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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5.12 09:39최종 업데이트 26.05.12 09:40

'쓰고 싶은 글'처럼 살기로 했다

글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 더 가볍게 살려고 노력합니다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JTBC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에 그런 장면이 나온다. 변은아(고윤정 역)의 전 애인 마재영(김종훈 역)이 변은아의 도움을 받아 쓴 글로 공모전에서 당선됐다. 마재영은 아무도 모를것이라고 생각하고 작품을 단독으로 쓴 것처럼 했다. 그런데 그 글을 읽은 제작사 대표 고혜진(강말금 역)이 어떤 부분에서 마재영의 글이 아닌 것을 알아봤다. 그리고 황동만(구교환 역)도. 두 사람 다 글 속에 마재영이 아닌 변은아를 본 것이다. 글은 그렇듯 그 사람이 된다.

나의 글을 어떨까. 어떻게 느껴질까 궁금했다. 예전에는 나의 글이 딱딱하다는 피드백을 받았었다. 지금도 그럴지 궁금하지만 나는 내 글을 객관적으로 볼 수가 없으니 조금 달라졌을지 여전한지 알수가 없다. 단지, 글이 전보다 길어졌다는 느낌이 들긴 한다. 그 외에 세밀한 묘사나 친절함은 생기지는 않았지만 무언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있다.

일단 나라는 사람이 조금 변했다. 전보다 웃음이 헤퍼졌다. 별일 아닌데도 큰 소리로 웃을 때가 있다. 수시로 거울 보면서 미소 짓기는 기본이고, 사람들 없을 때면 입꼬리를 최대한 늘리는 이상한 연습을 한다. 워낙 오랜 시간 무표정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처음에 입꼬리를 늘릴 때 입술이 덜덜 떨렸다. 웃는 표정에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한번 웃고 나면 입 주변이 뻐근하고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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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한 달간 계절 글쓰기 모임이 있었다. 글쓰기가 끝나고 종강 모임에서 글쓰기 선생님이 그러셨다. 오마이뉴스에 올라 온 나의 글을 보면서 이분의 글이 어땠었는지 생각이 안 났다고. 후기를 보니까 이런 글이었지라고 하신다. 점잖은 잔잔한 유머가 중간중간 있는 글이었다고. 그렇구나. 나의 글이 그랬구나. 이 얘기에 어떤 글쓰기 친구가 '양반애기씨 유머'라고 했다.

나는 아마도 그런 사람일 것이다. 별 시답지 않은 유머를 구사하고, 일상에 시시콜콜한 얘기를 늘어 놓는글. 샘터 같은 글이라고 하시니 그럼 나는 샘터 같은 사람인가 혼자 생각을 해 봤다.

 8문단 쓰는데 3시간이 넘게 걸렸으니 누가 보면 드라마 한 편 쓰는 줄 알았을 것이다. ?AI생성 이미지
8문단 쓰는데 3시간이 넘게 걸렸으니 누가 보면 드라마 한 편 쓰는 줄 알았을 것이다. ?AI생성 이미지 ⓒ 오마이뉴스

예전에는 글을 쓰려면 잔뜩 긴장하고 각을 잡고 시작했다. 재미 있으면서 감동을 주는 글을 쓰고 싶은 마음 6할,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겠는 마음 2할, 간절한 바람과는 다르게 재미없는 나를 보여줄까 봐 걱정되는 마음 2할이 뒤섞여서 글 쓰는 시간이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한 문단에 대여섯줄 되는 글을 8문단 쓰는데 3시간이 넘게 걸렸으니 누가 보면 드라마 한 편 쓰는 줄 알았을 것이다.

그렇게 나의 진액을 빼고 나온 글은 한결 같이 건조한 글이 었다. 진지함과 책임감, 부담감으로 점철된 인생이었으니 당연한 것임에도 그런 내 글이 싫었다. 그래서 한참 글을 안 쓰기도 했다. 글은 글 쓴 사람을 보여준다는 말이 싫으면서도 부인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글을 쓸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을 바꾼 것이다.

타고난 진지함이라는 기본값을 완전히 바꾸지는 못했지만 별일 아닌 일에 웃고, 웃는 연습을 하고, 심각해 지지 않기 위해서 마음을 가볍게 하는 일, 그런 일을 하고 있다. 화가 나는 순간에도 일단 웃음을 장착하고 나면 조금씩 가벼워지는 나를 발견한다. 내가 가벼워질수록, 투명해질수록 나의 글에도 새로운 공기가 들어가고 싱거운 웃음과 눈물 한방울도 생기게 될 것이다. 글은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기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sns에도 실립니다


#나를보여주는글쓰기#그래서어렵지만그래서쉬울지도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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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궁금하고 그대가 궁금해서 좋은 질문을 많이 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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