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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겠다. 나는 사람이 싫었다. 장사꾼 똥은 개도 안 먹는다 했던가. 장사꾼이 약아서가 아니라 속이 다 문드러졌기 때문이란다. 10년 간 가족들과 뭉쳐서 장사하는 동안 오만 가지 인간 군상을 다 만났다.

물론 손님 대부분은 좋은 사람들이다. 다 안다. 흔히 말하는 '빌런(악당)'은 백 명 중 한 두 명도 안 된다. 근데 만 명 중에서 1%면 100명이 넘는다. 음식 값 떼먹은 단란주점 아무개부터, 휴지 좀 사 달라고 입구에 앉아서 떼쓰는 앵벌이 꾼까지. 이런 일을 10년 했으니 속이 멀쩡했을 리 없다. 심지어 술을 안 파는 매장인데도 이 정도다.

자영업 10년 차에 찾아온 번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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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심리 상담을 받았다. 아내의 권유였다. 사소한 일에도 화를 내는 모습이 심상치 않다고 했던가. 결과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장사를 하면서 족히 수만 명은 만났을 텐데, 사회성 부문이 '0'으로 나왔다. 반면 불안 지수는 '100'이 나왔다. 자신감과 자존감 부문도 '0'을 찍었다. '100 아니면 0'인 검사지.

"수치가 너무 극단적인데요."

상담사는 극도의 '번아웃(소진)' 상태라고 했다. 의욕이 소진되면 불안감은 증가하고 자신감, 자존감, 사회성이 모두 후퇴하는데, 이 경우는 좀 극단적인 케이스라 했다. 순식간에 발가벗겨진 느낌. 결국 솔직히 말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들어 사람에 대한 혐오감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제 안에서 폭력성이 꿈틀댄다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사실이다. 휴일에는 아무도 만나지 않고 집 안에만 처박혀 있었다. 이를 악물고 해 온 헬스는 날이 갈수록 더 지긋지긋해졌다. 가만히 누워서 숏폼 영상만 본다고 스트레스 해소가 되는 것도 아니었다. 가슴 어디에선가 쌓여 있는 짜증은 끝내 씻기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출근. 이게 몇 년간 내 삶의 전부였다. 손님이 주문한다. 음식을 만든다. 다시 주문을 받는다. 자판기와 다를 게 없는 삶이었다.

지표가 더 악화되자 상담사가 말했다.

"최대한 빠르게 이 일을 관두셔야 합니다."

내가 가진 심리적 문제의 대부분이 일에서 나온다고 했다. 그렇다고 일을 관두라니. 쉽지 않은 일이다. 그 누구라도 쉬운 결정은 아닐 게다. 어쨌거나 이 일 때문에 장가도 가고, 살림 밑천도 마련했다. 당장 일을 관두면 나는 뭐해 먹고 사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더니, "그렇다면 쉬는 날 사회활동을 해보세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혐오에 차 있던 때 찾아 온 제안

 풋살공
풋살공 ⓒ 픽사베이

정신적 회복은 휴식과 채움에서도 오지만, 인간과의 교류를 통해서 오기도 한단다. 쉬는 날 계속 집에만 있다면 인간의 부정적인 면들이 자꾸 떠오르며 확증편향을 일으킬 위험성이 있다고도 했다. 소름끼치는 말이었다. 근데 사회활동이라니? 어떻게? 당장 독서모임이라도 해야 하나? 거기 가서 무슨 말을 하지? 답이 제시됐지만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결국 여러 차례 상담을 받았지만 눈에 띄는 차도는 없었다.

상담사 분의 역량 때문이 아니었다. 결국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주체는 당사자인 나의 몫이다. 그 노력을 시도할 계기와 동력이 마땅치 않았고, 또 막막했다. 그렇게 몸도 마음도 다 썩어가던 시절, 아내가 갑자기 뜬금없는 제안을 해 왔다.

"오빠, 풋살 팀 맡아보지 않을래? 축구에 관심 많았잖아. 대단할 건 없고 그냥 기본적인 공 차기 기술만 몇 개 알려주면 돼."

풋살에 빠진 아내가 사내 여성 동료들과 함께 축구교실을 다니고 있었는데, 학원 사정상 다음 달에 문을 닫게 됐다는 것이었다. "왜 내가 코치야?"라고 물어보니 아카데미 수강료가 사실 너무 부담됐고, 남자 사원들 중 공 차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없었으며, 연습일인 화요일에 시간이 나는 사람이 나 밖에 없었다고 했다(나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화요일에 쉰다).

마음이 시키는 대로 받아들이다

 팀원들이 도착하기 전.
팀원들이 도착하기 전. ⓒ 박종원

'풋살은 축구와는 완전 다른 종목인데?'라고 대답하려는데, 무슨 생각인지 "어? 그래? 내가 해도 돼?"라고 대답해버렸다. 사실 겁나게 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그렇다면 일단 해 볼 수도 있는 거 아닐까? 지난 10년 간 마음이 시키는 대로 행동해 본 적이 얼마나 있었던가. 아니, 그보다 더 절박했는지도 모른다. '여러분, 저 좀 도와주세요!' 마음 깊은 곳에선 그렇게 외치고 있었던 게 아닐까.

"그럼 하겠다고 알고 있을게?"

나는 아내의 재확인에 '아니'라고 말하지 않았다. 이렇게 된 거, 해보지 뭐! 나중에 거절 당할 수도 있지만. 어쩌겠는가. 누군가의 말처럼 어차피 사람은 잠깐 쓰이는 존재라 하지 않던가. 그렇다면 거절 당했다고 서운할 필요가 있을까? 거절 당하지 않으려면 납득할 이유를 보여주면 되잖아?

이 팀에서 남자는 오직 나. 사회인 여자 풋살 동호회와 무자격 '야매' 코치의 공존. 말도 안 되는 조합이다. 하지만 세상이 꼭 말이 되는 이유로만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 그마저도 이야기가 된다. 일단 말이 되는지 아닌지는 앞으로 지켜보면 알겠지.

#풋살#축구#여자축구#스포츠#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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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매코치의 풋살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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