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를 앞두고, ‘불평등물어가는범청년행동’이 새 비전과 정책을 제시합니다. 3중 전환(인구·디지털·기후)과 3대 불평등(노동·주거·관계)을 교차한 9개 의제 칼럼을 연재합니다.
지옥고.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과 같은 도시 내 취약한 거처를 한데 이르는 말입니다. 저 세 단어야말로 도시의 비적정 주거의 대표적인 이름들입니다. 사람이 쾌적하게 살기 어려운 물리적인 조건들 때문입니다. 주거환경을 어렵게 만드는 이유들은 주로 날씨가 집 안으로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다르게 말하자면 날씨가 집 안에 고이기 때문입니다. 겨울에는 추위가 고이고, 여름에는 더위가 고입니다. 물이 고이기도 합니다. 비가 오는 날씨라면 마땅히 집 밖에 있어야 할 물이 천장을 타고, 벽을 타고 배어 나오는 장면. 상상만으로 몸서리를 치신다면, 이제 성큼 다가온 여름을 걱정하기 때문이거나 비슷한 경험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반지하 참사 후 4년, 집은 안전해졌나
4년 전, 서울에서는 폭우로 인한 참사가 있었습니다. 반지하주택이 침수되어 네 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습니다. 참사 직후, 반지하 주택을 모두 없애겠다는 호언장담들이 있었습니다. 반지하를 매입해서 리모델링 후 주거 이외에 다른 용도로 사용하겠다는 계획 등이 있었지만, 지난 4년의 성과를 돌아보면 제대로 이행되었다고 볼 수 없습니다.
오히려 반지하에 거주하는 가구 수는 늘어났습니다. 지난 2025년 8월 10일 한국도시연구소가 발표한 <지옥고 실태와 대응방안>에 따르면, 전국의 반지하 가구 수는 2020년 32만 7320가구에서 2024년 39만 8325가구로 최근에 약 7만 가구나 늘어났습니다. 전체 가구 수 대비 반지하 비율도 같은 기간 동안 1.6%에서 1.8%로 증가했습니다.

▲반지하 폭우참사 3주기 추모문화제 피켓 ⓒ 민달팽이유니온
반지하에서 이동하게 하는 정책도 실패했습니다. '반지하 폭우참사 3주기 추모행동'에 따르면, 서울시 내에서 서울시와 중앙정부의 지원으로 반지하에서 지상으로 이사한 가구는 전체 반지하 가구의 3.1%(7608가구)에 불과합니다. 반지하주택 매입 실적도 미미합니다. 가장 기초적인 재난 예방책이라고 할 수 있는 차수판 설치조차 충분치 않습니다. 집주인이 차수판을 설치하면 '침수 위험 주택이라는 표시가 나서 집값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설치를 거부하기도 했습니다. 생명보다 집값을 우선으로 여기는 행태 앞에 공공은 무력합니다.
열악한 주거의 원인은 불평등
사람들은 왜 소위 '비적정' 주거지에서 살고 있을까요. 그나마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반지하주택은 가난한 사람에게 그나마 감당 가능한 월세집이거나, 주거안정을 위해 평생의 전 재산을 끌어모아 구입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기도 합니다. 아니면 이사할 수 없는 이유가 있기도 합니다. 일할 곳을 선택할 자유가 허락되지 않은 이주노동자는 열악한 기숙사를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주거지로 비닐하우스를 제공받기도 합니다.
청년들은 비적정한 주거환경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습니다. 2024년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년가구의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 비율은 8.2%로 일반가구 3.8%보다 두 배 넘게 높습니다. 특히 이 비율은 1년 전에 비해 2.1%p가 상승한 수치입니다. 청년들의 주거환경이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나빠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907기후정의행진'에 참가한 민달팽이유니온 활동가들 ⓒ 민달팽이유니온
코스피가 7000을 넘었다고 축포를 터뜨리고 있지만, 취약한 주거는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세계 도시 경쟁력 6위를 자랑하는 서울에서도, 집 때문에 사람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발생합니다. 사회경제적 계층에 따라 삶의 기본을 침해하는 주거환경을 강요받는 사회구조도 여전합니다. 그렇기에 열악한 주거, 비적정한 주거가 방치되고 있는 원인은 바로 불평등입니다. 기후위기로 인한 극한의 폭우, 폭염, 혹한은 주거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기후위기 시대, 주거권 보장이 기본이다
기후재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럴수록 살 만한 집을 보장하는 정책의 필요성도 높아집니다. 모두에게 안전한 주거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기후위기 대응의 기본이 되어야 합니다. <불평등 물어가는 범청년행동>은 기후전환의 시대에 주거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합니다.
우선 기후재난으로 인한 참사를 예방하기 위해, 침수위험지역과 같은 재난 취약 주택에 대한 전수조사와 유형별 대응 전략 수립이 필요합니다. 에너지효율을 높이고 주거환경을 쾌적하게 만드는 그린리모델링 사업도 크게 늘려야 합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안전한 주거환경이란 어떤 것인지 '최저주거기준'을 다시 쓰는 작업도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비교적 열악한 주택이 밀집된 저층주거지를 중심으로 공공임대주택을 대폭 확보해야 합니다. 반지하 밀집지역, 노후주택 밀집지역이라는 이유로 저층주거지를 전면철거 후 재개발하는 방식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원래 그 동네에 살던 사람들이 더 열악한 주거지로 내몰려 불평등이 심화될 뿐입니다.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로 발생하는 막대한 탄소배출과 건축폐기물 문제도 고려해야합니다.
기후위기와 기후재난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습니다. 이제는 각자의 집에 새겨진 불평등을 넘어, 모두에게 안전한 집을 보장하는 도시가 필요합니다. 이번 지방선거가 새로운 도시를 만드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서동규씨는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