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원산도에서 바라본 효자도
원산도에서 바라본 효자도 ⓒ 양진형

충남 보령시 오천면에 속한 효자도는 보령해저터널 개통으로 이제는 육지나 다름없는 원산도 선촌항을 마주 보고 있는 섬이다. 본래 이름은 '소자미(小慈味)'였다고 전하는데 바다로 나갔다가 풍랑을 만나 돌아오지 못한 남편을 기리는 여인의 애잔한 마음을 담고 있다.

이후 효자가 많이 나왔다는 얘기가 전해지면서 '효자도'로 탈바꿈하게 됐다고 한다. 실제로 섬에는 중한 병환 중에 있는 모친을 살리기 위해 허벅지 살을 도려내어 봉양했다는 효자 최순혁을 기리는 표지판이 섬 초입에 서 있다.

 효자도에서 본 원산안면대교. 보령 원산도와 태안 영목항(안면도)을 연결하고 있다
효자도에서 본 원산안면대교. 보령 원산도와 태안 영목항(안면도)을 연결하고 있다 ⓒ 양진형

대천항에서 8.7km 떨어진 효자도는 천수만 남쪽 끄트머리에 자리 잡고 있다. 섬의 면적은 1.1제곱킬로미터, 해안선 길이는 5.4km로 원산도 선촌항에서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거리다. 천수만 내해의 바닷물이 서해 큰 바다로 빠져나가는 길목이어서 섬 주변의 조류가 빠르다. 예전 이 섬을 대표하는 명물은 뱅어포였다. 봄이면 실치를 말려 뱅어포를 만드는 현장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고 한다.

 효자도 북쪽의 천수만 섬들. 추도, 육도, 허육도, 월도 등 다섯 섬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추도에 전해오는 갱구할매 전설로 인해 이곳 섬들은 '할매군도'로 불린다
효자도 북쪽의 천수만 섬들. 추도, 육도, 허육도, 월도 등 다섯 섬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추도에 전해오는 갱구할매 전설로 인해 이곳 섬들은 '할매군도'로 불린다 ⓒ 양진형

섬 할머니의 정겨운 환대

효자도는 보령 대천항에서 가기도 하지만 여름철에는 여객선이 증편되는 원산도 선촌항에서 가는 것도 좋다. 오전에 승용차로 원산도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선촌항에서 점심을 한 후, 오후 2시 5분에 출발하는 여객선을 타면 섬 여행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효자도항 초입의 섬 안내도
효자도항 초입의 섬 안내도 ⓒ 양진형

지난 5일, 선촌항 여객선 매표소에서 효자도행 여객선을 기다리는데 7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한 할머니가 매표소 안으로 들어온다. 효자도에 사시는 할머니로, 섬에서 난 갯것들을 오전에 대천항에 팔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한다.

 효자도 할머니가 대천항에서 팔고 남은 우뭇가사리
효자도 할머니가 대천항에서 팔고 남은 우뭇가사리 ⓒ 양진형

할머니에게 "효자도에 사신 지 얼마나 됐느냐?"고 물었더니, "효자도 출신인데 건너편 태안 영목으로 시집을 갔다가 다시 효자도로 들어와 살고 있다"고 말했다. 다시 "효자도는 둘레길은 잘 관리되고 있느냐"고 여쭈었다. 할머니는 "평생 논밭에서 일만 하느라 둘레길을 돌아보지 않았다"라고 답하면서 "내놓을 것 없는 섬을 왜 가려 하느냐"며 웃으신다. 알고 보니, 할머니는 효자도에서 손주 셋을 키워 대처로 내보낸 할머니셨다.

 섬 서쪽 해안을 막아 조성한 농경지
섬 서쪽 해안을 막아 조성한 농경지 ⓒ 양진형

마침 도착한 해랑호는 승객 7명과 승용차 3대를 싣고, 금세 효자도에 도착한다. 항구 초입에는 '문인들의 섬'이라는 표지석이 있는데 1818년 보령 섬 중 유일하게 서당이 세워져 그렇게 불린다고 한다. 현재 섬에는 시인 2명이 실제 거주하고 있기도 하단다.

물때가 길을 내어주는 곳, 발길 닿는 대로 '느릿느릿'

AD
덕촌마을을 지나 당산이 있는 상리마을로 향하는 효자도 골목은 시간이 과거로 흐르는 듯 고요하기만 하다. 둘레길도 딱히 정해진 코스가 없다. 섬 최고봉인 당산은 해발 40m 이내인 데다 3개 마을을 잇는 길들은 자연스레 잘 연결되어 있다.

게다가 썰물 때면 해안을 따라 섬 전체를 돌 수도 있다. 발길 닿는 곳마다 길이 되고, 물 때에 따라 풍경이 바뀌는 유연한 길이다. 그러다 보니 힘들지도 않고, 해안과 마을 길을 번갈아 오고 가니 지루하지도 않다.

 당집으로 향하는 길에 바라본 효자도 하리마을 풍경
당집으로 향하는 길에 바라본 효자도 하리마을 풍경 ⓒ 양진형

하리마을 뒷산의 당산에는 당집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내부 공간에는 신격을 나타내는 그림이나 신위 등이 없이 텅 비어 있다. 소문에는 1899년 지어진 당집이라고 하는데 나중에 복원한 듯하다. 당집에서 동쪽으로 진행하는 희미한 길의 웃자란 나뭇가지들을 헤쳐나가다 보니, 효자도 교회 앞에서 녹사지로 이어지는 임도가 나온다.

 효자도 당집
효자도 당집 ⓒ 양진형

임도를 따라 녹사지에 이르니 빈 집 한 채가 나오고, 이윽고 효자도 북동쪽 해안 기슭이다. 마침 썰물이 시작되었지만 수위는 아직 조간대를 뒤덮고 있다. 해변에는 수억의 시간 동안 조류에 씻겨 어린이 손바닥만 한 길쭉하고 동글동글한 몽돌들로 가득하다.

이곳에서 명덕마을까지 약 2km의 해안선이 몽돌해변으로 이루어져 있다. 건너편 수평선 위로는 보령화력 발전소에서 뿜어내는 희뿌연 연기가 하늘거리며 봄 햇살 속으로 사그라진다.

 녹사지 앞 몽돌해변
녹사지 앞 몽돌해변 ⓒ 양진형

파도가 깎고 섬 주민이 그린 '몽돌 오브제'

사그락사그락 몽돌밭을 걸으며 남쪽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걷다 보니, 어느새 울창한 송림에 둘러싸인 명덕마을이다. 마을 구석구석에는 어촌의 질박한 삶의 향취가 묻어난다. 마을 옆 방파제 벽면에 여성들이 붓으로 뭔가를 그리고 있다. 알고 보니, 부녀회장 최윤희씨와 마을 부녀회원의 벽화 작업이다.

 명덕마을 방파제에서 벽화작업을 하고 있는 효자도 부녀회원
명덕마을 방파제에서 벽화작업을 하고 있는 효자도 부녀회원 ⓒ 양진형

3년 전부터 틈나는 대로 섬 풍경을 작품에 담아왔다는 부녀회장이 "집에 보여줄 작품이 많다" 하기에, 뒤따라 그녀의 집으로 향한다. 그런데 감탄이 절로 나왔다. 미술 전공은 커녕 평생 그림을 배워본 적이 없다는 그녀의 작품에서는 전문가급 실력이 느껴진다. 처음에는 큼지막한 돌에 그림을 그리다가, 앞 해변에서 찾은 앙증맞은 몽돌들로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작품을 완성한 것이다.

 자신이 완성한 30여 점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최윤희 부녀회장
자신이 완성한 30여 점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최윤희 부녀회장 ⓒ 양진형

얼핏 세어보니 작품은 30여 점에 이른다. 수채화도 있지만, 몽돌을 오브제로 활용해 종이나 천에 붙인 작품들이다. 갯벌 체험하는 모습과 어릴 적 친구들과 노는 모습 등 소재도 가지각색이다. 머리와 코, 다리 등의 작품 소재가 모두 몽돌인데 작품의 기획에서부터 제작까지 마무리까지 모두 혼자 해냈다고 한다.

 최 부녀회장이 집 앞 해변의 몽돌들을 오브제로 활용해 완성한 작품
최 부녀회장이 집 앞 해변의 몽돌들을 오브제로 활용해 완성한 작품 ⓒ 양진형

충남도는 내년 4월 3일부터 5월 30일까지 보령시 원산도와 고대도 일대에서 '섬'을 주제로 한 국내 최초의 비엔날레를 개최한다. 그리고 2033년에는 인근 삽시도와 장고도, 원산도까지 섬 비엔날레 장소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비엔날레 행사 한 편에 최윤희 부녀회장 같은 섬 작가들의 작품도 전시한다면 섬 소멸시대에 '주민 참여형 예술'로 섬 재생의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멸치 향 짙은 삶의 터전, 사람 온기 여전한 '효자 마을'

효자도 주변 해역에서는 예로부터 바지락, 주꾸미, 갑오징어, 멸치와 실치, 새우, 졸복 등 계절별 어족 자원이 풍부하게 잡힌다. 특히 5월과 8~9월에는 큰 멸치가 많이 잡는데 그걸로 멸치 액젓을 담는다. 마을 곳곳에는 향 짙은 멸치 젓갈을 삭히는 큼지막한 플라스틱 통들이 눈에 띈다.

 폐교된 효자도 분교. 1970년대 까지고 해도 재학생이 60여 명에 이르렀다
폐교된 효자도 분교. 1970년대 까지고 해도 재학생이 60여 명에 이르렀다 ⓒ 양진형

작은 섬이지만 갯벌을 간척해 만든 농경지가 있는 데다 풍부한 어족 자원 덕에 섬 부흥기인 1970년대만 해도 효자도에는 300여 명의 인구가 거주했다. 지금은 폐교된 효자분교의 학생 수도 당시 60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여느 섬처럼 지금은 빈집은 많아지고 거주하는 섬 주민도 5분의1로 줄었다.

 여름 휴가철이면 피서객이 자주 찾는 명덕마을 몽돌해변
여름 휴가철이면 피서객이 자주 찾는 명덕마을 몽돌해변 ⓒ 양진형

그래도 낚시꾼들과 여름 피서객, 갯벌 체험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자주 찾아 섬 경제가 유지된다. 현재 섬에 는 10여 곳의 민박집이 있는데 휴일이면 만석이다. 고령인 토박이 섬 주민들은 자꾸 줄어들지만 외부에서 유입된 인구 상당수가 그 빈자리를 채우는 이유이기도 하다.

 명덕마을에서 남촌마을로 이어지는 해안 둘레길. 단절된 600여 m 구간에 대해 보령시에서 데크로 연결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명덕마을에서 남촌마을로 이어지는 해안 둘레길. 단절된 600여 m 구간에 대해 보령시에서 데크로 연결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 양진형

명덕마을에서 남촌마을로 이어지는 해안 둘레길은 현재 약 600여m가 단절되어 있지만 보령시에서 데크 연결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이 길이 완성되면 효자도는 더욱 '걷기 좋은 섬'으로 자리매김될 것 같다.

- 위치 : 충남 보령시 오천면 효자도리

- 가는 방법 : 대천항 연안여객선터미널 → 효자도 → 선촌항 → 효자도 → 대천항(동절기 하루 2회, 하절기 하루 3회)

- 트레킹 코스 : 효자도항(남촌마을) → 상리마을 → 당산→ 녹사지 → 몽돌자갈밭해변 → 명덕마을 →효자도교회 → 보건진료소 → 효자도항(남촌마을) (5km, 약 2시간 30분)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섬뉴스에도 실립니다.


#효자도#원산도#섬여행#가볼만한충남섬#섬비엔날레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섬은 나라의 울타리입니다...한국섬뉴스 양진형 대표기자입니다."





독자의견2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