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상호 시인시인 길상호씨의 첫 '고양이' 사진전. 그는 "세상에는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다"며 "다른 존재도 생각해 보면서 관객들이 '고양이'가 되어 보는 생각으로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임효준
"한 번은 인간임을 접어두고, 고양이가 되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안녕'을 내려놓고 '야옹'을 집어보는 삶, 분명 다른 세상이 열릴 것입니다."
길상호 시인이 지난 7일부터 대전 중구 꼬씨꼬씨 갤러리에서 첫 사진전을 열고 있어 11일 전시장을 찾았다. 그의 고양이 사랑이 고스란히 담긴 '고양이' 사진전이다.
"세상에는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존재도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늘 함께한 '고양이' 풍경을 채워봤습니다. 사람이 '안녕' 인사를 건네면 고양이가 '야옹' 대답하는 풍경, 상상만으로도 훈훈합니다."
그는 '물어' '운문이' '산문이' '콩트' 총 4마리와 너무나 소중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반려묘가 됐던 고양이 이름에 얽힌 기억들을 떠올리며 다시 행복한 순간으로 빠져드는 그, 이제는 '콩트' 한 마리만 곁에 있음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반려묘 4마리 길상호 시인과 함께 생활했던 ‘물어’ ‘운문이’ ‘산문이’ ‘콩트’ . 현재는 콩트만 살아서 그의 곁을 함께하고 있다. ⓒ 길상호
"'물어'는 누군가 "길상호 물어"라고 말했는데 그 순간 느낌이 좋아서 '물어'가 되었고요. 안양예고 문학교사 시절 학생들이 고양이 이름을 '운문이와 산문이'로 불러줬어요. 그래서 두 친구 이름이 문학적인 '운문이'와 '산문이'가 됐고요. 마지막 '콩트'는 고양이 꼬리 느낌이 좋아 문학적인 느낌을 살려 '콩트'라고 지었답니다."
그는 지난 2001년 시인 등단 이전, 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 서대문 북아현동에서 고양이를 처음 키우면서부터 사진을 찍어왔다. 2년 전 대전에 내려와서는 아침저녁 산책하면서 카메라를 메고 동네를 다니며 계속 고양이 사진을 찍었다. 22년 사진 촬영하며 시나 판화 등에도 그의 고양이 사랑은 끔찍할 정도로 깊고 따뜻하다.

▲길상호 사진전 고양이 사진전 전시작품 ⓒ 임효준
"고양이의 매력은 (주인을) 귀찮게 하지 않는 독립적 생활을 한다는 것입니다. 강아지는 주인에게 의지를 많이 하는데 (고양이는) 혼자서 잘 지내는 것이 (주인도) 서로 예민하니까 같이 예민한 사이끼리 존중해주는 맛이라 할까요. 그런 섬세하고 배려가 고양이만의 매력인 거 같습니다."
그는 예민한 고양이에게서 배우는 것도 많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세상을 보고 읽는 감각도 닮아갔다고 했다.

▲길상호 사진전 고양이 사진전 전시작품 ⓒ 임효준
"고양이와 생활하며 온 몸의 감각을 살려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무서울 때는 깃털을 바짝 세우고 햇빛이 닿았을 때 어둠에 커졌던 동공이 작아지고, 소리에 민감해서 귀를 쫑긋 세우며 움직이고, 꼬리로 인사하고 부드러운 촉감의 혀를 느꼈던 순간처럼 (자신의) 모든 감각을 깨워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의 시는 곧 삶이다. 그는 '문학은 생활'이라며 평소 일상생활에서 느꼈던 모든 것들을 자연스럽게 일기 쓰듯 적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삶 자체에 진정성이 묻어 나는 '인간'이기에 그의 작품 속에는 늘 고양이가 등장한다.

▲길상호 사진전 고양이 사진전 전시작품 ⓒ 임효준
"요즘에 시나 글을 쓰는 사람들은 너무 만들려고 합니다. 그러면 울림을 못 받아요. 이미 굳어있으니까요. 사람들이 '시대정신이 뭐냐?'며 시대정신을 찾는데 저는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 시대정신 등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시대를 규정하고 따라가야 한다는 것은 자기 생각 없이 유령처럼 사는 삶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인간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스스로 말한다. 그런데 이유는 명확하다.
"싸우니까, 서로 싸우니까. 인간은 많아지면 자꾸 싸워요. 저는 모임도 싫어합니다. 개인적으로 한 사람과의 만남은 좋아해도 무리지어 만나는 모임에는 잘 나가지 않으려고 해요. 사람이 많아지면 인위적으로 질서와 규칙을 정하려고 하는데 그런 것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길상호 사진전 고양이 사진전에 함께 놓인 그의 시집들. ⓒ 임효준
그는 영화 <친절한 금자씨>의 "너나 잘 하세요"라는 대사를 좋아한다. 자신의 '나', 한 사람의 문제도 집중해서 해결도 못하면서 다른 사람을 평가하고 규정 짓는 것은 어리석다고 말한다. 그는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산다며 최근 작곡에 관심이 있어 손가락 피아노를 연습 중이라고 했다.
"잎으로 그림 전시회도 할 계획입니다. 판화 작품도 그렇고, 사진과 음악 작곡 등도 결국 '시'로 통일될 것입니다. 이런 다양한 경험들이 색다르게 (시를) 쓰고 싶어서예요."

▲길상호 사진전 사진전에 전시된 그의 또 다른 작품. 직접 나무를 깎아 만든 작품 위에 고양이 모양을 장식한 작품. ⓒ 임효준
그는 사실 몸이 좋지 않아 대전으로 내려와 요양을 하면서 병원을 다니고 있다. 더 깊은 시골로도 내려가고 싶지만 병원 치료 때문에 미루고 있단다.

▲갤러리 앞 골목 안 깊숙이 무료 관람으로 진행되고 있는 길상호 사진전 '안녕과 야옹이 만나는 곳'. ⓒ 임효준
한편, 길상호 시인은 1973년 충남 논산 출생으로 한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해 지난 200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돼 등단했다. 현대시동인상, 천상병시상 등을 수상했고 시집으로 '오동나무 안에 잠들다', '모르는 척', '왔다갔다 두 개의', '오고가고 수목금' 등과 사진 산문 '거울 속에 사는 사람' 등이 있다.

▲길상호 길상호 시인이 그와 함께했던 반려묘 '물어' '산문이' '운문이' '콩트' 이름 짓기를 회상하며 그리운 마음을 애틋하게 전했다. ⓒ 임효준

▲길상호 사진전고양이 사진전 전시작품 ⓒ 임효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더코리아저널,씨원뉴스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