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남부 니호아(Nhị Hòa) 마을의 작은 농장에서였다. 아직 해가 완전히 떠오르기 전, 눅눅한 새벽 공기 사이로 작은 새 하나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처음에는 평범한 숲새처럼 보였다. 하지만 망원경 너머로 회색 머리와 적갈색 배가 보이는 순간, 숨이 잠시 멎었다. 도감에서나 볼 수 있는 우는뻐꾸기였기 때문이다.

▲우는뻐꾸기의 모습 ⓒ 이경호
우는뻐꾸기는 우리나라에서는 기록이 없기 때문에 전설같은 새다. 국내 기록은 2016년 경남 통영 소매물도에서 관찰된 암컷 1개체가 사실상 유일하다. 단 한 번 기록된 미조(길잃은새)이다. 실제로 실물을 본 탐조인은 거의 없고, 사진까지 남긴 사례는 더 드물 것이 분명하다. 결국 베트남 현지에서 이 새를 마주한 순간은 숨이 멈추지 않을 탐조인은 없을 것이다.
우는뻐꾸기는 매우 분주했다. 나뭇가지 사이를 짧게 이동하며 계속 곤충을 찾고 있었고 먹이를 물고 있었다. 이소를 마친 새끼에게 먹이를 주기 위한 행동이다. 보통때 새들이 먹이를 물고 있지 않는다. 먹이를 물고 있다면 새끼를 키우는 시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는뻐꾸기는 애벌레 같은 곤충을 집중적으로 사냥하고 있었고 새기에게 꾸준히 전달했다.

▲먹이를 물고 있는 어미새 ⓒ 이경호
흥미로운 점은 이 새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전형적인 뻐꾸기'와는 조금 다르다는 점이다. 뻐꾸기는 남의 둥지에 몰래 알을 낳는 탁란의 상징처럼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우는뻐꾸기는 직접 번식과 육추 행동이 관찰되는 종으로 알려져 있으며, 실제 현장에서 본 모습 역시 새끼를 돌보는 부모새에 모습이었다. 새벽의 농장 작은 농경지에서 쉬지 않고 움직이는 모습에는 생존과 양육의 긴장이 그대로 담겨 있다.
아쉬운 것은 정작 울음소리를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는뻐꾸기라는 이름 자체가 특유의 반복적인 울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아마도 새끼를 키우는 시기여서인지 울음소리를 내리 필요가 없는 듯 했다. 보통 우는뻐꾸기는 울음으로 먼저 존재를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먹이를 달라고 기다리는 새끼새 ⓒ 이경호
하지만 내가 만난 우는뻐꾸기는 울지 않았다. 정적을 유지한채 혹시 모를 적들을 경계하고 새끼의 안전을 위해 먹이만 나르던 셈이다. 소리를 들을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어미새가 먹이를 나르는 모습 자체만으로도 자연의 동경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우는뻐꾸기는 동남아시아와 필리핀까지 넓게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숲과 습지, 맹그로브, 농경지 주변까지 살아가는 적응력 좋은 새지만, 도시화의 영향은 피하지 못하고 있다. 분포지였던 싱가포르에서는 서식지 감소와 개발로 인해 사실상 사라졌다고 한다.
아무리 흔한 새도 숲이 사라지면 흔적만 남는다. 그래서 니호아의 새벽에서 만난 우는뻐꾸기는 더욱 특별하게 남았다. 한국에서는 단 한 번 기록된 새를 만났고, 우리나라에서 우는 뻐꾸기를 본 몇 안되는 사람이 되었다. 베트남의 작은 농장 숲에서는 여전히 새끼를 키우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한국 기록 단 1번 베트남에서 만난 우는뻐꾸기
새와 사람의 이야기 / 새랑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