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화성시민신문
경기 화성시 만세구 송산면 독지리 송산그린시티 남측지구 1공구 조성공사 현장. 중장비 소리가 들려야 할 이곳에 최근 낯선 손님들이 찾아들었다.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검은머리갈매기를 비롯해 검은머리물떼새, 쇠제비갈매기 등이 공사장 한복판에 둥지를 틀고 알을 품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4월 30일, 시화호 권역 환경단체와 시민 활동가들이 현장을 모니터링한 결과, 공사를 위해 깔아놓은 흙더미 위에서 멸종위기종들의 산란 흔적이 대거 발견되었다. 활동가들이 발견한 둥지에는 달걀 크기만한 알들이 서너 개씩 놓여 있었으며, 어미 새들은 사람의 접근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비행을 멈추지 않았다.
"갈 곳 없어 찾아온 난민 캠프"… 개발이 만든 비극

ⓒ 화성시민신문
환경 전문가들은 멸종위기종들이 하필 위험천만한 공사장에 알을 낳은 이유를 '서식지 파괴'에서 찾는다. 본래 이들이 번식하던 자연 서식지들이 개발로 인해 사라지자, 갈 곳 잃은 새들이 일시적으로 조성된 공사 현장의 평탄한 지형을 마지막 선택지로 삼았다는 분석이다.
현장을 조사한 한 활동가는 이를 두고 "사람으로 치면 갈 곳 없어 모여든 '난민 캠프'와 같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경기도와 경기만 일대의 대규모 개발로 인해 안정적인 번식지를 잃은 새들이 어쩔 수 없이 공사장이라는 '임시 거주지'를 택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해당 지역은 작년까지만 해도 도로가 없던 곳이었으나, 최근 도로 건설을 위해 흙을 깔아두면서 새들이 내려앉을 공간이 생겼다. 역설적이게도 개발을 위해 다져진 땅이 새들에게는 유일한 산란처가 된 셈이다.
수자원공사 "포란기 종료 시까지 공사 중지"

ⓒ 화성시민신문
환경단체의 공사 중단 요청에 대해 사업 시행사인 한국수자원공사는 즉각적인 보호 조치를 약속했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이미 해당 상황을 파악하고 있으며, 현재 산란이 확인된 구간은 공사를 중지한 상태"라며 "새들이 산란 후 현장을 떠날 때까지 공사를 재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한, 외부인의 출입으로 인해 둥지가 훼손되거나 포란 중인 새들이 놀라지 않도록 안내 간판을 설치하고 출입 통제 라인을 구축하는 등 보호 조치를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일시적 중단' 너머 근본적 대책 필요해
하지만 우려는 여전하다. 현행법상 멸종위기종이 확인되면 포란 기간 중에는 공사를 멈출 수 있지만, 포란이 끝나면 다시 공사가 재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활동가들은 단순히 이번 공사를 멈추는 것에 그치지 말고, 시화호 일대 유휴 부지를 활용한 '안정적인 대체 산란지' 조성 등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화성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새들이 왜 위험을 무릅쓰고 공사장에 알을 낳았는지 그 원인에 주목해야 한다"며, "인간의 편의를 위한 개발이 야생동물의 마지막 생존 기반까지 위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때"라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