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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평화운동가 기무라 히데토 선생
일본 평화운동가 기무라 히데토 선생 ⓒ 정병진

지난 10일 오후, 일본 나가사키를 기반으로 활동 중인 평화운동가 기무라 히데토(木村英人) 선생(82세)을 여수의 한 찻집에서 이효웅 소장(한국환동해연구소)과 함께 만났다. 기무라 선생은 40년간 고등학교 영어교사로 재직하다 퇴직한 뒤 일본의 과거사 반성과 한일 민간 교류를 위해 힘써온 대표적인 양심적 시민운동가다.

그는 나가사키 평화자료관 등에서 활동하며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과 원폭 피해 문제를 알리는 데 앞장섰다. 군함도 강제징용 피해자 고 서정우 씨의 삶을 다룬 도서를 한국에 기증하는가 하면, 강제징용 피해자 묘소 참배와 원폭 피해자 지원 활동에도 꾸준히 참여하였다. 또한 5·18 민주화운동과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 역사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활동 중이다.

그는 "잘못된 과거사를 외면하지 않고 사죄하는 것이야말로 일본의 미래를 위한 길"이라고 강조한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일본 사회의 우경화와 평화헌법, 후쿠시마 원전 문제, 한센인 인권 역사, 그리고 한일 시민교류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간추린 주요 내용이다.

"평화헌법 무너뜨리려는 일본 정치,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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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평화헌법에 대한 선생님의 견해를 알고 싶다.

"일본 평화헌법 9조는 교전권을 포기하고 전쟁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군비도 최소화한다는 정신이다. 그런데 일본 정치권, 특히 우파 정치인들은 그것을 자꾸 바꾸고 싶어 한다. 그래도 일본 국민 절반 정도는 여전히 평화헌법 9조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도 일본 총리가 미국 항공모함에 올라가 퍼포먼스를 하고 그런 모습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 선생님은 일본을 '망해가는 나라'라고 표현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정치인들이 국민 전체를 생각하지 않고 자기 이익만 추구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김대중, 노무현, 이재명 같은 정치인이 나오지 않나. 물론 완벽하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미래를 고민하는 정치 지도자가 존재한다. 그런 정치인이 나오지 않는 사회는 결국 희망이 사라진다. 일본은 동북아시아 평화에 대한 비전도 약하다. 북한 문제를 포함해 앞으로 동북아시아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는 정치가 부족하다."

- 자민당 장기집권 구조가 가장 큰 문제 아닐까?

"맞다. 국민들도 점점 그것에 익숙해졌다. 물론 자민당 내부에도 반대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있다. 하지만 사회 전체가 변화의 상상력을 잃어버린 상태다."

"후쿠시마 겪고도 다시 원전 확대, 왜 그러나"

- 일본 원전 정책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일본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피해를 겪었고,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까지 경험했다. 그런데 왜 다시 원전을 확대하는가?

"후쿠시마 사고 당시 정권은 민주당 정부였다. 그런데 사고 직후 노심 용해(멜트다운) 사실을 국민에게 바로 알리지 않았다. 국민이 혼란스러워할까 봐 숨겼다. 일본은 사실 오래전부터 대지진 위험이 계속 경고돼 왔다. 앞으로 40년 이내에 대형 지진이 발생할 확률이 매우 높고, 수십만 명이 희생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 그런 위험을 겪고도 일본 사회가 다시 원전을 선택하는 이유가 뭘까?

"일본은 재난을 잊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왜 일본인들은 그렇게 빨리 잊어버릴까 생각했지만, 어쩌면 잊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구조인지도 모른다."

이효웅 소장(한국환동해연구소)= 나는 원전 문제가 단순한 전기 생산만은 아니라고 본다. 결국 핵기술은 핵무기와도 연결될 수 있지 않나?

"나도 비슷한 생각이다. 일본이 핵발전을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배경 가운데 그런 문제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동시에 이것은 자본주의 시스템의 문제이기도 하다. 끊임없는 성장과 소비를 추구하는 사회 구조 말이다. 일본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한편으로 지구온난화를 생각하면 나쁜 일만은 아닐 수도 있다. 경제 성장이 둔화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물론 경제는 중요하다. 하지만 끝없는 성장만 추구하다 보면 결국 어디선가는 벽에 부딪힌다. 중요한 것은 가난하더라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 아닐까."

-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원전 의존을 쉽게 끊지 못하고 성장주의에 매여 있다.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도, 세계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그래서 결국 인간이 물질만이 아니라 정신적·종교적 가치도 회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록도와 애양원 역사, 일본도 배워야"

- 선생님은 여수를 방문해 애양원과 소록도 역사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책을 읽고 직접 현장을 방문해 보니 너무 가슴 아팠다. 광주에서 여수까지 한센인들이 걸어왔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일본 역시 한센인들을 강제수용했다. 소록도 역시 일본 식민지 정책 속에서 만들어진 시설 아닌가. 일본 제국주의가 깊이 관여했던 역사다."

- 요즘 젊은 세대는 애양원이나 소록도 역사를 거의 모른다.

"그게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다. 사회에서 소외되고 차별받았던 사람들의 아픔을 젊은 세대에게 알려줘야 한다. 한국에는 역사 현장을 걸으며 배우는 문화가 있는데 참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광주에서 여수까지 한센인들의 길을 따라 걷는 역사기행 같은 것이 있으면 정말 의미 있을 것 같다."

- 애양원이 손양원 목사 중심으로만 알려진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맞다. 오랜 세월 한센인들을 돌본 의료 선교사들과 여러 헌신자들의 이야기도 함께 기억돼야 한다. 한국 사회의 아픔 속에 일본 역시 책임이 있었기 때문에 일본 사람들도 이런 역사를 제대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일 시민들이 계속 대화해야"

- 한국 사회와 교류하면서 느끼는 점이 있는가?

"나는 한국에 올 때마다 오히려 많이 배우고 간다. 일본은 사회를 함께 묶어주는 가치와 담론이 부족하다. 한국은 민주화와 화해, 통일 같은 문제를 함께 고민했던 경험이 있지 않나. 결국 중요한 것은 시민들이 계속 대화하는 것이다. 서로 배우고 연결되며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본다.

"맞다. 시민들이 계속 이야기하고 알려야 한다. 일본도 그런 노력이 더 필요하다. 젊은 세대가 깨어나야 사회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터뷰 말미에 기무라 선생은 "나가사키에 오면 직접 안내하겠다"라며 원폭 피해 역사와 강제동원 현장도 함께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한일 시민들이 역사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계속 교류하고 대화해야 한다"라며 "그 과정에서 서로 배우고 평화를 만들어갈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겨자씨신문에도 실립니다.


#평화운동가#기무라히데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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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솔샘교회 목사입니다. '정의와 평화가 입맞추는 세상' 함께 꿈꾸며 이루어 가기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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