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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어떡해.." 딸이 나를 부르는 소리에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무슨 일이 일어난걸까' 딸이 방으로 들어오기까지의 짧은 순간 여러 시나리오가 순식간에 지나갔다. 우리가족은 이번 여름에 이탈리아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 가족 여행을 가면 그동안은 혼자 계획하고 준비를 해 왔다. 이번만큼은 아이들도 컸고 할만한 상황이 되어서 여행준비에 도움을 요청했다.

처음에 비행기표 예매와 렌트카 예약하는 것을 부부가 하기로 하고 나머지 일정과 숙소는 지역별로 나눠서 담당하기로 했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돌로미티이기 때문에 북부를 돌기로 했다. 경유하는 지역마다 담당자를 정했다. 돌로미티는 나, 로마는 둘째, 토스카나는 첫째, 피렌체는 남편이 하기로 했다. 그리고 나머지 미술관과 바티칸 성당 예약도 큰 아이가 하기로 했다.

지난주에 대략적이 동선을 짜고 숙소 예약도 50프로 정도 끝냈다. 출발하기까지 여유가 있는 것 같아도 여행 성수기이고 워낙 인기있는 여행지라서 유명한 관광지는 미리 예약을 해야 놓아야 한다. 큰 아이에게 가고 싶은 미술관과 바티칸 성당의 예약을 부탁했다. 큰 아이는 알아보더니 우피치와 아카데미아 미술관을 가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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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심 '피렌체에 짧게 있을텐데 미술관을 두군데나 갈 수 있을까?' 싶었지만 그 지역의 일정을 맡겨 놓고 알아서 하라고 했기 때문에 반대의견을 내지 않았다. 일정 확인해서 예약까지 하라고 했다. 그렇게 말하고는 한 시간정도 되었을 때이다. '어떡해'라는 말과 함께 얼굴이 벌개져서 방으로 들어 왔다.

두 미술관 날짜를 다르게 했어야 했는데 같은날 예약을 했다고 한다. 괜찮다고 말하는데 "그런데 첫번째 미술관 시간이 아침 9시야." 이것은 무슨 말인가. 우리는 그날 아침에 로마에서 피렌체로 이동해야한다. 피렌체에 도착하는 날 아침 9시에 미술관을 예약을 해 버린것이다. "괜찮아. 취소하면 되지." "취소가 안 되는것 같아" 농담이 아니었다. 정말 취소가 안되는 것이다. 첩첩산중이다.

요즘 유로가 비싸서 포기하기에는 아깝다. 로마에서 피렌체까지는 자동차로 쉬지 않고 달리면 3시간20분걸린다. 숙소에서 5시에는 나와야 한다는 얘기다. 이 말은 5시 나오려면 짐싸고 체크아웃해야하니까 4시에는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때부터 얼굴에 웃음기가 없어졌다. 꼭두새벽에 이국땅에서 운전을 할수 있을까에서부터, 그러면 전날 밤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잠을 자야한다는 생각을 하다보니, 어쩌자고 실수를 했을까 싶어 표정관리가 안되어서 노트북을 쳐다 봤다. 다행히 그런 생각이 말로 나오지는 않았다.

 '원영적 사고'를 작동시켰다.
'원영적 사고'를 작동시켰다. ⓒ 챗gpt

이미 딸도 자신의 실수를 만회해 보려고 고객센터니 여기저기 알아보고 문의하느라 스트레스를 머리 끝까지 받고 있었다. 자동차가 3시간20분이면 기차는 얼마나 걸릴까 싶어서 피렌체까지 기차 이동 방법을 알아봤다. 고속기차로 1시간40분이 걸린다. 남편과 기차를 타보는 것을 타진하면서 '원영식 사고'를 작동시켰다. "괜찮아. 네 덕분에 우리 기차여행을 하겠는데"라고 말했다. 일정이 꼬이는 덕분에 피렌체까지 기차로 이동할 계획을 세웠다.

"엘리지가 말했어요.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정말 멋지네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나는걸요!" 어쩌면 <빨강머리앤>의 대사와 똑 닮은 상황인건지. 렌트카로 여유를 즐기며 여행하려던 계획과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이른 새벽에 여행가방을 끌고 기차역으로 가야될 것이다. 기차역에서 헤맬수도 있다. 미술관 입장 시간에 맞춰서 들어 갈수 있을까. 어쩌면 시간을 놓쳐서 입장을 못할수도 있을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생각하지도 못한 일들을 경험하게 될 것이고 새로운 여행 이야기가 쓰여질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아이를 보는 표정이 부드러워졌다. 내 안에 앤이 속삭인다. '괜찮다고 생각하지도 못한 여행이 시작될것이라고.'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개인sns에도 실립니다


#생각대로되지않음#속에#있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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