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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지는 6월 3일은 ‘무주택자의 날’입니다. 지난 제21대 대통령선거 역시 같은 날 치러졌습니다. 선거는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와 동네의 미래를 결정하는 시간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세입자의 삶’을 중심에 둔 정책과 선거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전세사기가 사회적 재난이 되어 대한민국을 휩쓴 이후, 우리가 살고 있는 집과 동네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세입자들의 목소리를 한 사람씩 천천히 들어보고자 합니다.

이번 <세입자의 목소리를 찾아서> 인터뷰 시리즈는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을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공약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세입자들의 경험과 목소리를 기록하고 전하고자 합니다. 이 연재 기사 시리즈는 제9회 지방선거를 계기로 민달팽이유니온과 서울시전세피해세입자연대가 함께 꾸린 '세입자의 목소리를 찾아서' 팀이 기획·제작했습니다.

서울시 광진구의 한 다가구 주택에 거주 중인 30대 직장인 인경씨는 직접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당사자는 아니다. 그러나 가까운 직장 동료가 실제 피해를 겪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며, 자신의 집 구하는 과정 역시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한다. 등기부등본과 융자, 보증보험 가입 여부 등을 반복해서 확인하고, 은행 여러 곳을 방문하며 '덜 위험한 집'을 찾는 과정은 현재 많은 세입자들의 일상이 되었다.

지난 4월 28일 만난 그는 "세입자가 자기 돈 내고 들어가는 집인데도 너무 많은 불안을 개인이 감당하고 있다"고 말하며, 피해자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세입자가 전세사기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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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살고 계신 곳이 두 번째 집이라고 들었습니다. 현재 살고 계신 곳과 이전 집 이야기를 부탁드립니다.

"현재 광진구에서 전세로 살고 있어요. 첫 번째 집은 성북구의 아주 작은 풀옵션 원룸이었어요. 전세이긴 했지만, 정말 협소한 집이었습니다. 요가 매트 하나 제대로 펼 수 없고, 화장실도 굉장히 좁았고 거의 고시원 수준에 가까운 집이었죠. 그러다가 직무를 바꾸게 되면서 공부할 시간이 필요해서 잠시 본가에 들어갔고, 이후 원하는 직무로 이직하면서 다시 독립하게 되었어요. 그때부터는 단순히 싼 집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공간을 찾고 싶었어요. 그런데 공공임대나 청년주택은 너무 좁고 민간 임대 건물과 가격 차이도 크지 않았어요. 결국 발품을 팔아 집을 알아보았어요.

집을 구하던 시기가 전세사기로 한창 시끄럽던 시기였어요. 그래서 원래 작년 상반기에 이사하려고 했는데, 대출도 어렵고 대출 심사가 불가능한 집도 너무 많아 이사 할 집을 구하기 힘들었어요. 그러다 작년 하반기에 겨우 지금 집을 구하게 됐죠. 열심히 발품을 팔았지만 완전하게 안전하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에요."

 인경씨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인경씨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 민달팽이유니온

- 가까운 지인이 실제 전세사기 피해를 겪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상황이었나요?

"회사 동료였어요. 임대의 재계약 시점 쯤부터 집주인이 연락을 안 받기 시작했다고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연락이 늦는 정도로 생각했다고 했는데, 계속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갔다고 했어요. 마침 그 시기가 전세사기 관련 뉴스가 많이 나오던 때라 불안한 마음에 이것저것 찾아보게 되었고, 같은 지역에 피해 사례 기사들을 보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이후 오픈 채팅방이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같은 건물 세입자들과 연락이 닿았고, 이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이사를 못하고 있는 피해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해요. 집주인은 해당 지역 내 여러 주택을 가지고 있던 임대인이었고, 비슷한 방식으로 피해를 입은 세입자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하더라고요.

그 이후에는 피해 세입자들끼리 단체 대화방을 만들고, 법률 상담도 받고, 국회에 가서 관련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거의 1년 가까운 시간을 버텼다고 들었어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에서 새로운 집으로 이사 가는 것도 어렵다 보니,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었다고요. 결국은 경매 절차를 통해 일부 보증금을 돌려받았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했지만, 전액을 돌려받지는 못했어요. 그 과정이 굉장히 길고 지치는 일이었다고 들었습니다.

그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뒤로, 전세사기를 더 이상 뉴스 속 사건처럼 볼 수 없게 됐습니다. 예전에는 '특수한 사례'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주변에서 실제로 겪는 것을 보니, 제가 집을 구할 때도 훨씬 불안해졌고, 자연스럽게 위험을 의식하게 되었어요."

- 지인의 전세사기 피해 경험 이후, 집을 구하는 방식도 많이 달라졌을 것 같습니다.

"많이 달라졌죠. 예전에는 전세사기가 뉴스에서나 나오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회사 동료가 실제 피해를 겪고, 또 그 지인의 지인들까지 비슷한 일을 당하는 것을 보면서 '정말 세 다리만 건너면 다 피해자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이후로는 집을 구하는 과정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이전에는 단순히 위치나 가격, 집 상태를 중심으로 봤다면 이제는 등기부등본이나 융자 여부, 보증보험 가입 가능 여부 등을 먼저 확인하게 되었어요. 특히 보증보험 가입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어요. 그런데 실제 가입 과정은 생각보다 많이 복잡하더라고요. 제가 살고 있는 곳이 다가구주택이다 보니 건물 전체 세대의 보증금 현황이나 전세 대출 여부 같은 자료들을 모아서 제출해야 했어요. 그리고 그 서류 대부분은 직접 구하기 어렵고, 집주인의 협조를 통해서만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사만 해도 해야 할 일이 많고 정신 없는 상황에서도 계속 집주인과 연락하면서 서류를 수정하고, 취합해야 했고, 은행도 여러 군데 직접 다녀와야 했어요. 당시에는 전세사기 문제로 인해 은행 심사도 굉장히 까다로운 상황이었어요. 건물 자체가 심사에서 제외되는 경우도 많았죠. 그러다 보니 집을 구하는 과정이 단순한 계약이 아니라, 내가 이 집에서 살아도 괜찮은 사람인지를 증명하는 과정처럼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세입자가 자기 돈을 내고 들어가는 집인데, 왜 자기 안전을 위해 이렇게까지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어요. 하지만 결국 전세사기를 피하기 위해서는 세입자가 직접 공부하고, 위험을 찾아내고, 문제가 생기지 않기를 바라면서 계약할 수 밖에 없는 구조 자체가 너무 불안하게 느껴졌습니다."

 인경씨가 세입자에게 필요한 정책을 고민하고 있다.
인경씨가 세입자에게 필요한 정책을 고민하고 있다. ⓒ 민달팽이유니온

- 인터뷰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이유도 그런 문제의식 때문이었나요?

"네 맞아요. 제가 직접 피해를 입은 전세사기 피해자는 아니지만, 이 문제가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의 일상에 들어와 있다고 느꼈어요. 실제로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집의 안정성을 끊임없이 검증하며, 세입자가 왜 이렇게까지 불안해하며 집을 구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특히 전세사기를 예방하기 위한 정보나 서비스들이 생겨났는데, 그것조차 개인이 직접 찾아보고 비용을 내야 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결국 세입자가 스스로 공부하고 감당해야 하는 구조였어요. 가까운 지인의 피해 과정을 보면서 이 문제가 특정 사람들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실감하게 됐어요. 그래서 이런 현실을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인터뷰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 지인의 전세사기 피해 사건 이후, 전세사기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을 것 같습니다.

"네, 예전에는 그냥 사기 사건 중 하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교통사고 같은 느낌입니다.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사고로 느껴져요. 그런데 지금 사회적 분위기는 계속 세입자에게만 '조심해라', '보험 들어라'하는 이야기만 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개인의 대비도 필요하지만, 이제는 사고 자체를 줄일 수 있는 방향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세입자와 임대인 사이의 정보 격차가 너무 커요. 세입자는 제한된 서류 몇 장만 보고 계약해야 하는데, 그 제한된 서류로 임대인의 재정 상태나 위험 요소들을 충분히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중고거래 앱만 봐도 거래 이력이나 후기 같은 것들이 남는데, 집은 훨씬 큰 돈이 오고가는데도 세입자가 알 수 있는 정보는 너무 제한적입니다. 그래서 계약 전에 임대인 정보나 악성 임대인 이력 등을 조금 더 투명하게 확인 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결국 세입자는 부족한 정보 안에서 괜찮을 거라는 추측하면서 계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느꼈기 때문에요. 그래서 전세사기 문제도 단순히 개인이 조심하는 게 아니라, 세입자가 계약 전에 확인할 수 있는 정보 자체를 더 투명하게 제공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 지방 선거 후보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나요?

"전세사기 피해자를 포함한 세입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정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한 비용 지원을 넘어서, 세입자들이 실제로 내 일상이 나아졌다고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전세사기 피해 이후 복잡한 절차들을 한 번에 안내받고 연결할 수 있는 원스톱 지원 체계라던지, 피해자들이 빠르게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 같은 것들이요. 이번 지방 선거를 통해 당장 완벽한 정책이 나오지 않더라도, 적어도 이런 문제 의식을 가지고 세입자들의 현실을 계속 들여다 보는 정치인들이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과정들이 이후 정책 마련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경씨가 자신이 고른 정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인경씨가 자신이 고른 정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민달팽이유니온

- 이외에도 필요한 정책으로 심리 지원을 꼽아주셨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저는 꼭 상담만이 심리 지원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피해자들끼리 연결된 심리적 교류의 장이 더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지금은 세입자 대부분 각자 정보를 찾아보고, 변호사를 통해 법률 지원 방법을 알아보거나, 온라인 카페나 오픈채팅방 등을 통해 겨우 서로와 연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피해를 경험한 사람들이 더 쉽게 서로 연결될 수 있다면 정보 공유도 훨씬 빨라지고, 심리적으로도 덜 고립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나만 이런 일을 겪은 것이 아니구나라는 감각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피해 이후에는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한다는 느낌을 받기 쉬운데,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 만으로도 심리적인 부담이 조금 줄어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어: 윤여진 청년안심주택 사당 코브 전세사기 피해자

덧붙이는 글 | 본 인터뷰는 인터뷰이의 요청으로 가명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세입자#전세사기#지방선거#보증금#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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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의 목소리를 찾아서

윤여진 (minsnail) 내방

'주거권 보장 지금 당장!'을 외치며 청년 세입자 대상의 교육, 상담, 현장대응 그리고 제도개선을 위한 실천행동을 함께 합니다. 무법지대와 다름없는 주택임대차시장에서 세입자 청년들이 겪는 부당한 관행에 2013년부터 함께 대응해왔고, 보증금 먹튀 대응 센터 운영 및 법안 발의 등 세입자 권리를 지키기 위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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