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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5.06 16:49최종 업데이트 26.05.06 16:49

가슴 뭉클했던, 남편의 '5월 연휴' 기억에 남는 순간

'함께'이기에 가능한 행복... 여행의 '순간들'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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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절로 시작되고 어린이날로 마무리되는 이번 5일간의 연휴는 우리 가족 뿐만 아니라 일상에 지친 모든 이들에게 너무나 기다렸던 날이 아니었나 싶다. 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이 연휴의 일정을 어떻게 계획했는지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그리고 적잖이 들린 이야기가 어느 곳이든 숙소 잡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5월 1일 연휴가 시작되는 날, 전국 고속도로 교통 정체 예상 시간이 서울에서 부산까지 7시간 정도 될 것으로 예상 됐으나, 실제로는 9시간에서 11시간 걸렸다는 지인들의 말을 들었다. '명절도 아닌데'라는 말은 입버릇처럼 주고받는 말이 되었다. 우리 가족은 다른 일정이 있었던 탓에 지난 5월 3일부터 2박 3일의 일정을 잡았다. 덕분에 혼잡한 고속도로 정체를 피할 수 있었으니 참 다행이었다. 우리 가족이 선택한 여행지는 충남 안면도였다. '일출과 일몰을 함께 볼 수 있는 곳'이라는 매력적인 이유로 선택한 곳이었다.

바다와 나무와 꽃과 함께 차를 마신 곳 내가 뽑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바다와 나무와 꽃과 함께 차를 마신 곳내가 뽑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 박정은

'오션뷰'가 기가 막힌 펜션을 일찌감치 예약해둔 우리는 2박 3일간 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서해의 신기한 풍경, 해가 뜨고 지는 아름다운 경관을 만끽할 수 있었다. 특히,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바다 표면의 윤슬은 탄성을 자아낼 만큼 우리를 황홀경에 빠지게 했다. 때마침 안면도에서는 '태안 세계 튤립꽃 박람회'가 열리는 중이었다. 지난 4월 1일부터 5월 6일까지 진행되는 박람회에 참석할 수 있었고, 그냥 산책하듯 걷고 오려던 계획과 달리 우리는 수많은 인생 사진을 건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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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르니항 근처에서 짭조름한 갈치구이로 점심을 먹고, 후식으로 차를 마시기 위해 '나문재'라는 대형 카페를 검색해서 찾아갔다. 워낙 사람이 많아서 실내에는 자리가 없었지만, 괜찮았다. 정원이 아름답게 꾸며진 곳에는 테이블과 의자가 장식처럼 놓여있었고, 날씨가 좋았던 탓에 바다와 나무와 꽃을 바라보며 즐겁게 차를 마실 수 있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는 너른 바다를 감상했고, 수시로 사진을 촬영하며 행복한 순간을 저장했다. 그리고 해변으로 내려가 물수제비를 떴다. 납작하고 매끄러운 돌이 많아 물수제비를 뜨는 재미가 쏠쏠했다. 저녁에는 바비큐 파티를 하며 든든히 배를 채웠고, 식사 후에는 온 가족이 둘러앉아 영화를 보았다. 이틀간 영화 <메이즈 러너> 시리즈 3편을 몰입해 보았다. 내용이 흥미진진하기도 했지만, 좀비물을 처음 접하는 중학생 딸아이가 계속 아빠 품으로 파고드는 것을 보며, 웃음꽃이 피기도 했다.

저녁 바비큐 파티 남편이 뽑은 최고의 순간
저녁 바비큐 파티남편이 뽑은 최고의 순간 ⓒ 박정은

아쉬움을 달래며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는 가족들에게 물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냐고. 남편은 다 같이 둘러앉아 바비큐 먹는 순간을 꼽았다. 땀을 뻘뻘 흘리고 연기와 사투를 벌이며 혼자서 고기를 다 구워내느라 고생한 그가 그 순간을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꼽으니, 가슴이 뭉클했다. 역시 그는 가족들을 먹이는 일을 가장 행복해하는 모양이다.

딸아이는 영화를 보는 순간을 꼽았다. 무서워서 비명을 질러 댔어도 그 시간이 가장 즐거웠나 보다. 아들은 물수제비를 뜨던 때를 선택했다. 듣고 나서 돌아보니, 아들이 가장 크게 많이 웃은 순간이었다. 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나문재 카페에서의 시간이었다. 따뜻한 햇살 속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마신 라떼 한잔.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기꺼이 그 순간을 선택하고 싶을 정도였다.

물수제비 아들이 뽑은 최고의 순간
물수제비아들이 뽑은 최고의 순간 ⓒ 박정은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있었지만, 각자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다르다는 게 흥미로웠다. 왜 같은 것이 아닐까라는 의문은 잠시. 그 모든 순간이 결국 '함께'였기에 가능한 행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휴가 끝난 오늘 아침, 가족들은 저마다 앓는 소리를 냈다. 왜 벌써 연휴가 끝난 거냐고, 일상으로 돌아가기 싫다고. 그만큼 이번 여행이 좋았다는 뜻이라 믿고, 나는 남편과 아이들의 등을 부지런히 토닥였다.

다음엔 어떤 시간을 함께 보낼까? 그곳이 언제이고, 어디이든 우리가 함께라면 충분히 거머쥘 행복이 있을 것만 같다. 그걸 상상하고 계획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일상의 무게를 견뎌낼 힘이 생기는 게 아닐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sns 와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황금연휴#가족여행#안면도#튤립꽃박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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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은 (bacaswon) 내방

세 아이를 양육하고 있는 평범한 주부. 7권의 웹소설 e북 출간 경력 있음. 현재 '쓰고뱉다'라는 글쓰기 공동체에서 '쓰니신나'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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