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오후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서울고등법원 내란전담재판부 형사1부(재판장 윤성식 부장판사)의 내란중요임무종사사건 항소심 판결 선고문 낭독을 듣고 있다. ⓒ 서울고등법원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내란중요임무종사 사건 항소심에서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의 형(징역 7년)이 가벼워 부당하다"는 내란특검(특별검사 조은석)의 항소를 받아들여 형량을 2년 늘렸다.
서울고등법원 내란전담재판부 형사1부(재판장 윤성식 부장판사)는 12일 오후 이 전 장관 사건 항소심 선고기일에서 내란중요임무종사와 위증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9년을 선고했다. 이는 내란특검 항소심 구형(징역 15년)의 절반 이상 형량이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이 전 장관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한 바 있다.
공소사실은 ① 이 전 장관이 2024년 12월 3일 윤석열씨로부터 국회 등 주요 기관 봉쇄와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받고, 허석곤 당시 소방청장에게 협조를 지시(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했고 ② 지난해 2월 헌법재판소 대통령 탄핵심판 증인으로 나와 거짓 증언(위증 혐의)했다는 것이다.
"비상계엄 선포 위법성 충분히 인식... 국헌문란 목적 있었다"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 윤성식 재판장
약 50분간 진행된 이날 선고기일에서 윤성식 재판장은 이 전 장관 측 주장을 기각하며 위 발언을 반복했다. 재판부는 먼저 이 전 장관이 윤석열씨로부터 특정 언론사 단전·단수 조치가 포함된 문건을 교부받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전 장관이 소방청에 특정 언론사 단전·단수 조치를 언급한 유일한 사람이라면서 "(비상계엄 선포 후 국무회의가 열린 밤 10시42분께) 대통령실 대접견실 CCTV 영상에서 윤씨가 피고인에게 다가와 (단전·단수 조치를 확실히 하라는 의미의) 전화하라는 동작을 취하는 장면 등이 확인됐다"고 했다.
재판부는 윤씨에게 문건을 받은 이 전 장관이 소방청장에게 전화를 건 까닭을 두고 "문건 내용을 이행하기 위함"이라고 못박았다. "피고인이 소방청장에게 한 발언의 취지·맥락·동기를 종합하면, (비상계엄 선포 당일) 22시 특정 언론사에 투입될 경찰로부터 단전·단수 협조요청이 오면 소방청이 협조하라고 지시한 것"이라며 "소방청장 또한 법정에서 수 차례 이와 같이 이해했다고 발언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이 전 장관이)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들은 뒤 다른 국무위원과 우려하는 대화를 나눈 점, 헌법에서 계엄 요건을 찾아본 점, 피고인 스스로 밝힌 바와 같이 '윤석열에게 계엄은 국민이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고 발언한 점을 고려할 때 비상계엄 선포 상황에 위헌·위법적 요소가 있음을 충분히 인식했을 것"이라며 내란중요임무종사의 고의성을 인정했다. 이 전 장관에게 국헌문란의 목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스스로 윤석열 위법 지시 따르기를 선택... 엄중 처벌 필요"

▲내란특검(특별검사 조은석)의 장우성 특검보가 지난달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재판부는 이 전 장관의 언론사 단전·단수 협조 지시를 두고 "합법적인 계엄선포 상황에서도 인정될 수 없다"고 질책했다. 재판부는 "우리 사회는 역사적 경험을 통해 국민적 합의로 국민주권주의, 자유민주주의, 법치주의 등 헌법질서를 정립했다"며 "이것이 폭력으로 무너지면 치를 대가가 막대하므로 내란죄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언론 출판의 검열과 허가를 넘어 (단전·단수 조치의 대상이 된 언론사에) 근무하는 국민의 신체와 생명에도 중대한 위해를 가할 수 있다"며 "국민의 안전과 재난 관리를 책임지는 행정안전부 장관 지위에 비춰보면 범행의 죄책과 비난의 정도가 매우 무겁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행위가 (소방청장에게 건) 전화 한 통이라고 하더라도 위법성이 가볍지 않고, 피고인 스스로 (윤석열의) 위법한 지시를 따를 걸 선택했다고 봐야 한다"며 "단전·단수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던 상황에 피고인의 의지나 의도도 반영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이 전 장관이) 수사 후 이 사건 항소심에 이르기까지 범행을 전면 부인하고 내란 범행의 실체적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위증했다"며 "원심의 형이 가벼워 부당하다는 검사의 주장은 이유가 있으므로 피고인에게 징역 9년을 처한다"고 했다.
재판이 끝난 뒤 이 전 장관은 법정에 찾아온 자기 가족들을 향해 희미한 미소를 띄웠고, 그의 딸은 "내일 봐, 아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