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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작가회의 시분과위원회에서 기획한 '시로 읽는 오늘'을 연재합니다. 시로 아침을 시작한다면, 수많은 갈등과 전쟁도 줄어들 것입니다. 독자들은 힘 있는 언어를 익혀 튼튼한 내면을 가꿀 수 있고, 다양한 시를 통해 새로운 시민의 감수성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세계의 첨예한 문제를 시인의 예민한 감각으로 길어 올린 한국시를 매주 두 편씩 선정하여, 추천 글과 함께 독자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김진덕 여사의 오월 -빛고을 시편
- 고영서

녹동에서 반나절 광주에 가 닿으면
망월동에서 또 반나절
네 이름 석 자 쓰다듬으러 왔다

아무도 주검을 못 보았으니
제대로 죽지도 못헌 내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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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부진 또 멀찍이 서서
저렇듯 속울음만 삼키는구나
뒷짐 지고 모르는 척 고개 돌려도
가슴에 눈물이 그렁그렁 해

시신 없는 무덤이 무슨 소용이냐
남들은 뒤에서 수군댄다만
구천을 떠도는 너의 혼이기에
자석처럼 쓸려오는 에미의 마음

열아홉 너를 만나고 가는 날은
하루해가 짧아
쓸쓸히 저물어 돌아가는 것을

어디에 누워서 꿈을 꾸는 거냐
옥환아,

출처 _ 시집 <기린 울음>, 삶창, 2007
시인 _ 고영서: 2004년 <광주매일>신춘문예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기린 울음> <우는 화살> <연어가 돌아오는 계절>이 있다.

 죽은 이름이 가슴에서 오래 울었다.
죽은 이름이 가슴에서 오래 울었다. ⓒ 박유하 시인(디지털 포엠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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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살 소년 옥환은 생명은 물론 시신마저 유실된 존재로 그려진다. 적이 승리한다면 죽은 자들조차 안전하지 못할 것이라는 벤야민의 통찰처럼, 국가의 폭력은 억압받은 이들의 생명뿐만 아니라 온전한 죽음의 의미마저 지워버리려 했다. 우리 공동체는 이렇듯 '제대로 죽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던 비극의 시간을 통과해 온 것이다. "시신 없는 무덤이 무슨 소용이냐"는 수군거림 속에서도 망월동을 향하는 "자석처럼 쓸려 오는 에미의 마음"은 가장 강력한 애도의 실천이다. 이는 국가가 은폐하고 지워버린 아들의 존재를 끝끝내 증명해 내고야 말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읽힌다. 비어있는 무덤 앞에서 "네 이름 석 자를 쓰다듬"는 부모의 손길이야말로, 무덤 속의 죽은 자를 역사의 한가운데로 다시 일으켜 세우는 구원의 제의처럼 읽히는 이유라 하겠다. (정은기 시인)

#고영서시인#김진덕여사의오월#기린울음#한국작가회의#시분과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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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시로 읽는 오늘

(사)한국작가회의는 이 땅의 대표적인 문인단체로서 표현의 자유와 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헌신했던 <자유실천문인협의회>와 <민족문학작가회의>의 정신을 계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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