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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주말)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위스테이지축' 아파트 단지에서 열린 바자회 전 하얀 천막 아래 입주민들이 모여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다.
지난 9일(주말)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위스테이지축' 아파트 단지에서 열린 바자회 전하얀 천막 아래 입주민들이 모여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다. ⓒ 위스테이지축사회적협동조합 사무국.

"여기가 정말 신축 아파트 단지가 맞나요? 꼭 정겨운 시골 마을 잔치에 온 것 같네요."

지난 5월 9일 주말, 화창한 봄 날씨 속에 방문한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의 '위스테이 지축' 아파트는 입구부터 시끌벅적했다. 539세대 6개 동 규모로 조성된 이곳은 겉보기엔 요즘 짓는 평범한 분양 아파트와 다를 바 없었지만, 단지 중앙 광장에 들어서자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이날 단지 광장에서는 입주민들이 직접 기획하고 참여한 대규모 바자회가 열리고 있었다. 하얀 천막들이 줄지어 늘어선 가운데, 이웃끼리 서로의 물건을 사고팔며 담소를 나누는 주민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가득했다.

"내 아이, 네 아이가 어딨나요" 광장이 거대한 놀이터로

 바자회 한편에 깔린 돗자리 위에서 아이들이 레고 블록 놀이에 푹 빠져 있다. 어른들은 곁에 앉아 이웃의 아이들을 함께 돌보며 자연스러운 공동체를 보여준다.
바자회 한편에 깔린 돗자리 위에서 아이들이 레고 블록 놀이에 푹 빠져 있다. 어른들은 곁에 앉아 이웃의 아이들을 함께 돌보며 자연스러운 공동체를 보여준다. ⓒ 위스테이지축사회적협동조합 사무국.

가장 눈길을 끈 곳은 천막 한편에 널찍하게 마련된 '블록 놀이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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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과 빨간색이 섞인 커다란 매트 위에는 레고 블록이 산처럼 쌓여 있었고, 동네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조립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주변에 둘러앉은 어른들의 태도였다. 돗자리에 걸터앉은 주민들은 굳이 '내 아이'만을 챙기지 않았다. 이웃의 아이가 만든 장난감에 호응해 주고, 처음 보는 아이와도 자연스럽게 블록을 맞춰주는 모습은 삭막한 현대 도시에서 보기 드문 '마을 공동체' 그 자체였다.

이러한 풍경이 가능했던 이유는 이곳이 단순한 민간 아파트가 아니기 때문이다. 위스테이는 2015년 박근혜 정부에서 도입한 기업형 민간임대주택인 '뉴스테이'에 사회적협동조합을 접목한 '협동조합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이다. 건설사가 주도하여 이윤을 추구하는 일반 뉴스테이와 달리, 사회적협동조합이 주축이 되어 공동체 활동 등 '사회적 가치' 구현에 집중하는 형태다. 실제로 일반 아파트 상가에 흔히 있는 공인중개사 사무소 대신 사회적 협동조합 사무국이 자리 잡고 있다.

보증금 2.5억에 월세 7만 원... 시세차익 대신 '관계'를 택한 사람들

 단지 내 커뮤니티 공간에 모인 아이들과 부모들. 육아돌봄위원회가 주축이 되어 이웃이 함께 아이를 돌보는 공동육아를 실천하고 있다.
단지 내 커뮤니티 공간에 모인 아이들과 부모들. 육아돌봄위원회가 주축이 되어 이웃이 함께 아이를 돌보는 공동육아를 실천하고 있다. ⓒ 위스테이지축사회적협동조합 사무국.

파격적인 주거 비용도 놀랍다.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위스테이 지축의 임대보증금은 2억5600만 원, 월 임대료는 7만4000원에 불과하다. 인근 아파트 단지의 동일 면적 월세 호가가 보증금 2억 원에 150만 원인 것과 비교하면 어림잡아 100만 원 정도가 저렴하다. 주택 건설 단계부터 입주자가 참여하여 공급 비용을 낮춘 덕분이다.

입주민인 강성국 이사는 2019년 입주를 결정할 당시 마포 아파트 매수를 고민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당시 여유 자금에 대출을 더하면 아파트 매수가 충분히 가능했지만, 결국 매달 내야 하는 대출 이자와 '집값 스트레스'에 매달리는 대신 이웃과의 '관계'와 '공동체'에 가치를 두는 쪽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단지 안에는 도서관, 카페, 공유주방, 놀이방, 공방, 스튜디오 등 다채로운 시설을 갖춘 대규모 커뮤니티 센터가 있다. 약 2000㎡ 규모로 법정 기준의 두 배에 달하는 이 공간을 채우는 것은 입주민이 직접 결성한 각종 위원회와 동아리들이다. 입주민 김소연 이사는 "대단지, 중소형 아파트 모두 살아봤지만 이곳처럼 자연스럽게 사회적 관계를 맺는 경험은 해본 적이 없다"며 "특히 아이를 키우다 보면 단지 내 어린이집부터 놀이터, 카페, 놀이방 등 커뮤니티 공간에서 주민들을 끊임없이 마주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현재 위스테이 지축에는 24개의 공식 동아리가 결성돼 535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으며, 비공식 동아리를 포함하면 50개가 넘는다. 육아돌봄위원회는 공동육아 사업인 '놀러온'을 꾸려 매일 돌봄 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그 주체 역시 다름 아닌 입주민들이다. 1인 가구 모임인 '비빌언덕'은 공유주방에서 서로의 끼니를 챙기고 교류한다.

의무임대 8년의 기로... "분양 대신 20년 장기임대를 꿈꿉니다"

하지만 이 활기찬 마을에도 고민거리는 있다. 바로 임대 기간이다. 뉴스테이와 위스테이 모두 입주 후 '8년'이 지나면 의무 임대 기간이 만료되어 임대가 종료된다. 임대리츠 지분을 보유한 민간 투자자들은 주택을 시세만큼 비싸게 분양하고 싶어 하는 등 이해관계가 엇갈려 혼란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날 현장에서 만난 위스테이 지축의 입주민들이 그리는 미래는 단순히 집을 싼 가격에 분양받아 시세차익을 챙기는 것이 아니었다. 사회적협동조합 구조상 조합원 개인에게 시세차익 배당이 불가능하기도 하지만, 이들이 진정 바라는 것은 저렴한 주거와 공동체 생활이 어우러진 지금의 '현상 유지'다. 이들은 분양 전환이 아닌 '20년 장기임대'로의 전환을 이야기했다.

전승욱 위스테이지축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단호하게 말했다.

"살아보니 8년은 너무 짧습니다. 우리가 직접 꾸린 공동체를 이대로 포기할 순 없기에 조합이 국토부 등과 협의해 20년 장기임대 주택으로의 전환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봄 햇살 아래 이웃 간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던 5월 9일의 바자회. 집을 '재산 증식의 수단'이 아닌 '삶의 터전이자 이웃과의 연결고리'로 증명해 내고 있는 지축동 주민들이, 8년이라는 제도의 문턱을 넘어 20년 장기임대의 꿈을 꼭 이뤄내길 응원해 본다.

덧붙이는 글 | 본 기사에 다 담지 못한 위스테이 지축 바자회의 더욱 생생한 현장 사진과 자세한 취재 이야기는 필자가 운영하는 '고양e뉴스' 블로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주거 불안 속에서 '사회주택'이 공동체 회복의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이 특별한 마을의 이야기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고양시#위스테이지축#사회주택#바자회#마을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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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한 현장, 발빠른 소식 - 고양e뉴스 | 에디터 박상준입니다. 고양시를 중심으로 수도권 주요 소식과 지역 경제, 현장 이슈를 직접 취재하고, 시민의 눈높이에서 그 본질을 끝까지 분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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