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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5.08 17:31최종 업데이트 26.05.08 17:31

긴 겨울을 지난 엄마가 말하는 '사랑'의 힘

[리뷰] <다정한 어른이 된다는 것>에서 받은 용기

긴 겨울을 지나온 당신에게 건네는 봄의 위로

책 <다정한 어른이 된다는 것>(2026년 4월 출간)의 부제다. 부제만 봐도 이 책의 무게감이 느껴진다. 저자의 '긴 겨울'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자꾸 궁금해진다. 인생에서 긴 겨울을 겪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누구에게나 긴 겨울은 있다. 저자는 긴 겨울을 어떻게 이기고 봄을 맞이했을지 궁금하여 책장을 펼쳤다.

책은 온벼리 작가의 첫 자전적 에세이다. 저자는 작은 섬마을 어부의 딸로 태어나 뱃일 나간 엄마를 대신해 열한 살부터 집안일을 하고 동생들을 돌보며 살았다. 저자의 글쓰기 첫 번째 목적이 치유라고 한다. '마음이 가난하지 않았더라면 글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라며 글쓰기는 지나온 시간을 새로이 보는 법을 알게 했단다. 즉 글쓰기는 아픔을 직시할 용기를 주었다. 글쓰기는 그런 것이다. 나도 글 쓰는 사람이라 저자의 마음이 공감되었다.

아이를 처음 만난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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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첫 장, '여름'부터 시작하여 마지막 장 '봄'으로 마무리된다. 우리가 보통 사계절을 말할 땐 봄, 여름, 가을, 겨울 순으로 말하는데 여름부터 시작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책장을 넘겼다.

사람은 사랑 때문에 상처 받고 무너진다. 그러나 다시 일어나는 힘 또한 사랑에서 온다. -32쪽

저자는 사랑 때문에 상처 받던 시절 직장 상사인 남편을 만나 결혼하였고, 아기도 찾아왔다. 잠시 행복이 찾아오는 듯했지만, 저자에게 여름은 예기치 못한 일로 시작되었다. 태어난 지 3주 된 아기가 119구급차에 실려 응급실에 갔다. 아기는 신생아 중환자실로 가고 엄마는 아기를 두고 홀로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병명도 모르는 아픈 아기를 병원에 두고 홀로 집으로 돌아와야 하는 엄마 마음은 어땠을까? 보지 않아도 그 고통이 짐작된다.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의사는 단순 경기가 아닌 뇌수막염으로 인한 발작을 의심했다. 아기는 아직도 발작을 멈추지 않았고, 항생제를 투여할 수도 없으니 고비를 잘 넘기기 바랄 뿐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했다. -56~57쪽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허락된 30분간의 짧은 면회 시간, 저자는 아이를 볼 수 있는 30분을 위해 하루를 살았다. 길고 긴 기다림의 시간이 이어졌다. 엄마로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좌절감에 더 힘들었다. 아이의 이름을 지었다. 봄날 가장 먼저 피어난 꽃처럼 활짝 웃을 수 있기를 소망하며 '새봄'이라고 지었다. 또한 '새봄'이라는 이름은 '죽는 날까지 잘 키워내고야 말겠다는 엄마의 다짐이고 위로였다. '새봄'이라는 이름에서 희망이 느껴졌다. 저자의 여름은 이렇게 힘들게 지나갔다.

다정한 어른으로 익어가는 '가을'

 책표지
책표지 ⓒ 더케이북스

아이의 고통 앞에서 어느 부모가 초연할 수 있겠는가. 어린 자녀의 고통 앞에서 좌절하고 분노하며 아이를 지키고자 노력함은 세상 모든 부모가 같은 마음일 것이다. -81쪽

아이가 6개월 되었을 때 '수두증 션트 수술'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5시간 30분이나 걸린 정말 큰 수술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아이와 엄마의 고통이 느껴져서 수술이 잘 끝나길 기도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끝났다.

저자는 아픈 아이를 키우며 친정 엄마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자식이 아프면 부모는 마음이 무너진다는 것을. 엄마 속이 왜 썩는지를. 이제야 엄마에게 고맙고 감사하다고 말할 수 있었단다. 누구를 용서하는 것은 결국 나를 고통에서 해방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새봄이는 뇌 수술로 발달이 늦었다. 세 살이 되어서야 걸을 수 있었고, 근육을 깨우는 물리치료로 고통을 겪어야 했다. 다양한 발달 치료를 받으며 새봄이는 바리스타를 꿈꾸는 스물한 살이 되었다.

어쩌면 삶이란 이처럼 무엇인가를 위해 기꺼이 희생하는 지난한 과정의 연속인지도 모른다. -85쪽

새봄이의 스물한 살은 거저 오지 않았을 거다. 부모의 돌봄과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거다. 장애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이겨야 했고, 장애인에 대한 따가운 시선에 피눈물을 흘려야 했다. 하지만 저자는 '나를 괴롭혔던 아픔은 타인이 아닌, 내 안의 매서운 시선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의 장래를 받아들이고, 욕심의 짐을 내려놓고 보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단다. 저자의 가을은 다정한 어른으로 거듭나며 익어갔다.

다정한 어른이 된다는 것... 완벽해지는 일이 아니라 끝내 서로를 향해 웃어 주는 일일 테니. -118쪽

겨울이 지나니 봄이 피어났다

또다시 혹독한 겨울이 찾아왔다. 아이의 경기로 응급실을 찾았다. 이후 뇌파 검사로 '발작성 뇌전증(간질)'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다섯 살에 시작한 발작은 셀 수 없이 많은 새벽에 구급차에 몸을 싣고 응급실로 향하게 했다. 뇌전증 약은 강력했다.

아이는 약을 먹는 7년 내내 마치 머리에 커다란 돌덩이를 이고 다니는 사람처럼 약의 강력한 지배를 받았다. -136쪽

혹독한 겨울을 지나고 연둣빛 봄을 맞이했다. 둘째가 태어났다. 둘째는 친구 없는 언니에게 든든한 친구가 되어주었다. 어릴 때부터 언니의 장애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우리 언니는 장애가 있어서 그래요"라며 담담히 이해를 구했다. 정말 천사 같은 아이란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혹독한 겨울을 지나며 많이 힘들었다. 우울증에 죽음도 생각했다. 하지만 이젠 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는 사실을. 책에는 작가가 자라온 환경, 엄마와의 관계,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장애가 있는 아이를 키우는 20년의 시간이 계절의 흐름 위에 펼쳐진다. 여름에서 시작해 긴 겨울을 지나 봄이 오기까지 아이의 이십 년이 담겨있다. 즉 아픈 아이와 함께한 긴 시간 속에서 수없이 무너지고 다시 일어나며 끝내 사랑과 삶을 포기하지 않았던 엄마의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삶의 기록이다.

저자는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평범함이 감사하다고 한다. 나도 설 연휴에 큰 사고를 당하고 보니 그 말이 크게 공감 된다. 요즘 새봄이는 특수학급 전공과에 다니며 직업 교육을 받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생길지라도 꿋꿋하게 이겨내고 하고 싶은 일 하며 행복하길 응원한다.

이 책은 온벼리 작가의 스물아홉부터 마흔아홉까지의 이야기로, 긴 겨울을 지난 뒤 다정한 어른이 되어가는 이야기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삶을 견디고 있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누구든지 책을 읽으면 나의 지나온 삶을 돌아보게 되고, 앞으로의 삶에 대한 용기와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꼭 읽어보시라고 권해드린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있는 가정의 달 5월에 읽어서인지 더 가슴에 와 닿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유영숙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다정한 어른이 된다는 것 - 긴 겨울을 지나온 당신에게 건네는 봄의 위로

온벼리 (지은이), 더케이북스(2026)


60대 이상 시민기자들의 사는이야기
#다정한어른이된다는것#온벼리#더케이북스#발달장애#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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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출신 할머니로 8년 째 쌍둥이 손자 주말 육아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평범한 일상이지만, 그 안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기사를 씁니다. 2025년 6월에 <주말마다 손주 육아하는 할머니>를 출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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