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플러스의 기업형 슈퍼마켓(SSM) 사업부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매각됐다. ⓒ 연합뉴스
지난 10일부터 서울과 부산 등 전국 여러 홈플러스 매장이 갑작스럽게 문을 닫고 있다. 7월부터는 100여 개였던 매장이 60여 개로 급감할 예정이다.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 사태에도 언젠간 다시 일터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 현장 노동자들의 간절한 바람이 무너지고 있다.
MBK 불신에 "우리가 또 단식에 나설 수밖에 없는 건..."
열악한 조건에 속에 매장을 지켜온 노동자들은 예고없이 들이닥친 휴점 통보에 분통을 터트렸다. 37개 매장의 잠정 휴업으로 나머지 점포에 힘을 집중해 상품 공급과 운영을 정상화하겠다는 게 홈플러스의 설명이지만, 노조는 사실상 폐점이나 청산 수순으로 본다.
세 번째 단식에 들어가는 이미경 마트산업노동조합 부산본부장은 최대주주이면서 사모펀드인 MBK가 책임 있게 대응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13일 전화기 넘어 들려온 이 본부장의 목소리에는 MBK에 대한 불신이 가득했다. 그는 MBK가 유통기업을 인수해 이익만 챙긴 채 위기 국면에서 탈출만 모색하고 있다고 봤다.
그러나 '대량 실업의 위기'를 막아야 한다는 게 노동자들의 목소리다. 이들은 14일부터 청와대를 찾아 다시 단식농성에 들어간다. 지난해와 올해 초에 이어 벌써 세 번째다. 이 본부장은 냉장고에 도마를 진열하며 눈시울을 붉히고, 4월 월급도 받지 못한 현장 노동자들이 선택한 결단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 이날 나눈 질의응답을 정리했다.

▲홈플러스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계약 체결 이후 대형마트·온라인·본사 조직을 포함한 잔존 사업 부문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홈플러스는 오는 10일부터 7월 3일까지 전체 104개 대형마트 매장 중 기여도가 낮은 37개 매장의 영업을 잠정 중단하고, 나머지 67개 매장을 중심으로 집중 운영할 계획이라고 8일 밝혔다. 이날 서울 시내의 한 홈플러스 매장 매대가 홈플러스의 자체 브랜드(PB) 제품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 연합뉴스
- 37개 매장 휴업 전 노조에 사전 통보나 협의가 있었나?
"갑작스럽다. 지난 5월 8일 오전에 공문이 왔고 기습적으로 통보를 받았다."
- 현장 불안감이 클 것 같은데, 어떤 상황인가?
"나 또한 센텀시티점에서 15년째 일해온 노동자다. 이곳 역시 폐점 대상이다. 동료들은 두 달 휴점하고 나면 이렇게 그만둬야 하느냐며 큰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다른 매장은 갈 수 있을지, 또 월급이나 퇴직금은 나올지 전혀 알 수 없다. 너무 걱정이 크다."
- 점포 매대에는 PB(유통사 자체 브랜드) 상품만 잔뜩 보인다.
"물건 대금이 제대로 지급 안 되니 들어오지 않고 있다. PB인 심플러스로 거의 채워지고, 냉장·냉동 제품이나 협력업체 제품은 다 빠졌다. 심지어 냉장고에 과자가 프라이팬이나 도마가 진열되고 있을 정도다."
- 임금이 체불되면서 생활도 쉽지 않다고 들었다.
"4월 달 월급도 받지 못하고 있다. 체불임금 확인서도 떼어주지 않는다. 고용노동부 대출을 받으려 해도 이 서류가 있어야 하는데 막막하다. 이번 달과 다음 달에도 가능할지 모르겠다. 홈플러스 노동자의 대부분은 여성이며 50대, 한부모 가정이 많다. 가족의 삶을 책임져야 하는 이들이다. 다들 알바를 할 수도 없다. 매일 같이 울고 있다."
- MBK와 사측이 다른 매장 전환 배치를 약속했다고 했는데?
"공문에서는 전환배치를 말했다. 7월 3일까지 두 달 휴점하고, 70% 임금을 지급하겠다. 일하고 싶은 사람은 다른 점으로 전환 배치해 주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노조가 이를 확인했더니 결정된 게 없고, 전환배치가 쏙 사라졌다. 인원을 옮길 지점이 없고 기다려야 한다는 거다."

▲지난해 홈플러스 사태 해결을 위한 단식이 여러번 진행됐다. 그러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기습 휴업 상황이 벌어지면서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는 다시 청와대 앞으로 간다. 사진은 지난해 4월 단식 선포 현장. ⓒ 권우성
- 사측이 무엇 때문에 휴업한다고 했나?
"전체 매장에 다 물건을 넣기가 힘들고 자금이 부족하니 37개 매장을 (순차적으로) 문 닫겠다게 핵심이다. 사측의 얘기만 보면, 남은 매장에 물건을 넣어 영업하고, 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과도 관련이 있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1206억에 팔렸다. 하지만 원래 1조에 내어놓으려 했다. 그게 낮아져서 7천억, 또 3천억, 그러다 1200억에 나가면서 (애초 목표에) 반도 되지 않는 실정이다. 현재 홈플러스가 영업과 대금, 임금 문제 등을 해결하려면 최소 6천억이 필요하다. 결국 이게 안 되니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 내일 단식농성을 선포했는데? 벌써 네 번째다(편집자주: 이 본부장은 세번째 참여).
"지난해부터 아사 단식까지 세 번 단식농성을 했다. 마지막 청와대 앞 단식 때 여당에서 유암코가 들어와 사태를 해결할 거라고 얘기해, 이를 접고 현장으로 복귀했다. 그러나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공적 자본이 투입되지 않으면 홈플러스가 살아날 확률이 없다. 지방선거전까지 해결해야 한다.
지난 4월 이재명 대통령이 민주노총 산별노조와 간담회 할 때도 홈플러스 사태 의지를 밝히지 않았나? 그러나 다시 휴점으로 벼랑 끝에 몰렸다. MBK를 믿고 있다간 전부 길거리로 나앉게 될 거다. 끝장 투쟁을 각오했다. 휴점 점포의 조합원들이 다 청와대로 올라갈 계획이다."
-MBK에 하고 싶은 말은? 또 어떻게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보나?
"사모펀드인 MBK가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한다고 할 때 우리는 먹튀 기업이니 홈플러스를 사들여선 안 된다고 계속 지적했다. 홈플러스를 말아먹을 거라고 우려했는데, 불과 10년 만에 이게 현실이 됐다. 이걸 외칠 때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MBK는 홈플러스를 인수해 자기 배를 불리고, 200만 원 받는 노동자들을 이렇게 만든 뒤 나가려 한다. 지금 정말 죽을 만큼 힘들게 일한 노동자들은 지금 머리를 깎고, 굶고 있다. 이게 맞느냐?
일각에선 사기업에 무슨 공적자본 투입이냐는 말도 한다. 하지만 홈플러스가 한군데만 있다면 사장이 책임지고 해결해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전국 단위 기업이고 그 파생 인원만 20~30만 명이다. 홈플러스가 문을 닫으면 점포 노동자는 물론 협력업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배송기사까지 수십만 가족이 길거리로 내몰린다. 그러면 나라 경제가 흔들린다. 대량 실업의 위기, 공포를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