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46회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상 앞. 철창 모습을 한 새장에 한 교사가 갇혔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교사가 가입한 교사노조연맹의 송수연 위원장이다. ⓒ 윤근혁
제46회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상 앞. 철창 모습을 한 새장에 한 교사가 갇혔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교사가 가입한 교사노조연맹의 송수연 위원장이다.
'정치기본권 보장' 외친 교사들, "목소리 잃은 교사는 교육 못 바꿔"
이 새장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혀 있다.
"교사도 시민이다. 왜 가두는가?"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교사의 시민권이 박탈된 국가, 대한민국!"
지나가던 시민 100여 명이 새장에 노란색 스티커를 붙여가며 퍼즐을 채웠다. 그랬더니 "교사도 시민이다"란 큰 글귀가 나타났다.
송 위원장은 새장 안에서 <오마이뉴스>에 "시민들이 누리는 정치기본권이 없는 대한민국 교사들은 자유와 권리를 빼앗긴 새장 속 새와 비슷한 형편"이라면서 "이 속에 들어와 있으니 많이 속상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처럼 덧붙였다.
"여성과 흑인에게 참정권을 줄 때 남성과 백인이 동의해 줘서 그렇게 한 것이 아니다. 민주당과 이재명 대통령이 이런 사실을 알아줬으면 한다. 교사에게 정치기본권은 기본권대로 주고 교실 중립을 추구해야지, 교사에게서 시민권을 빼앗는 방법으로 정치 중립을 추구한다는 것은 정부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이다."
새장 주변에서 교사노조 소속 20여 명의 교사들이 "잃어버린 60년", "교사도 시민이다" 등의 글귀가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이들은 번갈아 가며 마이크를 잡고 자유롭게 발언하기도 했다.
한 교사는 "교사에게 종교의 자유를 줬다고 해서, 우리는 교실 안에서 학생들에게 특정 종교를 강요하지 않는다"라면서 "교사에게 학교 밖 정치 자유를 준다고 교실에서 특정 정당 지지를 강요하는 교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교사는 "지금의 제도는 '교실 안의 중립성'이 아니라 '교사 개인의 시민권'까지 제한하고 있다"라면서 "이러다 보니 교사는 지금 민주주의 바깥에 있고, 교육정책 결정 과정에서 배제되어 있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제46회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상 앞. 교사노조연맹 소속 교사들이 "교사도 시민이다" 대국민 홍보 행사를 벌이고 있다. ⓒ 윤근혁
교사노조연맹은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올해 노동자들이 60년 만에 '노동절'의 제 이름을 되찾았듯, 교사 역시 시대착오적 유산을 청산하고 온전한 시민권을 회복해야 한다"라면서 "새장에 갇힌 새는 날 수 없고, 목소리 잃은 교사는 교육을 바꿀 수 없다. 그 결과 현장의 목소리가 배제된 교육정책은 학교 현장과 끊임없이 괴리되어 왔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사의 권리를 되찾는 일은 공교육 내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고, 우리 아이들을 진정한 민주시민으로 길러내기 위한 필연적인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교사가 시민으로 존중받을 때 아이들이 삶 속에서 민주주의 배워"
이날 시민 100여 명이 스티커를 다 붙여 새장 벽의 퍼즐을 다 채운 오후 12시쯤에 새장에 갇혔던 송수연 위원장이 새장을 나올 수 있었다. 새장을 나오자마자 송 위원장은 다음처럼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자유를 빼앗아야만 중립이 유지된다는 생각은 민주주의에 대한 불신입니다. 우리는 교사를 통제 대상으로만 볼 게 아니라 민주사회 시민교육을 실천하는 전문직으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교사가 한 사람의 시민으로 존중받을 때 아이들은 민주주의를 교과서가 아니라 삶 속에서 배우게 될 것입니다. 민주주의는 침묵이 아니라 존중 속에서 유지된다는 것을 아이들은 교사를 통해 배우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