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사는 민주시민' 고등학교 교과서 표지더불어사는 민주시민 고등학교 교과서의 표지입니다. ⓒ 경기도교육청
교육부 장관님!
저는 지금 1학년 담임을 맡고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 담임을 맡을 때마다 하는 것이 있습니다. 아침 조회시간을 이용해서 책을 학생들과 같이 읽습니다. 매일 아침 10분 정도이며, 2쪽을 읽습니다. 한 학생이 한 쪽씩 큰소리를 내어서 읽으면 다른 학생들은 그 내용을 눈으로 같이 따라 읽습니다.
그렇게 2명의 학생이 각 1쪽을 읽으면 제가 그 내용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을 합니다. '이 글은 이런 내용이고 이런 걸 주장하는 거야, 저 글은 저런 내용인데 저런 걸 주장하는 거야. 어느 글이 맞고, 어느 글은 틀렸어라는 것은 없어. 각자의 입장에 따라서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거니까.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고민해보면 좋겠어.' 이 멘트까지 끝나면 10분 정도가 걸립니다.
학생들과 같이 읽는 책은 바로 <더불어사는 민주시민> 교과서입니다. 그런데 요즘 이 책을 읽다보면 얼굴이 화끈해지는 경우가 종종 생기고는 합니다. 왜냐하면 책 속의 내용이 너무 오래되어서입니다. 그래서 '이 책을 쓴 게 10년은 되었어. 그래서 자료가 좀 오래되어서 지금하고는 사정이 좀 다르네.' 라고 부연설명을 해야만 하는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저는 이 교과서가 민주시민교육에서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우선 민주시민교육이라고 하면 뭘 교육해야하는지요? 시민교육이라는 용어 앞에 '민주', '세계', '통일', '디지털' 이라는 용어를 붙여서 민주시민교육, 세계시민교육, 통일시민교육, 디지털시민교육이라고 영역을 구분하여 부르기도 합니다. 그래서 더욱 헷갈리기만 합니다. 도대체 민주시민교육을 해야한다고 하면 뭘 가르쳐야 하는 건지요? 학교 현장에 있는 선생님들은 막연하기만 합니다.
교육부에서 올 1월에 발표한 '2026년 민주시민교육 추진계획'을 살펴보면 추진 과제로 1. 헌법 가치를 중심으로 시민 역량 함양, 2. 현장 중심 민주시민교육 지원, 3. 학교와 지역사회 참여 촉진, 4. 제도적 기반 마련을 제시하였습니다. 민주시민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에 공감을 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한 가지가 빠진 것 같습니다. 헉교현장에서 직접 민주시민교육을 실행해야 하는 선생님들에게 민주시민교육을 바로 할 수 있도록 내용을 제시하는 것이 없습니다.
저는 그것이 바로 민주시민교육 교과서라고 생각합니다. 교과서에 있는 내용만이 민주시민교육은 아닙니다만, 적어도 이런 걸 다루어야 한다는 것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어서 학교 현장에서는 교과서를 활용해서 학교와 학생의 상황에 맞게, 그리고 이 내용을 바탕으로 지역과 함께 민주시민교육을 실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14년 처음 만들어지고, 20년에 개정 작업을 한 <더불어사는 민주시민> 교과서는 총 4종입니다. 초3-4학년용, 초5-6학년용, 중학교용, 고등학교용으로 제작되었으며, 내용은 '인권과 시민', '다양성과 차이', '공감과 연대', '자연과 환경', '평화와 공존', '민주주의와 참여', '노동과 경제', '언론과 미디어', '시민사회와 안전'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구체적으로 제시를 해주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야 현장에서 교과서를 기본 자료로 하여서 교사 스스로가 교육과정을 재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너무 오래된 <더불어사는 민주시민> 교과서를 개정하거나, 아니면 새롭게 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물론 이 교과서가 민주시민교육을 모두 대변하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교과서가 민주시민교육의 디딤돌 역할을 해줄 것입니다. 이것을 기초로 해서 어디선가는 민주주의와 참여를 특화해내고, 또 어디선가는 공감과 연대를 바탕으로 해서 다문화와 약자, 세계시민과의 연대까지 나아가고, 또 누군가는 자연과 환경을 확대하여 기후위기와 생태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교사의 역량강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민주시민교과서를 기초로 하여서 자신의 역량을 기르고 이후에는 특별히 관심이 있는 분야로 확대 심화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활동에서 민주시민교과서는 분명 디딤돌이 되어줄 것입니다. 코로나를 겪고, 내란을 이겨낸 새로운 청년 시민들에게 새로운 버전의 민주시민교과서를 만들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