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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점심때 아내와 내가 만든 냉면, 어제 보다 비주얼이 아름답다
오늘 점심때 아내와 내가 만든 냉면, 어제 보다 비주얼이 아름답다 ⓒ 이혁진

초여름 날씨가 예사롭지 않다. 어제 이어 오늘도 기온이 30도가 넘었다. 사실 어제 더위는 대비 없이 당해 체감온도는 더 높았다. 어질어질해 겁도 났다. 오늘도 무더울 것이라는 일기예보에 가벼운 옷으로 갈아입고 대처했지만 역시나 뜨겁다.

어제는 점심때 귀가했는데 시장하지 않았다. 평소 같으면 아내에게 밥 달라고 채근했겠지만 더위 탓인지 지쳐 아무 생각이 없었다. 넋 잃고 있는데 아내가 식탁에 느닷없이 냉면을 올렸다. 시키지도 않은 냉면이 떡하니 나타나니 놀랐다. 미리 알고 있더라면 감흥이 떨어졌을 것이지만 아내가 더위를 식힌다고 '냉면 서프라이징'을 한 것이다.

그야말로 게눈 감추듯 냉면을 후르르 마시다시피 먹었다.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아내는 매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이심전심을 느낄 수 있는 점심이었다. 나는 먹고 나서 한참 생각해보니 아내에게 어떻게 냉면을 준비했냐고 묻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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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오전 일을 마치고 점심때쯤 귀가했다. 역시나 더운 날 탓인지 점심을 뭘로 먹을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고민하다 어제 먹은 냉면이 생각나 아내에게 또 먹을 수 있는지 물었다. 아내는 귀찮은 내색 없이 냉면을 준비했다. 아내는 어제 점심 냉면의 만족과 여운을 여전히 간직한 듯 보였다.

아내의 동의가 떨어지자 작업에 들어갔다. 나는 냉면 물을 인덕션에 올리고 아내는 냉면 양념소스 작업을 맡았다. 냉면 사리는 끓는 물에 1분이면 충분하다. 사리를 찬물에 씻어놓고 아내가 만드는 소스를 도왔다.

우와! 냉면 소스에 들어가는 종류가 무려 15가지나 됐다. 맛이 있을 수밖에 없는 조합이다. 냉면 육수에다 고추장, 고운 고춧가루, 참기름, 다진 마늘, 설탕, 매실청, 꿀, 양파와 사과 간 것, 여기에 식초까지 첨가한 '아내표 특제소스'가 완성됐다. 냉면 위에 달걀과 오이, 배, 깨가 고명으로 올랐다.

냉면의 '비주얼'이 어제보다 훨씬 먹음직스럽고 아름답게 보였다. 아내와 내가 함께 만들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제는 시식 시간, 나는 냉면에 식초를 더 넣어 먹었다. 아내와 나는 냉면을 입에 넣으면서 서로 웃었다.

 어제 점심에 아내가 내놓은 '서프라이징 냉면'
어제 점심에 아내가 내놓은 '서프라이징 냉면' ⓒ 이혁진

올해 처음 이틀 연거푸 점심을 냉면으로 먹었다. 아무리 더워도 이렇게 먹은 기억은 전에 없었다. 오늘은 어제와 달리 아내에게 맛있게 잘먹었다는 감사를 정식으로 표했다. 그와 동시에 어제 혼자 냉면을 만든 아내의 수고로움이 떠올랐다.

사실 아내는 나와 달리 냉면을 선호하지 않는다. 찬 음식이 소화가 안 되고 체질적으로 몸에 맞지 않는다. 그럼에도 아내는 나와 같이 냉면을 먹은 것이다. 아내의 냉면은 순전히 나를 배려한 음식인 셈이다.

아내에게 날씨가 더울 때마다 번번이 냉면을 대령하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더울 때 냉면만 고집할 게 아니라 아내가 좋아하는 음식도 찾아봐야 할 것 같다.

냉면을 먹은 후 감사 인사에 한마디를 덧붙였다.

"올해 여름은 당신 냉면이 딱인데! "

역시나 아내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60대 이상 시민기자들의 사는이야기
#냉면#냉면서프라이징#냉면소스#점심냉면#초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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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은퇴 후 살림하는 남자’(은살남)

일상을 메모와 기록으로 남기고 있습니다. 기존 언론과 다른 오마이뉴스를 통해 새로운 시각과 영감을 얻고 있습니다. 주요 관심사는 남북한 이산가족과 탈북민 등 사회적 약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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