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지는 6월 3일은 '무주택자의 날'입니다. 지난 제21대 대통령선거 역시 같은 날 치러졌습니다. 선거는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와 동네의 미래를 결정하는 시간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세입자의 삶'을 중심에 둔 정책과 선거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전세사기가 사회적 재난이 되어 대한민국을 휩쓴 이후, 우리가 살고 있는 집과 동네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세입자들의 목소리를 한 사람씩 천천히 들어보고자 합니다.
이번 <세입자의 목소리를 찾아서> 인터뷰 시리즈는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을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공약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세입자들의 경험과 목소리를 기록하고 전하고자 합니다.
이 연재 기사 시리즈는 제9회 지방선거를 계기로 민달팽이유니온과 서울시전세피해세입자연대가 함께 꾸린 '세입자의 목소리를 찾아서' 팀이 기획·제작했습니다.
동작구아트하우스 전세사기는 피해 건물 4채, 피해자 76명, 피해금액 66억 원에 이르는 전세사기 피해 사건이다. 임대인 부부가 집을 소유하고, 이들의 가족이 운영하는 부동산이 대부분의 피해 세입자들과 계약을 진행했다. 임대인의 누나, 임대인의 딸 등이 공인중개에 나서서 "공인중개사 직원도 이 건물에 살고 있다"며 피해자들을 안심시켰지만, 임대인은 2024년 11월, 파산을 신청했다. 파산을 신청하기 4개월 전까지도 세입자를 받았다. 세입자들은 2025년 3월 대책위를 설립하고 회생법원에 보증금 채권의 비면책을 촉구했으나, 2026년 5월을 기준으로 법원은 아직 답을 내리지 않은 상황이다. 만일 법원이 전세사기 피해자의 보증금을 반환할 의무를 면책처리 한다면, 피해자들은 법적으로 보증금을 돌려받을 방도가 없다.
대책위에서 위원장을 맡고 있는 세입자 다영씨와 운영위원을 맡고 있는 세입자 미연(가명)씨는 서로 얼굴도 알지 못하는 이웃 주민에서, 대책위에서 함께 활동하는 동료가 되었다. 지난 11일 대책위 설립 초창기 입주민들이 모여 회의를 진행하던 남성역 인근 무인카페에서 이들을 만나 그동안의 대응 과정을 돌아보고, 필요한 제도 변화에 관해 이야기 나눴다. 이들의 피해는 현재진행형이다.
"내 공간 생겨 행복했는데..." 밤중에 날아온 임대인 파산 소식
-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다영 : "서울시 동작구에 있는 아트하우스에서 거주하고 있는 전세사기 피해자 강다영입니다. 피해자들이 함께 꾸린 피해대책위의 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미연(가명) : "다영님과 같은 피해주택에 살고 있는 송미연이라고 합니다. 대책위에서는 운영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 두 분은 아트하우스에 어떻게 이사 오시게 되었나요?
미연 : "원래 사당역 인근에 있는 다른 건물에서 살고 있었어요. 계약 기간 끝이 다가와서 다른 집을 찾았죠. 살던 동네인 사당동을 벗어나는 게 부담스럽기도 하고, 익숙한 곳에서 계속 살고 싶어서 사당동 안에서만 집을 알아봤어요. 서울에서 자취를 시작하고 처음 살게 된 동네거든요. 제가 원했던 조건들을 찾다가 '아트하우스'를 찾게 된 거예요."
다영 : "수원에 살며 서울로 출퇴근을 했었는데요. 왕복 4시간을 길 위에서 쓰다보니 너무 힘들고 퇴근 후 일상도 없더라고요. '살아야겠다' 싶어서 직장이 있던 서울역 인근에서부터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당시 2023년에는 전세 사기 영향으로 시끌벅적하고 매물이 거의 없던 시기였어요. 저도 전세가 무서워 월세를 먼저 찾았죠. 그런데 월세도 보증금이 웬만큼 있어야 하더라고요. 고민하던 중 일하는 곳이 '중기청(중소기업취업청년) 전월세보증금대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이게 곧 없어진다고 하니 '지금이 기회'라는 이야기도 주변에서 듣고요. 그렇게 중기청 대출이 가능한 집을 알아보다가 사당까지 오게 된 거예요."

▲다영씨(오른쪽)와 미연씨가 남성역 인근의 무인카페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 민달팽이유니온
- 사당은 당시에 주거비가 비싼 동네가 아니었던 건가요?
다영 : "비싼 동네다, 아니다가 아니라 매물이 있냐, 없냐를 봐야 했어요. 전세 매물도 많지 않았지만, 중기청이 가능한 매물은 더 적었어요. 피해 이후로 은행의 대출 심사 과정도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는데, 그 심사조차 통과하지 못하는 위험한 매물들이 더 많았던 거죠. 그렇지만 저는 대출이 아니면 보증금을 마련할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발품을 팔며 어디가 특별히 비싸고 안 비싼 게 아니라 보증금 1억이 기본값이고, 그 안에서 좀 괜찮은 매물을 만나냐 안 만나냐의 차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됐죠."
미연 : "원래 살고 있었던 집을 소개해 준 부동산에서 사당에서 계속 쭉 살 거면 다음 집도 여기서 계약하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저는 전세를 원한다고 말씀드리니 '요즘 여긴 전세가 없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 부동산은 매물이 부족한 곳인가 싶어서 새롭게 찾아본 부동산이 '아트공인중개사사무소' 였어요. 여기는 매물도 많고, 원하는 조건대로 집을 찾아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원래 부동산에 다시 가서 매물 많은 데가 있더라고 하니 중개사 아저씨가 전세 없는데 그 부동산 어디냐, 그 집 어디냐고 하시더라고요."
- 이사 오고 나서의 생활은 어땠나요?
미연 : "원래 살았던 집보다 큰 평수로 와서 굉장히 행복했어요. 집에 돌아오면 거실과 방이 따로 있다는 게 좋았고, 출퇴근하면서도 내내 붕 뜨는 기분이었어요. 돌아갈 집이 조금 넓어졌다는 사실 때문에요."
다영 : "이 집이 첫 자취예요. 동생이 두 명이라 방을 혼자 쓰는 게 힘들었고, 대학에서도 2인 기숙사에서 살았어요. 그러다 보니 처음으로 내 공간이 생겼다는 게 좋았어요. 방은 어떻게 꾸밀지 고민하며 설레는 맛이 있었죠. 재밌는 점은 전세사기가 터지기 전에는 집이라는 공간에 대한 애착이 컸다면 피해 이후로 이웃들과 연결되면서 오히려 동네와 얽힌 기억들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거예요. 아이러니하죠. 전세사기 터지기 전까지는 제 이웃에 누가 사는지 전혀 몰랐어요. 이 건물에 사람이 사나 싶었어요. 한 번도 누군가와 마주친 적이 없었거든요. 쓰레기는 꼬박꼬박 나오니까 사람이 살기는 하는 것 같은데 하면서요.(웃음)"

▲다영씨가 인터뷰어의 질문에 응하고 있다. ⓒ 민달팽이유니온
- 그런데 임대인의 파산을 알리는 문자로 평화로운 일상이 깨졌습니다. 문자를 받은 그날을 입주자들 사이에서는 '동작구 114 사태'로 부르신다고요? 그날의 기억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미연 : "피해 사실을 2025년 1월 14일에 알게 돼서 그렇게 불러요. 신년이라 본가에 내려가서 가족과 저녁을 먹고 쉬던 참이었어요. 갑자기 '띵' 하고 장문의 문자가 와서 처음에는 스팸인 줄 알았는데, 내용을 읽어보니 스팸이 아닌 거예요. 이해가 안 돼서 두 번 세 번 읽다가 엄마한테 문자를 보여줬어요. 보시고는 이거 전세 사기다라고 하셨죠. 분명 그 문자를 받기 전까지는 행복하고 화기애애했던 분위기였는데 그 문자를 받고 나고 나서 집안 분위기가 갑자기 침울해져서 그날의 기억이 생생해요."
다영 : "친구랑 2025년 한 해를 어떻게 보낼지 계획한 것을 서로 공유하고, 저녁 먹으며 잔도 부딪히던 중 밤 9시에 임대인에게서 문자가 왔어요. 이상했죠. 그 전에는 한 번도 임대인에게서 문자를 받은 적이 없거든요. 관리인이자 공인중개사무소의 중개보조인인 사람을 통해서만 연락을 주고 받았었어요. 갑자기 싸한 느낌이 들어서 문자를 읽지도 못하고 친구한테 보여줬는데 실시간으로 낯빛이 어두워지는 거예요. 처음에는 임대인이 파산한 게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몰랐어요. 확실한 건 지금 실컷 세운 신년 계획이 다 흐지부지되고, 2025년에 계획을 세울 수 있는 게 하나도 없겠구나 했죠."
"대응 초반, 지자체보다 챗GPT가 훨씬 큰 도움돼"
- 피해 사실 인지 후 초기 대응은 어떻게 하셨나요?
다영 : "임대인이 밤에 문자를 보낸 건 의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피해자들이 섣불리 움직일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요. 밤 9시에 문자를 받았으니 행정기관에 물어볼 수가 없어서 말 그대로 '멘탈 붕괴'였어요. 그래서 챗GPT랑 계획을 세웠어요. 내가 지금 이런 상황인데, 뭘 해야 할까 물어보니 '누구를 만나서 어떤 서류를 떼고, 전세사기 피해자 신청을 해야 된다'는 식의 답변을 주더라고요. 대응 초반에는 지자체보다 챗GPT가 훨씬 도움이 많이 됐어요. 챗GPT는 하나부터 열까지 준비를 도와줬는데, 정작 주민센터 가서 피해 사실을 알렸을 때는 그냥 안타까워만 하는 거예요. 대신 구청 부동산 정보과를 소개해줘서 가보니 아트하우스의 다른 피해자 분들도 몇 분 왔다 가셨다고 얘기해주시더라고요. 연결 시켜줄 수 있냐고 물어보니 그건 또 안 된대요.
구청은 적어도 챗GPT보다는 상담을 자세하게 해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전세사기 피해자 인정 요건과 피해자 구제 방법 등이 담긴 얇은 책자 하나만 주더라고요.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등 이후 안내는 전혀 없었어요. 여기까지 온 데에 구청이나 서울시가 해준 것은 없어요. 피해자들끼리 뭉쳐 여기까지 온 거예요. 저희가 대책위를 만들고 하니 그제서야 경찰서나 구청에서 나와서 이야기를 듣고 했지, 피해자 개인일 때는 답답한 부분이 있었죠."
미연 : "저는 전세사기 피해 지원센터에 전화로 먼저 문의했는데요, 이런 모든 지원은 피해자 인정을 받아야만 한다는 답변을 하시더라고요. 지금 당장 지원받을 수 있는 것은 없고,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혼자 준비를 해야하니까 막막했죠. 심지어 퇴사 이후에 다음 직장을 아직 안 구했던 시기였어서 사기를 인지하고 돈을 빨리 벌어야 겠다는 생각이 곧바로 들었어요. 전세사기 대응하랴, 취업 준비 하랴 대응 초반이 되게 힘들었어요."
- 그런 상황인데도 대책위는 꽤 빠르게 모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미연 : "저희 부모님도 건물에 대자보 붙인 사람은 없냐, 사람들을 만나야 하지 않겠냐고 얘기하셔서 오픈 채팅방을 만들어서 문 앞에다 붙여볼까 하고 고민이 되더라고요. 그런데 문자를 받고 이틀 후, 오픈 채팅방을 만들었으니 들어와서 다같이 보증금 돌려받자는 쪽지가 문앞에 붙더라고요."
다영 : "다들 일이 터지고 나서 바로 다음 날은 지원책 알아보고, 필요한 서류 떼고 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것 같아요. 둘째날 이후로 오픈 채팅방에 모여서 다같이 얘기를 하다가 아트하우스라는 건물이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다른 동네의 건물을 찾아가서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죠. 파산 문자가 모든 주택의 세입자들한테 다 같은 날 발송된 거였어요. 한날 한시에 알게 되었으니 빠르게 모이는 데는 유리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민달팽이유니온과 연결이 되고, 전국대책위의 조언으로 공식적으로 대책위를 설립하게 되었죠. 피해 회복, 상호 돌봄, 연대를 목적으로 삼았어요."

▲다영씨(오른쪽)와 미연씨가 피해 건물의 등기부등본을 설명하고 있다. ⓒ 민달팽이유니온
- 그 와중에 두 분은 어떻게 각각 위원장, 운영위원을 맡게 되신 건지 궁금합니다.
미연 : "솔직하게 말하면 그때는 일을 쉬고 있었기 때문에 따로 할 일이 없었어요. 이 사건에 완전히 몰두할 수 있었죠. 그리고 함께 대응하는 사람들이 좋아서, 나도 열심히 하고 싶다는 에너지가 생겼어요. 같이 활동하는 사람들과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처음부터 운영위원을 할 마음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활동하다 보니까 제가 자료 조사도 잘 하더라고요.(웃음)"
다영 : "피해자들 중에 사회초년생이 많다보니 시간을 내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분들이 많지는 않아요. 열심히 활동하고 싶은 마음은 모두가 있어도 현실은 그러지 못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운영위를 따로 꾸리게 됐죠. 사실 저는 원래 운영위원까지만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제가 이주인권 활동을 하고 있거든요. 당사자 조직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도 했고, 전세사기는 낯설었지만 정책 관련한 이야기나 기자회견 같은 경험은 있었으니까, 자연스럽게 대외 활동을 맡게 되었어요."
- 공식 출범 직전 민달팽이유니온과 만났을 때도 이미 이 사건을 마치 경찰이나 탐정처럼 파헤치고 계셨죠. 임대인과 공인중개사가 결국 가족 관계 등 연관이 있는 사실을 알아내셨고요.
다영 : "'이건 내가 할 수 있어요'라고 나서준 분들이 계셔서 대책위가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등기부등본 해석을 잘하는 분, 계약서 검토를 해준 분, 자료를 다 모아서 비교해 준 분 등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했어요. 서로의 계약 상황, 공인중개 정보 등을 다 모아서 정리를 하면서 중개인이 겹친다는 것을 알게 되고, 임대인 일당의 조직도를 그릴 수 있게 됐죠. 이를 바탕으로 형사 고소를 공동으로 진행하기도 하고요. 피해 구조가 명확히 보이니까 다들 대책위 활동에 더 관심을 갖고 함께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계약 과정을 돌이켜보면 어땠나요?
다영 : "제가 선순위 보증금이 얼마인지 물어봤을 때, 중개보조인은 그런 건 물어보면 안되는 거다. 지금 주민센터를 가서 물어봐도 안 알려줄 거다. 임대인의 동의가 있어야만 확인할 수 있는 거라고 했어요. 부동산에서 그렇게 말을 하니 그 말이 맞는가보다 싶었죠. 그러면 이 집이 안전한지는 어떻게 알 수 있냐고 물어봤는데, 임대인이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건물도 순환이 잘돼서 문제가 없다는 거예요. 여기를 계약하지 않으면 바보라고요. 그 말을 듣고 계약을 안 하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임대인의 딸인 진짜 공인중개사가 나와서 다시 설득하더라고요. 나쁜 소리는 다 중개보조원이 했고, 공인중개사와 임대인은 좋은 말만 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판을 짠 것 같아요. 도박할 때도 몰아주는 사람이 있고 판을 따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미연 : "저는 '아트하우스 10'의 마지막 임차인이에요. 2024년 7월 29일에 잔금을 다 치르고 입주했는데, 부동산에서는 걱정 안 해도 된다며 호언장담을 했거든요. 그런데 결국 11월 11일에 임대인이 파산 신청을 한 거예요. 제가 계약할 당시에도 분명히 파산 준비를 하고 있었을 텐데 계약을 성사 시키기 위해 임대인이 돈도 많고 걱정할 것 없다고 말했다는 게 너무 화가 났죠."
- 2025년 3월 대책위를 설립하고 1년 2개월 정도가 흘렀습니다. 이후로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현재의 쟁점은요?
미연 : "4개 건물 중에 2개는 이미 경매에 넘어가서 유찰되었어요."
다영 : "임대인 파산 관련해서는 채권자 집회를 2차까지 했었는데, 다음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어요. 저희는 이미 전세사기 피해자임을 인정 받았는데 그러면 가해자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호소를 하고 있는데, 법원에서는 임대인의 형사 재판을 기다리겠다는 이야기만 반복하더라고요. 답답해요. 형사 수사는 재수사 단계예요. 제가 마지막 재수사 대상이었고요. 막바지 단계라고 해서 기다리고 있어요."
- 얼마 전의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에는 영향을 받은 점이 없나요?
다영 : "있죠. 저희는 소액임차인 아니면 후순위인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적어도 보증금의 1/3은 보전이 된다는 것은 다행이에요. 파산 관련해서는 아쉬운데요, 임대인의 파산 시에 우선변제 범위 내에서의 보증금채권은 비면책된다는 내용이잖아요. 저희 사례는 후순위 세입자가 대부분이라 우선변제금이 없거든요. 최우선 변제금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없다 보니 실효성이 크지 않다고 느껴요. 저희는 세입자의 보증금은 권리적으로 해석해서 채권을 비면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정부에서는 아직까지도 부동산이면 그냥 일반 재산으로만 인식해서 문제가 반복된다고 생각해요."
- 피해 이후로 가장 크게 느낀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미연 : "전세사기를 당하기 전엔 집 가는 길이 굉장히 행복했는데, 사기 이후에는 180도 달라지더라고요. 길거리에 지나가는 웃는 사람들만 봐도 부정적인 감정이 차올랐어요. 내가 왜 이런 선택을 해서 이렇게 됐을까, 자책도 하고, 부모님께도 죄송스럽고요. 그러게 1년 정도를 힘들어했는데, 지금은 피해를 회복한 건 아니지만 무덤덤하게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어요. 그러면서 집의 중요성을 동시에 알았어요. 사람에게 안정적인, 평온하게 쉴 수 있는 집이 있는 건 아주 중요한 거구나 하고요.(미연)"
다영 : "사기를 당하고 나서 '왜 하필 나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러고 나서 '왜 내가 아닐 거라고 생각하지?'라는 마음도 동시에 들었어요. 사람들과 함께 대책위 활동을 하면서는 나의 잘못된 선택 때문이 아니라, 여러 구조가 얽히고설킨 필연적인 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죠. 처음 이 일을 인지했을 땐 완전히 혼자라고 생각했는데, 피해자들과 연대하고, 앞서 길을 터 둔 다른 대책위 분들을 만나며 세상이 조금은 살 만하다고 느꼈어요. 사당역에서 시민들에게 탄원서 서명을 받으면서는 감사한 마음이 들었고요."

▲다영씨와 미연씨가 세입자에게 필요한 주거 정책 카드를 들어보이고 있다. ⓒ 민달팽이유니온
- 주택임대차제도에서 가장 바뀌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은요?
미연 : "공인중개사 관리를 나라에서 방치하는 것 같아요. 국가가 공인한 자격을 갖추고 중개를 하는 건데, 사기를 치고도 벌금을 내고 다시 영업하는 사람들이 있는 걸 보면 정부에서 공인중개사 관리를 위해 더 적극적으로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해요."
다영 : "저는 보증금이 너무 높다고 생각해요. 건물이 실제 1억 원 이상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 면적이면 1억의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보증금이 1억으로 매겨지는 것이 너무 이상하지 않나요? 보증금에 대한 규제가 진작 있었다면 이런 일들이 터져도 피해자들이 이렇게까지 괴롭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 다음으로는 대출 심사 과정이 또 괘씸해요. 대출이 나오면 안 되는 집인데 대출해주면서 정부에서 보증해주니 은행은 이자만 받고, 리스크는 세입자가 지잖아요. 정말 이상해요.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어떤 요구를 하십니까?
미연 : "'우리, 주거권에 투표합시다.' 최근 서울전세피해세입자연대의 슬로건이기도 했어요."
다영 : "전세사기 특별법이 개정되며 보증금의1/3까지는 회수할 수 있도록 되었는데, 저는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세사기 피해자 청년들이 개인 회생을 정말 많이 선택하고 있어요. 개인 회생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보증금의 최소 50%까지는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봐요. 중앙 정부에서 지원하는 1/3 이외에 10%, 15%를 더 지원하겠다, 그런 공약이 있으면 무조건 뽑을 것 같아요. 이런 정책을 내놓는다는 것은 전세 사기 피해가 정책의 실패에서 기인했다는 점을 이해하고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미잖아요. 이런 공약하는 사람이 있다면 꼭 뽑겠습니다."
인터뷰어: 김가원 민달팽이유니온 사무처장 덧붙이는 글 | 본 기사의 인터뷰이 중 미연님은 인터뷰이의 요청으로 가명으로 실린 이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