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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주문진항의 새벽은 예전과 달리 조용하다. 한때 새벽 4시면 경매장 불빛 아래 생선 상자가 산처럼 쌓였고, 오징어와 대구, 도루묵을 실은 어선들이 줄지어 입항하던 풍경은 이제 보기 어렵다. 항구 주변 식당들은 밤새 불을 밝히던 활기를 잃었고, 일부 횟집은 빈 수조만 남긴 채 문을 닫았다. 부두에 묶인 배들은 출항 대신 정박 상태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40년째 주문진에서 조업 중인 한 어민은 "이제는 잡을 물고기가 없다"라며 "예전에는 그물만 던지면 뭐라도 올라왔는데 지금은 기름값도 건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동해안 바다는 수온 상승과 해조류 감소로 인한 생태 변화, 이른바 '바다 사막화' 현상이 심화하면서 어획량이 급감하고 있다. 이로 인해 어민뿐 아니라 수산물 유통, 가공, 운송 등 연관 산업 전반이 동시에 위축되는 모습이다.

 동이 트기 전 새벽 바다를 가르며 어선들이 출어하고 있다. 고요한 항구를 떠난 어민들은 하루 조업을 위해 검푸른 바다 위로 향한다.
동이 트기 전 새벽 바다를 가르며 어선들이 출어하고 있다. 고요한 항구를 떠난 어민들은 하루 조업을 위해 검푸른 바다 위로 향한다. ⓒ 진재중

정책 중심에서 멀어진 동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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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정책 구조와도 맞물려 있다고 본다. 현재 해양수산부 산하 주요 기관들은 부산과 수도권, 서해·남해안에 집중돼 있다. 항만·연구·행정 기능이 특정 권역에 모여 있는 반면, 동해안은 정책 거점에서 상대적으로 떨어져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때문에 동해안 주민들 사이에서는 "정책 중심에서 항상 한 발 뒤에 있다"라는 인식이 확산돼 있다.

강원 동해안에는 해양수산부 산하 18개 주요 기관 중 본부가 없다.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국립해양조사원 동해해양조사사무소, 한국수산자원공단 연어센터 등이 일부 기능을 수행하고 있지만 연구·조사 및 제한적 사업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정책 결정이나 예산 집행 기능은 대부분 외부에 집중돼 있다. 해양조사 관련 업체를 운영하는 한 대표는 "업무 처리를 위해 부산이나 서울을 오가는 일이 많다"라며 "현장 지원은커녕 행정 거리 자체가 부담이 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어민들도 비슷한 불만을 제기한다. 강릉 사천항에서 만난 박성호 어민은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동해안의 현실을 전했다. 그는 "부산은 해양수산부 이전 이후 각종 산하 기관과 연구기관, 예산과 정책 지원까지 계속 집중되고 있어 앞으로도 더 쏠림 현상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반면 강원특별자치도 동해안은 바다가 빠르게 황폐화되고 있는데도 이를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대응할 지휘소조차 없는 실정"이라며 "이대로라면 동해안은 계속 소외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강릉시 연곡면에 소재한 해수부 산하기관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강릉시 연곡면에 소재한 해수부 산하기관 ⓒ 진재중

해조류 감소와 생태 변화 그리고 정책 한계

동해안에서는 해조류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이를 서식지로 삼던 어종도 함께 감소하고 있다. 어획량 하락은 구조적인 흐름이 된 지 오래다. 해조류 복원과 바다숲 조성 사업을 담당하는 한국수산자원공단은 본부가 부산 기장에 있고 동해본부는 포항에 있다. 강원 동해안에는 연어 종자 방류와 자연산란장 조성을 중심으로 하는 제한적 기능의 센터만 운영되고 있어, 해조류 중심 생태 변화 대응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다.

양양에서 어업에 종사하는 김영화씨는 동해안 해양 정책의 현실에 강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강원도 동해안은 해조류 자체가 중요한 해양 자원인데, 정작 이를 복원하고 관리할 전담 본부 하나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라며 "이건 단순한 지역 소외 문제가 아니라 국가 해양 생태 균형 차원에서도 접근해야 할 문제인 만큼, 강원 동해안에도 관련 기관이나 본부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어민은 동해안 바다에서 다시마뿐만 아니라 미역의 개체수까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며, 해조류 생태계 보전과 복원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강원도 동해안에 해조류를 전담하는 본부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수산자원공단 본사 부산시 기장군
한국수산자원공단 본사부산시 기장군 ⓒ 진재중

반복되는 '균형발전' 속 체감되는 소외

정부는 공공기관 이전과 지역 균형발전을 추진해 왔지만, 동해안 주민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크지 않다. 오는 6·3 지방선거에서도 해양 수산 정책이나 관련 기관 재배치 문제는 주요 의제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 강릉의 한 어업인은 "균형발전 이야기는 계속 나오지만 동해안은 늘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라며 "바다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데도 이를 책임지고 대응할 구조는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주문항 강릉시 주문진읍
주문항강릉시 주문진읍 ⓒ 진재중

조용히 무너지는 바다

주문진항의 새벽은 여전히 바다를 품고 있지만 그 풍경은 과거와 다르다. 활기를 잃은 항구, 줄어드는 어획량, 떠나는 사람들, 동해안의 변화는 어느 날 갑자기 무너진 결과가 아니라, 서서히 진행된 구조적 변화로 읽힌다. 바다는 조용히 변하고 있고, 그 바다에 기대어 살아온 사람들의 삶 역시 같은 속도로 흔들리고 있다.

#주문진#강릉동해안#해수부#산하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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