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물안개가 내려앉은 양양 남대천은 겉으로는 평온해 보였다. 그러나 강을 오래 지켜본 주민들의 마음은 무거웠다. 한때 수만 마리 연어가 물살을 거슬러 오르던 남대천은 이제 예전의 생명력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 노후한 수중보와 바뀐 물길, 얕아진 수심은 연어들의 귀향길을 막아섰고, 주민들이 기억하던 장관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양양 사람들에게 연어는 단순한 물고기가 아닙니다. 계절의 흐름이자 삶의 풍경이고, 지역을 상징하는 존재입니다."
남대천에서 만난 주민의 말처럼, 이 강은 연어가 태어나 먼 바다를 돌아 다시 찾아오는 '고향의 강'이다. 하지만 지금 양양은 눈앞에 있는 가장 소중한 자연 자산의 가치를 조금씩 놓치고 있다는 안타까움이 커지고 있다. (관련기사 :
'서핑천국' 양양? 눈앞의 보석 놓치고 있다 https://omn.kr/2hwtx)

▲양양 남대천 하구 ⓒ 진재중
연어 돌아오는 강 만들기
이처럼 점차 사라져가는 남대천의 생태 환경을 되살리기 위해 SK하이닉스가 복원 사업에 나섰다.
SK하이닉스는 환경부와 강원특별자치도, 양양군, 한국수산자원공사, 한국환경공단 등과 함께 '워터 포지티브(Water Positive)' 사업을 추진한다고 8일 밝혔다.
워터 포지티브는 기업이 사용하는 물 이상의 가치를 자연에 다시 돌려주는 개념이다. 단순한 환경 보호를 넘어 훼손된 생태계를 회복하고 지역사회와 공존하는 새로운 민관 협력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사업의 핵심은 남대천의 노후 수중보 개선이다. 강의 흐름을 가로막고 있던 구조물을 정비해 안정적인 유량을 확보하고, 연어와 은어 같은 회유성 어종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생태 환경을 복원하는 데 목적이 있다.(관련기사 :
귀향이 막힌 연어의 몸부림 https://omn.kr/2fwm6)
사업은 올해부터 2037년까지 장기적으로 추진되며, 단절된 물길을 다시 연결해 남대천의 생태적 연속성을 회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예정이다.

▲막힌 수중보 ⓒ 진재중
다시 생명의 물길 잇는다
이번 복원 사업은 단순한 하천 정비 차원을 넘어선다. 막힌 물길을 회복해 연어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는 생태 환경을 만들고, 주민들에게는 건강한 수변 공간을 제공하는 데 의미가 있다. 여기에 양양이 가진 생태 관광 자원의 가치를 높여 지역 경제 활성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기업의 워터 포지티브 활동이 자연환경과 지역사회가 함께 성장하는 상생 모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양양 남대천으로 회귀하는 연어 ⓒ 진재중
양양 사람들에게 남대천은 단순한 강이 아니다. 그리고 연어는 단순한 생태 자원이 아니다. 수천 킬로미터를 헤엄쳐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는 연어처럼, 남대천 역시 다시 살아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양양이 가진 가장 소중한 자산인 연어와 남대천. 이제 그 물길을 되살리는 긴 여정이 시작되고 있다.

▲양양읍과 남대천 ⓒ 진재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