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9회 헌혈을 부탁해 캠페인에 참여한 시민들. 다양한 사람들이 헌혈을 매개로 함께했다. ⓒ 김홍의
"우리의 작은 울림이, 누군가의 내일로 이어집니다."
누군가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메시지는 거창하지 않았다. 짧고 담백한 한 문장이었다. 그러나 지난 5월 9일, 인천 남동구 구월동 로데오거리에서 그 문장은 음악이 되었고, 사람들의 발걸음이 되었으며, 실제 생명 나눔의 실천으로 이어졌다.
대한적십자사 인천혈액원 헌혈의집 구월센터가 주최하고 피플엠(음악하는 사람들)과 사랑봉사회가 주관한 제9회 '헌혈을 부탁해' 캠페인이 시민들과 지역사회 단체의 뜨거운 참여 속에 마무리됐다.
작은 버스킹에서 9회째 이어진 지역 대표 캠페인으로

▲2022년 제1회 캠페인때부터 참여를 하고있는 지역뮤지션 피플엠 소속 피플통의 공연 ⓒ 김홍의
이 캠페인의 시작은 소박했다. 지난 2022년 코로나 시기, 음악 동호회 '피플엠'이 주도한 단발성 '헌혈 버스킹'이 그 시초였다. 코로나로 인해 급감한 헌혈자 수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공연을 시작했던 당시 행사는 예상보다 뜨거운 시민들의 반응을 이끌어냈다.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씩 이어온 캠페인은 어느덧 5년째를 맞으며 9회까지 이어졌다. 누군가의 지시나 관 주도의 예산으로 만들어진 행사가 아니라, 시민들이 스스로 필요를 느끼고 재능을 기부하며 이어온 '자발적 캠페인'이라는 점에서 그 울림은 더욱 컸다.
"구월동 자주 왔는데, 헌혈의집이 있는 줄 몰랐어요"

▲헌혈캠페인에 맞춰 의상을 입고 공연하는 피플엠 소속 피플통스토리와 사회자 권장미 ⓒ 김홍의
이날 피플엠이 주관한 거리 공연존에서는 사회를 맡은 권장미씨를 비롯해 피플통, 피플통스토리, 크레센도, 리더스 어쿠스틱, 어느봄날에, 모델가수 상임, 배호공감예술단 등 지역 음악인들이 참여해 통기타 선율을 선사했다. 무대와 관객의 경계는 없었다. 노래를 듣던 시민들은 박수로 화답했고, 일부는 시민 참여 버스킹을 통해 직접 무대에 올라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사랑봉사회가 운영한 이벤트존에서 제기차기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들 ⓒ 김홍의
사랑봉사회가 주관한 이벤트존에서는 제기차기와 투호 던지기가 진행되며 시민들의 즐거운 참여를 이끌어냈다. 특히 다양한 지역 의료기관에서 후원한 물품을 시민들에게 제공하며 헌혈의집의 존재를 적극적으로 알렸다.

▲인천보건고 레드캠페이너가 운영하는 청소년 참여존에서 헌혈퀴즈에 참여하는 시민들 ⓒ 김홍의
또 다른 이벤트존에서는 미래의 헌혈 문화를 이끌어갈 청소년들의 활약이 눈부셨다. 인천혈액원 소속 고등학생 헌혈 홍보대사인 '레드캠페이너 12기'로 활동하는 인천보건고등학교(지도교사 임애화) 학생 10명과 도림고등학교(지도교사 신현숙) 학생 11명은 참신한 아이디어로 시민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인천보건고등학교는 디지털 세대답게 메타버스 플랫폼인 'ZEP'을 활용해 직접 제작한 모바일 헌혈 퀴즈 게임을 선보였다. 또한 현장에서 '헌혈 퀴즈 카드 맞추기'를 운영하며 시민들에게 유익한 헌혈 정보를 재미있게 전달했다.
도림고등학교는 헌혈 참여를 약속하는 '서약서 작성' 캠페인을 펼쳤다. 특히 서약에 동참한 시민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상징하는 '생명의 씨앗(다육식물)'을 나눔하며, 헌혈이 생명을 틔우는 고귀한 행동임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현장에서 만난 한 시민은 "구월동을 자주 오는데도 이곳에 헌혈의집이 있는지 몰랐다"며 "앞으로 구월동에 오게 되면 헌혈도 함께 생각하면서 오게 될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실질적인 변화는 수치로도 나타났다. 캠페인이 진행된 이날 헌혈의집 구월센터를 찾은 헌혈자 수는 전주 대비 약 2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어 거리의 울림이 시민들의 발걸음을 나눔의 현장으로 옮기는 데 큰 역할을 했음을 증명했다.
지역사회가 함께한 아홉번째 헌혈을 부탁해 캠페인

▲'헌혈퍼즐'에 참여한 우정노조 남인천우체국 윤성준지부장, 남동우체국 금석호지부장, 조합원들 ⓒ 김홍의
인천혈액원 최석환 팀장은 "나눔과 관련된 일을 하는 건 참 감사하지만 일이 힘들 때도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자발적으로 앞장서 주시는 분들 덕분에 현장에서 일하는 모든 분들이 보람과 감사를 느끼게 된다"고 전했다.
이번 행사는 지역사회의 협력으로 완성됐다. 클애들, 새건병원, 효민요양병원, 푸른세상안과 등 지역 의료기관이 물품 후원에 나섰고, 남인천우체국과 전국우정노조 남동우체국지부가 '헌혈 퍼즐'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협력의 손길을 내밀었다.
전국우정노조 남동우체국지부 금석호 지부장은 "남인천우체국지부에서 시작된 헌혈 퍼즐의 좋은 취지에 공감해 조합원들과 함께 발을 맞추게 됐다"고 밝혔다.
행사를 주관한 피플엠 조영훈 회장은 "다양한 분야의 시민과 단체가 함께 만들어낸 캠페인이라 의미가 크다. 음악을 매개로 시민 중심의 자발적 나눔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닌 평범한 시민들의 참여로 모인 작은 울림이다. 5월의 화창한 주말, 구월동 거리에서 울려 퍼진 통기타 소리는 누군가의 내일을 향해 길게 이어지는 따뜻한 연대의 노래였다.

▲헌혈로 구월동 로데오거리를 채운 사람들. 사회를 바꾸는건 평범한 사람들의 작은 울림이다. ⓒ 김홍의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지난 5월 9일 인천 구월동에서 열린 헌혈 캠페인 현장을 직접 취재하고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아 작성했습니다. 시민들이 주도하여 매회 성장하는 캠페인의 작은 울림이 우리 사회 전반에 널리 퍼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