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주권을 되찾는 320만의 약속7월 1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을 앞두고 126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전남광주교육자치조례제정연대'가 발족했다. ⓒ 전남광주교육자치조례제정연대
7월 1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을 앞두고, 전남광주지역 127개 교육·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전남광주교육자치조례제정운동연대'의 발족은 한국사회에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교육의 주인은 누구인가, 그리고 진정한 교육자치는 무엇인가?'
국가에서 지역으로... 교육 대전환 가능할까
그동안 한국 교육은 국가 주도의 획일적 행정과 공급자 중심의 교육 서비스 체계에 익숙해져 있었다. 국가수준의 표준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와 교수학습법을 사용하는 교육체계 안에서 지역은 오랫동안 소외돼 왔다. 표준화, 획일화 된 지식을 가르치는 교육은 지역사회 생태계를 반영하지 못하고 삶과 배움이 불일치하는 모순을 낳았다. 4년에 한번씩 광역단위 '교육감'을 직선제로 선출하고 있으나, 교육자치는 선거 시기 반짝 구호로 그칠 뿐 '투표장 민주주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국가 주도의 중앙집중적인 교육체제를 극복하고 지역사회의 특수성과 다양성에 기반한 교육으로의 전환은 가능할까. 지역교육에 대한 지역사회의 책임성을 높이고 주민이 직접 지역 교육 설계자가 되는 '풀뿌리 교육자치'를 가능하게 만들 방법은 무엇일까.
'전남광주교육자치조례제정운동연대'가 시작한 교육자치 조례 제정 운동은 국가가 독점해 온 교육에 관한 권리를 지역의 시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요구다. 단순한 제도적 개선을 넘어 구체적인 삶의 현장 한복판으로 교육을 데려오려는 시도이며 '삶과 일치하는 배움'이라는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한 운동이다.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설치를위한특별법' 그 자체다. 수도권 집중을 막고 지역 간 격차 해소와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곧 출범하게 될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는 강력한 '자치권'이 부여된다. 특별법에 담긴 '포괄적 이양의 원칙'(특별법 제10조, 제16조)은 지역의 운명을 지역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치권의 핵심 엔진이다. 이 법에 따라 중앙정부의 권한을 기능 중심의 묶음(package) 형태로 한꺼번에 넘겨받아 통합특별시가 실질적인 주도권을 갖게 된다.
자치권을 확보한 통합특별시는 중앙정부의 승인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지역이 자율적으로 결정해서 지역이 곧바로 시행하는 행정 체계가 작동하는 것이다. 통합특별시가 포괄적 이양을 통해 가져오게 될 국가사무에는 '교육'도 포함된다. 특별법에 명시된 교육자치에 관한 특례 조항들이 새로운 교육자치 실현의 문을 열어놓았다.
'특별법 77조'(교육자치조직권에 관한 특례)는 교육장과 시군구청장이 공동위원장을 맡는 '지역교육발전위원회' 구성과 지역교육계획 수립을 명시하고 있다. 주민들은 지역교육발전위원회에 참여해 지역교육 계획 수립 및 이행 점검의 주체가 된다. 또한 특별법은 교육감이 임명해 온 시군구 교육장 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꿔 주민이 참여하는 공모 방식으로 교육장을 임명할 수 있게 했다. 특례 조항이 '조례'로 구체화돼 시행될 경우, 교육행정의 대상자였던 주민이 비로소 교육주권의 당사자로 되는 교육자치가 현실화되는 것이다.
이는 '개인이나 하위 공동체가 할 수 있는 일을 상위기구가 빼앗아서는 안된다'는 자치의 핵심원리인 '보충성의 원칙'(Principle of Subsidiarity)과 맞닿아 있다. 국가가 모든 교육을 하향식으로 결정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시민의 삶과 가장 가까운 생활권 단위인 지역사회에서 결정권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출범은 대한민국 역사에서 제대로 시도된 적 없었던 교육자치의 새로운 장을 여는 도전의 서막이라고 할 수 있다. '통치받는 자'가 아닌 '통치하는 자'로서 지역사회 안에서 교육주권을 회복하고 민주주의를 한단계 진일보시키는 전환점이기도 하다.
'제왕적 교육감' 체계 극복해야 지역교육이 산다
일반 행정자치와 교육자치가 엄격히 분리된 이원적 구조 속에서, 교육은 지역사회의 생태계와 단절된 채 관료화 되었다. 그동안 교육자치는 광역단위의 교육감 선거로 제한되면서 오히려 시군구, 읍면동 단위의 교육자치는 '협의회' 수준의 형해화 된 거버넌스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고착화된 구조에서 주민은 소외된다. 학교와 마을은 분리된다. 지역사회는 교육적 기능을 상실한 채 공동화 된다. 오죽하면 교육자치는 없고 '교육감 자치'만 있다는 우스개소리가 나오겠는가. 지역교육을 운영할 정책권, 재정권, 인사권 등이 교육감 한 사람에게만 집중된 '제왕적 교육감' 체제가 만든 역설이다.
분권은 자치를 가능케 하는 필요충분조건이다. 권한을 나누고 이양해서 주민들이 행사할 수 있도록 교육의 정책 의사 결정 구조를 바꾸어야 교육도 살고 지역도 산다. 교육이 마을의 돌봄과 경제, 문화와 결합하지 못하는 한, 지역 살리기 정책은 큰 효능감을 발휘하지 못한다. 읍면동 단위의 생활권에서 주민들이 직접 교육 의제를 발굴하고, 그 결과가 지역사회의 정책과 주민들의 삶으로 환류되는 '선순환 거버넌스'가 구축돼야 한다. 교육자치는 지역을 살리는 보루이면서 풀뿌리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핵심 열쇠다.
특별법에 담긴 분권과 자치의 정신은 구체적인 '조례'로 현실화돼 시민의 삶 속에서 살아 숨쉬도록 해야 한다. 자치는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돌아보면 풀뿌리에게 법 조문 한 조각도 쉽게 주어진 적이 없었다. 시민이 입법자가 되어 교육자치를 설계하겠다는 발상은 어쩌면 무모한 도전처럼 보인다. 그러나 반드시 성공하기를 바란다. 그래야 마을이 곧 학교가 될 것이다. 주민은 교육의 주인이 될 것이다. 교육자치 조례제정 운동이 '전남광주'라는 지역적 범위를 넘어 대한민국 교육의 지형을 바꾸는 강력한 메아리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