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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자는 두 장의 공문서를 확인했다.

2006년 11월 13일, 법무부는 국방부장관 앞으로 '사실확인 통보'라는 제목의 공문을 발송했다. 내용은 간결하다.

"피체포자 김양기 검거 유공으로 상금을 수령한 국가보안유공자는 모두 4명(김○배, 박○결, 배○석, 강○호)이며, 이들이 수령한 상금액은 총 400만 원입니다."

같은 해 12월 21일, 법무부는 또 한 장의 공문을 국방부장관에게 보냈다.

"피체포자 이헌치 검거 유공으로 상금을 수령한 국가보안유공자는 모두 4명(양○근, 이○기, 박○삼, 이○용)이며, 이들이 수령한 상금액은 총 1400만 원입니다."

적용 법조는 '국가보안법 제21조 제1항, 제24조 제1항'이라 명시돼 있다.

 김양기 사건 국방부 상금 청구 기록 문서
김양기 사건 국방부 상금 청구 기록 문서 ⓒ 변상철

그런데 이 두 사건의 피체포자, 즉 '간첩'으로 지목돼 잡혔던 김양기씨와 이헌치씨는 이후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정리하면, 두 사건으로 신고자들이 받은 총 포상금은 1800만 원이다. 하지만 두 사건의 피체포자들이 무죄를 받았으니, 사실상 포상금은 잘못 지급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이 돈을 돌려받을 법적 근거는, 현재 없다.

1982년 420만 원, 지금 가치로 284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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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치 사건의 결정문이 작성된 1982년. 당시 대졸 초임 월급이 25만~30만 원 수준이었다. 상금을 가장 많이 받은 수사관 두 명에게 지급된 각 420만 원은, 당시 현대 포니2 1400 GLS(최고급형) 한 대를 살 수 있는 금액으로 현재의 시세로라면 현대 아반떼 최고급사양 차량에 해당하는 가격이다. 17개월 치 월급을 꼬박 모아야 만질 수 있는 큰돈이었다.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CPI)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1982년 420만 원은 현재 가치로 약 2840만 원에 해당한다. 수사관 양○근은 현재 가치로 약 2840만 원을, 이○기는 동일하게 약 2840만 원을, 박○삼과 이○용은 각각 현재 가치로 약 1890만 원씩을 받아간 셈이다.

이것이 '이헌치'라는 한 사람을 간첩으로 만든 대가였다.

그 사람이 억울함을 밝히고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지금, 그 돈은 어디에 있는가.

2006년, 법무부가 국방부에 이 두 건의 포상금 수령 사실을 확인해준 것은 공연한 이유가 아니었다. 이 시점은 이미 과거사 정리 작업이 본격화되던 시기였다. 국가가 스스로 수사 기록과 재심 가능성을 검토하면서, 과거에 지급된 포상금의 실태를 파악하고자 한 작업의 일환이었다.

재심 결과, 간첩이 아니었다.

하지만 현행 국가보안법엔 조작 사건의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나 부당이득 환수에 대해 근거 규정이 없다. 본법 제24조는 심사위원회 설치를 다룰 뿐, '무죄 확정 시 환수'와 같은 정의 실현을 위한 조항을 찾아볼 수 없다.

문제의 핵심은 이 두 사건이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는 데 있다.

2020년 10월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09년 사이 집행된 국가보안법상 포상금의 99%가 일반 시민이 아닌 검찰, 경찰, 국정원 등 수사 공무원에게 지급됐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2025년까지 조사한 과거사 사건만 471건이고, 이 중 349건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이 내려졌다.

국군보안사령부를 비롯한 공안 기구들에게 간첩 적발은 조직의 예산과 직결된 '의무 실적'이었다. 이헌치 사건의 상금 결정문에 찍힌 부대 명칭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이는 보안사 예하 부대다. 군 정보기관 수사관들이 한 명의 민간인을 '간첩'으로 만들어 1400만 원을 사이좋게 나눠 가진 것이나 다름없다. 김양기 사건은 상금 총액이 400만 원으로 적다. 그러나 이는 '큰 사건'이 아니어도, 일상적 규모에서 포상금이 지급됐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행정안전부는 고문 및 간첩조작 사건 등 과거 국가폭력과 관련된 재심 무죄 사건을 선제적으로 파악해 각 추천기관에 서훈 취소 검토를 독려하고 있다. 정부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의미다. 서훈(훈장) 취소는 행정 조치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포상금 환수는 여전히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헌치 사건 국방부 상금청구기록문서
이헌치 사건 국방부 상금청구기록문서 ⓒ 변상철

국가보안법 제21조는 "이 법에 규정된 죄를 범한 자를 수사기관에 통보하거나 체포한 자에게" 상금을 지급한다고 규정한다. 문언의 출발점이 '이 법의 죄를 범한 자'다.

그런데 이헌치씨와 김양기씨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순간, 법적으로는 '이 법의 죄를 범한 자'가 애초에 없었던 것이 된다. 상금을 줄 원인 자체가 소멸한다.

하위 규정인 '국가보안유공자 상금지급 등에 관한 규정' 제16조의2(2020년 신설)에 이르러서야 겨우 환수 근거가 마련됐지만 이마저도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1호)', '중복지급이나 착오(2호)'인 경우로만 한정되어 있다. 재심을 통해 '무죄'가 밝혀지더라도 수사 과정의 '거짓'을 따로 입증하지 못하면 환수할 수 없는 치명적인 구멍이 있는 셈이다.

어떻게 돌려받을 것인가

그렇다면 왜 이 명백한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가.

첫째, 민사소송이라는 각개전투. 국가가 부당이득 반환 소송을 걸 수는 있다. 그러나 민사상 소멸시효는 10년이다. 1982년 지급 건을 지금 소송으로 환수하려면 시효 문제를 넘어야 한다. 수사관들이 "시효가 지났다"고 버티면 법원마다 판결이 달라질 수 있다. 설령 이긴다 해도 사건 하나하나 따로따로 싸워야 한다. 160여 건의 재심 무죄 사건에 각각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둘째, 대통령령 개정의 한계. 국가보안유공자 상금지급 등에 관한 규정은 대통령령이다. 대통령이 이 규정에 소급 조항을 넣어 환수를 시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재산권 박탈은 헌법상 반드시 국회가 만든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법률유보의 원칙).

이미 수십 년이 지난 재산을 소급해서 뺏는 것이 위헌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다. 헌법재판소는 2011년 3월 31일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핵심 논거는 두 가지였다. 친일재산의 소급적 박탈은 친일반민족행위자 측에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어서 보호받을 만한 신뢰의 기반이 애초에 빈약하다는 것, 그리고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는 공익의 무게가 침해되는 신뢰보호의 요청보다 압도적으로 크다는 것이었다.

결론은 하나다. '고문·조작사건 가해자 부당이득 환수 및 피해자 사회복귀 지원을 위한 특별법'이 필요하다. 그 핵심 구조는 다음과 같다.

첫째는 국가귀속의 소급 선언이다. "고문 등 불법 수사로 취득한 부당이득재산은 그 취득한 때에 이를 국가의 소유로 한다"는 조항을 넣어야 한다. 나중에 소급해서 뺏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국가 소유였던 재산을 지금 찾아오는 것이라는 논리다. 이 조항은 법원의 재심 무죄 판결 또는 진실화해위원회의 진실규명 결정이 있는 경우에 발동된다.

2005년, 국회는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한 바 있다. 친일반민족행위자가 러·일전쟁 개전 시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 일본제국주의에 협력한 대가로 취득하거나 상속받은 재산(제2조)을 두고, 그 "취득·증여 등 원인행위시에 이를 국가의 소유로 한다"(제3조)고 못 박았다.

이미 수십 년이 지난 재산을 소급해서 뺏는 것이 위헌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다. 헌법재판소는 2011년 3월 31일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핵심 논거는 두 가지였다. 친일재산의 소급적 박탈은 친일반민족행위자 측에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어서 보호받을 만한 신뢰의 기반이 애초에 빈약하다는 것, 그리고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는 공익의 무게가 침해되는 신뢰보호의 요청보다 압도적으로 크다는 것이었다.

이 논리는 고문·조작 사건 수사관들의 포상금에 그대로 이식될 수 있다. 아니, 더 강력하게 적용될 수 있다. 고문과 증거 조작으로 무고한 시민의 삶을 파괴하고 그 대가로 국가 돈을 챙긴 행위는, 친일 협력보다 더 직접적이고 더 노골적인 국가 권력의 사인(私人) 침탈이다.

둘째는 상속인에 대한 환수다. 1982년 포상금을 받은 수사관 중 상당수는 이미 사망했거나 고령이다. 그 돈이 상속을 통해 가족에게 전달됐다면, 그 범위 내에서 환수를 집행해야 한다. 훔친 물건을 자식에게 물려줬다고 해서 장물이 정당한 재산이 되지 않는 것과 같다. 이는 연좌제가 아니라 부당이득 반환이다.

셋째는 처분 금지와 선순위 채권의 설정이다. 환수 절차가 시작되면 재산 은닉 시도가 있을 것이다. 조사 개시와 동시에 관할 등기소에 처분 금지 촉탁을 의무화하고, 국가가 선순위 채권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 재산조사위원의 설치다. 법무부 소속 독립 기구로 '고문·조작 가해자 재산조사위원회'를 두고, 금융거래 정보 제공 요구권·출석 요구권·현장 조사권을 부여한다. 조사 거부와 허위 자료 제출에는 형사처벌 규정이 수반돼야 실효성이 생긴다.

다섯째, 피해자 사회복귀기금을 조성하는 것이다. 환수된 재산을 국가 예산으로 흡수하는 것에 그쳐선 안 된다. 별도의 '사법부당피해자 사회복귀기금'을 설치해 피해자와 유족의 의료비·생계 지원·심리 치유 사업에 전액 사용해야 한다. 가해자로부터 뺏은 돈이 피해자에게 돌아가는 구조다.

민간인을 수사할 수사권도 없는 군수사관이 민간인을 고문해 받은 그 돈, 그리고 그 돈을 상금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지급결정한 유공심사결정 문서. 우리는 그 존재를 이미 확인했다. 이 이름들이 받아간 돈이 법적으로 돌아와야 할 곳은 어디인가. 그리고 그 돌아오는 길을 닦아야 할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서훈 취소한다던 행안부, 왜 조용한가

 정부세종청사 행정안전부 외관
정부세종청사 행정안전부 외관 ⓒ 행정안전부

한편, 정부는 최근 과거 국가폭력 사건의 가해 수사관들에 대한 서훈(훈장·포상) 취소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고문 및 간첩조작 사건 등 과거 국가폭력 관련 재심 무죄 사건을 파악해 서훈 취소 검토를 독려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의미 있는 변화다.

그러나 상징(훈장)은 돌려줬지만 실질(돈)은 그대로 두고 있다. 모순이다. 훈장은 취소되면서 포상금은 환수되지 않는다. 국가가 스스로 "이 사건은 조작이었다"고 공식 인정한 다음에도, 그 조작으로 번 돈은 여전히 가해자와 그 가족의 재산으로 남아 있다. 이것은 정의가 아니다. 상징적 청산 없이 실질적 청산도 없다는 말처럼, 상징적 청산은 됐지만 실질적 청산은 아직 반쪽짜리다.

그런데 변죽만 요란했던 행안부는 지금 조용하다. 이 문제를 제기한 기자는 물론 이와 관련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온 전문가나 시민단체 어디에서도 행안부의 도움 요청을 들어본 바 없다. 서훈을 취소한다던 행안부 상훈과는 한 달이 지나도록 조용하다.

그저 소나기만 피해가려 한다면 큰 오산이다. 기자와 시민들은 이 일을 제대로 하는지 계속 지켜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변상철씨는 공익법률지원단체 '파이팅챈스' 국장입니다. 파이팅챈스는 국가폭력, 노동, 장애, 이주노동자, 환경, 군사망사건 등의 인권침해 사건을 주로 다루는 법률 그룹입니다.


#파이팅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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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의 뒷이야기 : 공익법률지원센터 파이팅챈스 백브리핑

내가 살아가는 세상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변화시켜 나가기 위해서 활동합니다. 억울한 이들을 돕기 위해 활동하는 'Fighting chance'라고 하는 공익법률지원센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언제라도 문두드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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