 출판된 실제 정치 과목에서 대단원으로 남녀평등이 다뤄지고 있다. ⓒ 성공회대학교 민주주의연구소

한 자릿수에 불과한 대학생의 채점 결과 - 한국과 독일의 시민교육의 차이

이러한 기준으로 첫 번째 채점한 비교 주제는 "남녀평등"이었다. 총 9명의 학생이 참여했으며 2026년 기준 2년 이내 민주주의연구소 근로 경험이 있거나 방문한 적이 있는 학생이다. 한국의 도덕 교과서에 실려 있는 남녀평등 단원의 내용은 100점 만점에 평균 7.5점, 독일의 교과서 남녀평등 단원 내용의 점수는 평균 88점이었다.

소모임을 결성한 후 "통일"을 주제로 한 비교채점의 결과는 한국 교과서 평균 8점, 독일 교과서 86.22점(소수점 셋째 자리에서 반올림)이었다. 최근 활동 중 '민주시민 교육과정'이라고 주장되는 고등학교 1학년 과정의 '통합사회' 교과서를 채점하고 토론을 진행하였는데, 결과는 매우 놀라웠다. 한국 교과서 평균 점수는 고작 3점, 독일의 교과서는 74점이었다.

 시작부터 “우리는 그렇게 생각한다” 로 편견 가득한 하나의 생각으로 종결 낸다. 학생들의 생각을 여러 가지로 취합하거나 묻지 않는다. 양성평등을 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에 대한 근거가 추상적이다.
시작부터 “우리는 그렇게 생각한다” 로 편견 가득한 하나의 생각으로 종결 낸다. 학생들의 생각을 여러 가지로 취합하거나 묻지 않는다. 양성평등을 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에 대한 근거가 추상적이다. ⓒ 성공회대학교 민주주의연구소

 그냥 있을 법한 생각들을 상상하여 적어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있었던 사례를 가져 와 읽어보며 겪어보지 못한 생각들도 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스스로 어떤 입장인지 돌아보게끔 한다. 심지어는 토론을 준비하기 위해 명제를 만들어보기도 한다.
그냥 있을 법한 생각들을 상상하여 적어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있었던 사례를 가져 와 읽어보며 겪어보지 못한 생각들도 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스스로 어떤 입장인지 돌아보게끔 한다. 심지어는 토론을 준비하기 위해 명제를 만들어보기도 한다. ⓒ 성공회대학교 민주주의연구소

교육목표와 다른 교과서 (한국의 교육과정과 교과서의 불일치)

독일을 비교군으로 삼아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통합사회' 과목의 교육과정 상 과목의 성격과 과목의 목표, 내용의 성취기준으로 '통합사회' 교과서의 '헌법과 인권' 단원을 채점해 본 3명의 응답 결과는 100점 만점에 한 명이 1점, 또 다른 한 명이 0점, 또 다른 한 명이 18점을 주어 평균 7점이 나왔다.

통합사회 과목의 교육목표만 보았을 때는 (문제가 없지 않지만) 교과서가 왜 이렇게 만들어졌는지 의아함을 자아내기엔 충분했다. 교육목표와 교과서의 '불일치'를 보이는 현재 상황도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교육목표만 보고 한국의 교육 내용을 높이 평가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판단되었다.
앞서 극우화에 대해 비판적 사고 함양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이 문제를 제일 가까이, 제일 솔직하게, 공적인 자리에서 들을 수 있었던 기회가 있었다. 지난 5월 8일, 민주시민교육 특별위원회 10차 회의 연계로 열린 학생 간담회에 대학생 발화자로 참여했다.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을 아울러 학생참여단과 학생회장, 청소년 언론 편집장, 서울 학생참여위원회 위원 등으로 구성된 총 10명의 학생이 자리했고, 서로 다른 다양한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극우화에 대한 주제에 대해서 생생하고 참혹한 현실을, 그러나 우리가 계속해서 지적해왔던 문제점을 들을 수 있었다.

학교는 공적 담론, 즉 정치적 장의 역할을 잃었고, '재미'를 가장한 '혐오' 콘텐츠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는 것이 그들의 증언이다. 시민교육의 부재와 입시 중심의 교육 환경, 정치적 현안에 대한 논의 부재 등의 구조적 이유 속에서 학생은 정치적인 것을 정치적으로 사고할 수 없으므로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학교는, 교육과정은 이를 그냥 두어서는 안 된다. 본래의 역할을 회복하고, 정치적인 것을 정치적으로 봐야 한다.

#교과서#민주시민교육#민주주의#비판적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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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ykjy0817) 내방

성공회대학교 사회학과, 신문방송학과 복수 전공 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 연구소에서 근로장학생으로 소속되어 있으며, 교내에서 교과서 비교채점 소모임 <데모> 활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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