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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장아찌는 하루만에 거의 숙성됐다. 아삭한 맛을 볼 수 있다. ⓒ 이혁진
시장에 가면 탐나는 식자재가 있다. 조리에 관심이 있으면 '제철 채소'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아내에게 빨리 사자고 채근할 때도 많다. 지난달에는 아내의 도움으로 '명이나물 장아찌'를 담갔다.
햇양파도 5월을 넘기면 맛볼 수 없는 채소 중 하나다. 결이 단단하고 아삭아삭한 맛이 일품이다. 양파 특유의 매운맛도 거의 없다. 가격은 농민의 수고가 아까울 정도로 너무 싸다. 아기 주먹 크기의 무안 양파 40개를 8천 원에 구입했다.

▲장아찌는 아기 주먹 크기 햇양파로 담가야 한다. ⓒ 이혁진
양파는 노인들만 사는 우리 집에서 호불호가 적은 식재료다. 각종 음식에 넣는 것은 기본이고 마늘과 함께 생양파를 고추장에 자주 찍어 먹는다. 아버지는 어렸을 때 옥파(양파의 다른 이름)를 즐겨 먹었다고 한다.
우리보다 더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 고등학교 동창의 양파 사랑은 아무도 못 말린다. 30대에 과식과 운동 부족으로 생긴 비만과 당뇨가 계기였다. 그는 양파로 당뇨병을 극복했다고 할 정도로 '양파 마니아'이다.
그의 말을 빌리면 하루도 양파를 거르는 날이 없다. 산행할 때 '초절임 양파'를 항상 가져온다. 자장면 먹으며 양파에 식초를 조금 넣는 것과 유사하다. 그가 식당에서 늘 더 주문하는 것도 양파다. 얼마나 맛있게 먹는지 일행들도 덩달아 먹게 된다.

▲양파장아찌는 양파를 반으로 자르고 먹기 좋은 크기로 어슷하게 썬다. ⓒ 이혁진
햇양파로 장아찌 만든 날
지난 9일 '양파 장아찌'에 도전했다. 양파를 다듬는 데 한 시간, 간장을 달이는 데 30분, 담그는 데 두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장아찌 중에서 양파 장아찌가 가장 손쉬운 것 같다.
양파를 반으로 자른 후 가운데 줄기를 제거하고 어슷하게 삼등분한다. 모양은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양파 40개가 많은 줄 알았는데 썰고 보니 김치통 하나에도 모자랐다. 양파를 깔 때 매운 냄새도 생각보다 적었다. 햇양파라 냄새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양파장아찌에 넣을 간장을 달이고 있다. 물과 간장의 3대1 비율에다 식초와 설탕이 핵심 소스다. ⓒ 이혁진
간장에는 다시마, 식초, 매실진액, 매운 통후추, 소주, 굵은소금, 설탕, 다진 청양고추 조금 등 다양하게 첨가하는데 핵심은 물과 간장의 3대 1 비율이다. 물 큰 컵(400ml) 3개에 간장 큰 컵 1개를 섞었다. 여기에 식초를 선호하기에 조금 더 넣었다.
다음은 간장을 달이는 시간, 끓기 시작하면 5분 정도 젖다가 불을 끈다. 김이 사라지고 열기가 약간 남아있는 간장을 양파에 고루 뿌려주면 끝이다. 온기가 더해져 양파가 금세 익어가는 느낌이다.

▲양파장아찌는 김치 대용으로 먹을 수 있는 반찬이다. ⓒ 이혁진
다른 장아찌에 비해 양파 장아찌 레시피는 간단하다. 그렇다고 방심은 금물이다. 오래 담그면 양파 색깔이 진하고 물러지기 때문에 숙성은 하루면 족하다. 아삭한 맛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양파장아찌는 간장의 비중이 적은 편이다. 간장 맛보다 양파 맛을 오롯이 즐기라는 의미다.
양파 장아찌는 김치 대용 반찬으로 훌륭하다. 맛도 깔끔하다. 약간 싱겁게 담가야 김치 대용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지난 10일 오전 담근 양파장아찌를 보니 내려 앉은 양파가 반짝이며 색깔도 적당히 물들었다. 달콤한 양파의 식감이 그만이다. 아내가 일러 준 레시피 그대로 한 것 뿐인데 제대로 담근 것 같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요즘처럼 입맛을 잃기 쉬울 때 양파 장아찌가 제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