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과 밭이 쭉 이어지다 갑자기 아파트촌이 펼쳐진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풍경이 과연 흔할까. ⓒ 김대홍
경북도청신도시는 작은 도시다. 가로 5km, 세로 2.5km 정도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절반 이상은 공터다. 아직 도시가 다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에서 경북도청신도시를 찾아오면 한참 동안 산과 숲, 논과 밭을 스쳐 지나간다. 고속도로나 국도 어디든지 주변에 보이는 건 온통 자연이다. 그러다 갑자기 아파트 단지가 펼쳐진다. 오랫동안 이 모습을 지켜본 나에게도 참 신기한 풍경이다.
2026년 1분기 기준 경북도청신도시 인구는 2만 3133명이다. 도시 조성이 완성된 1단계만 기준으로 했을 때 인구 밀도는 5432명/㎢이다. 2단계 조성이 완료돼 신도시가 완공됐을 때 인구 밀도는 4700명/㎢ 수준으로 떨어진다. 경북도청신도시측이 가정한 수치다.
경상북도 평균 인구 밀도가 1㎢당 516명 수준이니 어찌 계산해도 대략 9-10배 수준이다.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대도시 못지 않다.
수치만 보면 무척 복잡할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여기서 지내보면 인구 밀도가 높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통계상 밀도는 높은데 체감하는 삶은 여유롭다. 참 신기한 일이다.
도시 북쪽엔 검무산, 저 멀리 남으로는 낙동강이 흐른다. 도시 한 가운데는 아주 작은 개울이 동서로 흐른다.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형이다. 도시 가운데는 작은 산이 중심가를 품은 상태로 동서를 가른다. 아파트가 빽빽하지만 그 사이로 숨 쉬는 녹지가 의외로 많다.
그 덕분일까? 이 곳에서 재미난 동물 구경을 참 많이 했다. 이 도시로 이사했을 때 가장 놀란 건 개구리 소리였다. 이사 첫날 창문을 열었는데, 발악이라도 하는 것처럼 개구리 소리가 들렸다. 수천 마리가 동시 합창을 한다면 이 정도 소리였을까.
개구리 소리는 첫날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저녁부터 새벽까지 우렁차다. 이사 초기에 비해서 지금은 소리가 다소 줄어들었다. 개구리 개체수가 준 것인지, 내 귀가 그 소리에 둔감해진 것인지는 다소 모호하다(이 문장을 쓰고 난 그날 저녁 창문을 열어보니 개구리 소리는 여전히 우렁찼다. 정답은 '내 귀가 둔감해졌다'이다).
개구리, 두꺼비, 도롱뇽, 수달... 대한민국에 이런 도시 또 있을까요?

▲아파트만 벗어나면 바로 산과 밭, 논이 펼쳐진다. 개구리 세상이 아파트 바로 옆이다. ⓒ 김대홍
아파트 뒷문으로 나가면 바로 검무산으로 이어진다. 3분 정도면 등산 시작이다. 산에서 다람쥐와 청설모를 여러 번 봤다. 어떤 날은 고라니가 '껑충껑충' 뛰어다녔다. 그 모습을 핸드폰에 담고 싶었으나 아쉽게도 너무 빨리 사라져버렸다.
뱀은 참 자주 본다. 일주일에 3번 본 적도 있으니 얼마나 자주 보는지 짐작이 될 것이다. 주로 보는 건 유혈목이다. 흔히 꽃뱀이라 부른다. 초록 바탕에 무늬가 주황색이다. 대부분 1m가 안되는 작은 크기다.
종종 보는 이 뱀에 대해 살펴보다 보니 '독사'다. '헉'. 섬찟했다. 이 뱀 때문에 크게 피해 입은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그 뒤 산에서 이 뱀을 볼 때마다 유심히 살펴봤다. 뱀이 나타나면 내가 먼저 멈췄다. 뱀은 도망가기 바빴다. 멈춰서 나를 관찰하거나 눈싸움하는 경우가 없었다. 산에 독사가 나타난다고 말하자 우리집 아이들이 살짝 두려워하는 기색을 보였다.
"뱀은 먼저 공격하지 않아. 그럴 땐 조용히 서서 뱀이 사라지길 기다려. 그러면 먼저 겁을 먹고 달아날 거야."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곤 한다.
도시 내에 있는 개울을 종종 산책하는데 여기선 도롱뇽을 봤다. 과거 초등학교 시절 거제도에 놀러 가서 도롱뇽을 본 게 전부다. 긴 세월이 흘러 도심 한복판에서 도롱뇽을 보다니. 감개무량하다. 언젠가는 도롱뇽뿐만 아니라 낙동강가 카페 창문으로 고라니가 껑충껑충 뛰는 모습을 봤다.

▲우리 동네에서 본 여러 동물들. 여기서 처음 본, 정말 오랜만에 본 동물들이 많다. ⓒ 김대홍
경북도청신도시 근처 선몽대는 소나무숲과 내성천이 유명한 곳이다. 퇴계 후손이 세운 선몽대 정자는 전망이 참 좋다. 어느 장마철에 여기서 두꺼비를 봤다.
두꺼비를 본 것도 참 오래전이다. 초등학교 시절 전라남도 나주에 있는 외가에서 본 게 마지막이다. 그 때 생각이 나서 두꺼비가 '엉금엉금' 사라질 때까지 한참 동안 지켜봤다.
▲박각시나방
'벌새'라고 오해한 박각시나방. 김대홍
신도시 외곽 호민지는 둘레가 3km가 넘는 큰 호수다. 여기서 수달을 보고 깜짝 놀랐다. 호수에서 튀어나온 수달이 나를 쳐다봤다. 나도 수달을 봤다. 4-5초쯤 지났을까. 그 순간 휴대폰을 꺼낼 생각을 못했다. '아차' 하며 꺼내는 순간 숲으로 사라졌다. 수달을 찍지 못한 게 너무 아쉬웠다.
최근에 본 가장 신기한 동물은 박각시나방이다. 처음에 힘차게 날갯짓 하는 모양을 보면서 '벌새'를 봤다고 환호했다. '붕붕' 소리를 내면서 날갯짓 하는 작은 비행체는 오로지 벌새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벌새는 멸종 위기종으로 아메리카 대륙에만 소수가 남아 있으며 한국에는 살지 않았다. 벌새라고 오해한 건 박각시나방이었다.
신기한 동식물은 많은데, 도시 태생인 나는 자연에 대해서 아는 게 거의 없다. 아이들이 "저 꽃이 뭐야?" "저 나무가 뭐야?"라고 물을 때마다 다음 '꽃검색'을 켜느라 바쁘다.
평생 자연을 잘 모르고 살아온 나에게 이 동네는 매일매일 새로운 발견이 있는 훌륭한 자연 박물관이다.
안동에서 태어나 줄곧 이 동네에서 산 지상현(병원장, 46)씨는 경북도청신도시가 너무 좋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고라니를 본 적 있느냐"는 물음에 "그럼요, 수시로 봐요. 10분 거리에 있는 낙동강가, 2단계 신도시 개발지에서 고라니가 펄쩍 펄쩍 뛰는 모습 봐요. 여럿이서 뛰는 모습도 여러 번 봤어요"라면서 자연환경이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평생 대구에서 살다 신도시로 이사한 O씨(44)는 자연이 가까운 동네 환경을 첫 손에 꼽는다. "10분만 나가면 드넓은 강변 모래밭에서 뛰어놀 수 있는 곳이잖아요.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 또 있을까요." 내 생각도 그렇다. 앞으로 신도시에서 자연과 더불어 만들어갈 기억들이 기대된다.

▲경북도청신도시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내성천. 모래밭이 참 넓다. 물은 얕고 느려 아이들이 놀기에 좋다. ⓒ 김대홍
※ 나는 동물 전문가가 아니고 당연히 뱀 전문가가 아니다. 경험에 기반한 이런 조언에 대해 전문가가 계시다면 적절한 조언 부탁드린다.
※ 앞으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색깔이 하나인 곳><심장이 없다><갈라진 일상><벌써 꺼진 성장>과 같은 주제를 다룰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