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자신이 운영하던 공장 앞에 선 송윤섭 전 대진유니텍 대표. ⓒ 오마이뉴스 구영식
<오마이뉴스>는 지난 2025년 8월부터 최근까지 '현대기아차 하청업체 갑질 피해자'인 송윤섭 전 대진유니텍 대표가 겪은 '한온시스템-대진유니텍 갑질사건'을 몇 차례 보도해오고 있다. 이미 '갑질 사건'은 '공갈 사건'이 되어 송 전 대표가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마무리됐다. '갑질 피해자'가 오히려 구속돼 감옥살이를 한 사건이었다.
지난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과정에서 추미애 당시 위원장(현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이 "하도급 원청업체와 하청업체의 납품 중단 분쟁 과정에서 양쪽 업체를 대리하는 법무법인들이 기업인수 협상을 거쳐 도출된 합의안을 원청업체 이사회가 가결한 뒤 매각대금 지급까지 완료된 사안을 원청업체가 형사고소했다고 공갈죄로 형사처벌하는 것이 진정한 검찰권 행사인가?"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천안지청은 "검찰이 기소하여 법원에서 유죄로 확정된 사건"이라고 답변했다.
송 전 대표는 재심을 청구하기 위해 윤여을 전 한온시스템 회장과 이인영 전 대표집행임원, 황춘식 전 현대차 구매팀장 등 총 6명을 '모해위증죄'로 천안지청에 고소했다(2024년 6월 7일). 이들이 모해위증죄로 기소돼 법원에서 유죄를 인정받으면 송 전 대표는 '한온시스템-대진유니텍 갑질사건'에 대한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대전지검 천안지청은 천안서북경찰서에서 두 차례 신청한 윤여을 전 회장의 체포영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또 다른 피고소인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도 두 차례나 반려했다. 결국 경찰은 증거 부족으로 사건을 불송치('혐의없음')했다(2025년 4월 8일).
다섯 번이나 바뀐 담당검사, "정기인사", "파견", "전출" 등의 이유를 대지만…
검찰의 문제점은 송 전 대표가 이의신청을 한 이후에도 나타났다. 송 전 대표는 지난해 5월 9일 이의신청을 했고, 사건은 대전지검 천안지청으로 송치됐다. 하지만 이의신청한 지 1년이 다 되도록 사건은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257조(고소 등에 의한 사건의 처리)는 "검사가 고소 또는 고발에 의하여 범죄를 수사할 때에는 고소 또는 고발을 수리한 날로부터 3월 이내에 수사를 완료하여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는 동안 최근까지 담당검사가 다섯 번이나 바뀌었다(4월 17일 현재). 송 전 대표에게는 "정기인사 사유로 최아무개 검사실에서 송아무개 검사실로 재배당되었다", "파견사유로 송아무개 검사실에서 이아무개 검사실로 재배당되었다", "전출사유로 이아무개 검사실에서 원아무개 검사실로 재배당되었다""기타사유로 원아무개 검사실에서 김아무개 검사실로 재배당되었다" 등의 사건 재배당 문자만 수시로 날아왔다.
송 전 대표의 법률대리인측은 "김아무개 검사와 전화소통했는데, 천안지청 인력난으로 재배당한 것이고, 다른 이유는 없다고 한다"라며 "처리 시기는 현재 검토중이고, 언제 처리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사건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정기인사"와 "파견", "전출"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갑질 가해자'인 한온시스템이 송 전 대표를 범죄수익은닉죄로 고소한 사건의 처리와는 크게 대비된다. 한온시스템은 지난 2023년 3월 24일 범죄수익은닉죄로 송 전 대표를 고소했고, 대전지검 천안지청은 같은 해 5월 11일 그를 불구속 기소했다. 고소한 지 두 달도 안돼 기소하는 등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한 것이다.
한온시스템-대진유니텍 갑질사건뿐만 아니라 범죄수익은닉 사건도 '법조계의 삼성'이라는 법률사무소 김앤장이 한온시스템의 법률대리를 맡았다. 갑질사건을 수사하고 기소했던 곳은 대전지검 천안지청이었고, 당시 천안지청장이던 차맹기 전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장은 지난 2019년 8월 김앤장에 합류했다. 게다가 1심 재판에 참여한 K판사는 갑질사건 재판에 참여하기 직전 김앤장에서 짧게 근무한 경력이 있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 최종 결과 보고서(2025년도)에는 "한온시스템 및 현대자동차 구매팀장의 위증 및 증거변조죄 등 혐의 사건 관련 현재 대전지검 천안지청이 관할하고 있음. 그러나 전 천안지청장이 소속된 법률사무소(김앤장-기자주)가 변호하며 압수수색 영장을 2회 반려하고 아직 보완 수사요구도 하지 않고 있는 바 불공정한 행위로 보이므로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음"이라는 지적사항이 포함됐다.
권익위-국민신문고에 민원 제기… "통상적인 수사기간을 고려할 때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의 지연"

▲‘현대기아차 하청업체 갑질 피해자’인 송윤섭 전 대진유니텍 대표가 지난 7일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출한 ‘부패, 공익신고서’. ⓒ 오마이뉴스
1년 동안 담당검사가 다섯번이나 바뀌자 송 전 대표는 지난 7일 국민권익위원회와 국민신문고에 '부패, 공익 신고서'와 '소극행정에 대한 민원'을 제출했다. 이후 국민신문고에 제출한 '소극행정에 대한 민원'은 대검찰청으로 이첩됐다.
송 전 대표는 국민권익위 등에 제출한 민원에서 "본 사건은 2024년 6월 7일, 총 6명을 상대로 위증 및 모해위증 혐의로 고소하였으며, 이후 수사 진행을 거쳐 2025년 5월 9일 대전지방검찰청 천안지청으로 송치된 상태이다"라며 "그러나 사건 송치 이후 현재까지 담당 검사가 총 5회 변경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실질적인 수사 진행이나 처분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히 2025년 국정감사 서면 질의를 통해 해당 사건에 대하여 2차례 질의가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수사 중'이라는 형식적인 답변만 반복되었을 뿐 사건의 구체적인 진척은 전혀 확인되지 않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송 전 대표는 "본 사건은 위증죄로서 공소시효가 임박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수사가 지연되고 있어 시효 만료로 인한 처벌 불가능이라는 중대한 결과가 우려된다"라며 "고소 이후 약 22개월 이상 경과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사건 처리에 대한 명확한 진행이나 결과가 없는 상태로 이는 통상적인 수사기간을 고려할 때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의 지연이라고 판단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로 인해 본인은 정신적, 시간적 피해를 지속적으로 입고 있으며, 공무원의 성실의무 위반 또는 직무태만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며, 사건 처리의 공정성과 신속성에 대한 신뢰가 크게 훼손되고 있다"라며 "이에 따라 본 사안은 단순한 업무 지연을 넘어, 공무원의 성실의무 위반 또는 직무태만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어 공익신고를 제기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관계 기관의 철저한 조사와 함께 신속하고 공정한 사건 처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치를 요청 드린다"라고 당부했다.
앞서 지난 2월 송 전 대표는 담당검사에게 보낸 탄원서에서 "사건이 경찰에서 검찰로 넘어온 지 이미 많은 세월이 지나고, 또 검사님이 벌써 3번째 바뀌었음에도 어떤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어 고소인의 입장에서 많이 답답하고, 암 진단까지 받은 저로는 하루하루 살아가기 힘든 실정이다"라며 "너무 억울하고 분하다"라고 호소했다.
송 전 대표는 "이제 이 사건의 공소시효도 얼마 남지 않을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신속히 조사하여 저를 계획적으로 감옥에 넣고 평생 일군 회사를 빼앗아 가기 위해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들의 사주와 집단적 위증으로 한 사람의 가정과 인생을 망친 사람들을 반드시 처벌해 달라"라고 거듭 호소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김앤장 소속 변호사들이 사건에 개입하여 부당하게 사건이 왜곡되거나 지연처리 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라고 강조했다.
모해위증죄의 공소시효는 10년인데, 송 전 대표의 고소로 제기된 모해위증사건 피의자들의 공소시효는 대체로 2027년 1월부터 4월까지이다. 공소시효가 앞으로 1년도 안 남은 상황이다. 특히 송 전 대표는 지난 2월 연세세브란스병원으로부터 목까지 전이된 '입인두암' 진단을 받고 현재까지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관련기사]
[집중취재] '갑질'로 산산조각 난 송윤섭 전 대진유니텍 대표의 꿈
①"현대·기아차 납품 31년"...갑질 피해자는 왜 감옥에 갔나 https://omn.kr/2ense
②갑질 피해자가 공갈죄로...검찰과 법원도 '대기업 편'이었다 https://omn.kr/2ensg
-
현대·기아차 하청업체 갑질 사건에 드리워진 '김앤장의 그림자' https://omn.kr/2gsi6
-
담당검사가 네 번이나 바뀐 '현대·기아차 하청 갑질 사건' https://omn.kr/2hpd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